62억 연봉·헐값 BW, 오리온의 회장님 '재산 경호'

주식없는 오너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초코파이로 유명한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은 주식이 없었다. 그는 1980년 오리온 창업주 이양구 회장의 둘째 딸인 이화경 부회장과 결혼할 당시만 해도 그룹 지주회사 격인 오리온 (14,400원 ▲250 +1.77%) 주식이 단 1주도 없었다. 그런 담 회장이 지금은 오리온 주식 77만626주를 보유해 주식가치만 7000억원에 달하는 오리온 2대주주가 됐다. 담 회장은 어떻게 이처럼 변신했을까.

최근 그 비결의 일부가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실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보수월액'에 따르면 오리온의 D모씨는 지난해 오리온으로부터 매달 5억1761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D모씨는 본지 확인 결과 담 회장의 영문 이니셜로 드러났다.


◇오리온 담 회장, 오리온서 받은 연봉만 62억원

이 자료는 건강보험공단이 직장가입자 보험료 산출을 위해 확보한 급여소득(2012년 기준)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산출한 담 회장의 연봉은 62억원이 넘는다. 오리온 직원 평균 연봉의 183배다.

이는 그룹 지주회사인 오리온에서만 받은 급여로 다른 계열사에서 지급한 급여나 배당금 등을 합치면 담 회장의 연간 소득은 더 불어난다. 이 같은 담 회장의 소득은 오리온 주식이 1주도 없었던 담 회장 지분을 늘리는 원천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담 회장은 이 같은 고액 연봉을 바탕으로 오리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장내 매수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급격히 늘렸다. 담 회장은 결혼 후 오리온에 입사한 이듬해인 1982년부터 1994년까지 6차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오리온 주식을 24만2998주로 늘린다. 이후 1998년에는 주식 배당을 받아 1만2149주의 주식을 더 확보했다.

부인 이화경 부회장도 당시 주식 배당으로 1만9818주의 오리온 주식을 회사로부터 받았다. 담 회장은 2000년 또다시 주식 배당과 장내 매수로 보유주식을 30만7837주 늘렸다. 이 부회장도 똑같은 방법으로 같은 해 21만617주의 주식을 추가했다. 이로써 2000년 12월 말 기준으로 담 회장은 56만2984주(10.61%), 이 부회장은 62만6800주(11.81%)를 보유하게 된다.

◇담 회장 부부, BW로 얻은 주식으로 시세차익만 188억 챙겨

이후 3년간 담 회장 부부의 오리온 주식에는 변동이 없다. 하지만 2004년 4월,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결정적 승부수를 던진다.

1999년 5월 오리온이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발행한 해외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bond with warrant)를 어느 틈에 인수해 엄청난 규모로 오리온 주식을 불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담 회장은 오리온이 행사가액 2만3232원으로 발행한 BW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당시 주가 6만5400원짜리 오리온 주식 20만7642주를 받는다. 만약 담 회장이 증권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오리온 주식을 샀다면 135억7900만원을 썼어야 한다.

그러나 담 회장은 BW를 이용해 워런트 구입비용 2500만원(사채 48억2300만원 별도)에 오리온 주식 20만7642주를 거머쥔다. 단 한 순간의 편법으로 135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긴 것이다.

BW는 이 부회장에게도 큰 선물이었다. 이 부회장도 행사가액 2만3232원짜리 BW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오리온 주식 23만8404주를 받는다. 여기에 들인 돈은 워런트 구입비용 2500만원(사채 55억3800만원 별도) 정도가 고작이다. 증시에서 주식을 샀다면 155억9100만원이 들어야 했지만 이 부회장은 BW를 통해 워낙 싼 값에 주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 부회장이 챙긴 시세차익은 155억원이 넘는다.

이들이 BW를 통해 편법으로 확보한 오리온 주식 가치는 현재 천문학적 수준으로 값이 올랐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으로 오리온 주가는 90만1000원으로 담 회장이 BW를 통해 48억원에 받아간 주식(20만7642주)은 현재 1871억원으로 뛰었다.

이 부회장이 55억원에 챙긴 주식(23만8404주)도 현 시세로는 2148억원 규모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부부는 BW로만 이전까지 보유했던 주식수보다 각각 36.8%(20만7642주), 38.0%(23만8404주)에 달하는 주식을 더 늘렸다. 이전까지 21%에 그쳤던 두 사람의 오리온 지분율도 BW를 통해 27.8%로 높였다.


◇BW로 늘린 주식은 배당금 급증으로 이어져, 87억 배당금 더 늘어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BW로 벌어들인 수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BW로 주식수가 늘어났으니 매년 배당금도 그만큼 동반 급증한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매년 오리온으로부터 받아가는 주당 배당금이 같다고 가정할 때, BW로 늘어난 주식비율인 36.8%와 38.0% 만큼 각각 배당금을 더 챙길 수 있었다. 오리온은 원래 배당금이 높기로 소문 난 기업이었다.

공교롭게도 오리온은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BW로 주식을 크게 늘린 2004년부터 주당 배당금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이전보다 50%나 올린다. 그해 12월31일 오리온이 1526명의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총 77억5200만원이었는데 이중 24억5300만원이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몫이었다. 직전년도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받아간 배당금(11억8900만원)의 204%에 해당한다.

오리온의 주당 배당액은 이후에도 1750원→2250원→3000원으로 계속 올랐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의 주당 배당금도 덩달아 큰 폭 늘었다. 이렇게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주식 배당으로 챙긴 돈만도 339억6400만원. 이중 87억9700만원은 2004년 헐값으로 행사한 BW로 얻은 주식에서 나온 배당금이다.

◇풀리지 않는 의혹들, 오리온측 "할 말 없다" 함구

오리온이 이처럼 주당 배당금을 매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개인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이 극히 낮은 특수한 구조 때문이다. 오리온은 1999년 이후 개인 소액주주 지분율이 전체의 10% 이하로 떨어졌는데, 특히 2004년 이후부터는 그나마 3∼6%에 그쳤다. 따라서 배당금 대부분이 소액 주주가 아닌 오너 일가와 기관투자자들에게 흘러갈 수 있었다. 오너 일가를 위한 지속적인 고배당 정책이 가능한 지배구조였던 셈이다.

특히 해외 사모 방식으로 발행한 BW가 어떻게 오너 부부에게 나란히 배정됐는지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신주인수권 행사기간을 1999년6월부터 이후 5년까지로 장기화한 것도 주가흐름을 충분히 지켜본 뒤 권리행사를 할 수 있게 한 오너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1999년 BW 발행당시 오리온의 재무상황이 과연 BW를 발행해야 했을 정도로 나빴는지도 논란거리다. BW 발행 이후 오리온 주가가 4만원을 돌파하며 고공 행진했는데 이 과정에서 행사가액의 합리적 조정이 이뤄졌느냐도 의혹을 낳는다. 오리온 측은 "주식배당과 BW 발행, 배당정책 등에 대해선 위법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지난 10년간 수백 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고, 매년 수십 억원의 급여를 받아간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자매기업인 동양그룹에는 한 푼도 지원해주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