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끝나고 택시 甲질에 '몸서리'? 난 BMW 탄다"

서울시가 지난 10월 택시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택시 기본요금을 올렸지만 승차거부 행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사진=뉴스1

# "성남 수원 용인~ 성남 수원 용인 갑니다." 지난 21일 새벽 1시 서울 강남역 인근. 택시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지만 손님을 태우고 출발하는 택시는 드물다. 몇몇 택시기사들은 택시 밖으로 나와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지를 대놓고 외치고 있었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1차선을 서행하는 택시들도 창문만 살짝 내리고 쳐다볼 뿐 차를 완전히 세우지 않는다. 기자가 흑석동 가느냐고 묻자 평소 1만원이면 가는 거리를 3만원은 줘야 간다고 했다.

연말 송년 모임을 마치고 나온 직장인 두중호씨(33)는 "택시 잡으려고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며 "강남역에서는 밤 11시 이전에 모임을 파하고 집으로 가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연말연시 각종 모임들이 많아지면서 '귀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연말까지 승차거부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지난 18일 밝혔지만 일부 택시기사들의 이른바 '갑(甲)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앞서 서울시가 지난 10월 택시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택시 기본요금을 올렸지만 승차거부 행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해 연말연시 귀가 전쟁을 스마트하게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다.


◇조금 비싼 대신 편하고 안심되는 차량공유 '우버'

최근 차량공유서비스 '우버'(Uber)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버는 미국에서 시작된 모바일 차량공유 서비스다. 한국에서는 지난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몇 번의 터치만하면 정장을 입은 기사가 BMW, 벤츠 등 최고급 차량을 몰고 손님을 모시러 온다. 차량이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분 안팎이다.

며칠 전 여자친구와 송년모임에 참석했다가 우버를 처음 이용했다는 직장인 박장은씨(28)는 "승차거부 당하면서 추운데 밖에서 덜덜 떠는 것보다 조금 비싼 대신 편하고 안심되는 서비스를 이용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말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양재동까지 이동하며 3만원을 지불한 박씨는 "택시보다는 비싸지만 택시 기다리면서 낭비하는 시간, 질 좋은 서비스 등을 생각하면 아깝지만은 않은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서비스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남아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8월 우버 서비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며 서울시에 사실관계를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 알뜰한 실속파 '심야버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올빼미버스'를 이용하는 실속파들도 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9월 운행을 시작한 올빼미버스는 상계동~송파 노선, 방배동~서울역 등 총 9개 노선을 운행 중이다. 서울시는 빅데이터를 활용, 약 30억건에 이르는 통화량을 분석해 심야시간대 유동인구가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올빼미버스'노선을 만들었다.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운행하지만 배차 간격이 평균 40~45분인 만큼 시간을 미리 알고 버스를 타러 나가야한다.

얼마 전 광화문 근처에서 회식자리가 있어 '올빼미버스'를 이용한 직장인 이완주씨(26·여)는 "추운데 태워주지도 않는 택시 잡느라 고생하는 것보다 심야버스 시간에 맞춰 나와서 바로 타고 들어가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씨는 "다만 심야 시간대에 운행 하다 보니 버스들이 지나치게 빨리 달리고, 정류장에서 서 있어도 버스들이 서지도 않고 그냥 지나칠 때가 있다"며 "버스기사님들이 조금 더 안전 운행에 신경써주고 정류장에서 단 1분이라도 정차했다가 출발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