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학총장 추천..대학 서열화라고? 사실은..

삼성그룹이 한해 20만명이 응시하며 과열되는 삼성 입사시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대학총장 추천제'가 각 대학별 추천인수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이 대학 서열화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부터, '얼굴도 못 본 총장이 무슨 근거로 추천하느냐',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 '왜 마음대로 정해서 일방적으로 통보하느냐'는 등의 비난 일색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들은 제도도입 취지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총장 추천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사회현상이거나 오해가 쌓여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화다?..한동대 VS 서울대=26일 각 대학에 따르면 삼성은 성균관대에 서류전형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입사지원자 추천자 115명(저소득층 인원 제외)을 요청했다. 대학 중에는 가장 많으면 이어 서울대와 한양대가 110명씩, 경북대·연세대·고려대는 100명씩 추천권을 받았다.

이어 부산대 90명, 인하대 70명, 경희대 60명, 건국대 50명 등 순이었다. 서울캠퍼스가 없는 수도권 대학 중에서는 인하대의 추천 인원수가 70명으로 가장 많았고, 지방대 중에서는 경북대가 1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를 두고 대학서열화와 지역차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일까.


일례로 110명을 요청받은 서울대와 20명을 요청받은 한동대를 비교해보자. 일반적인 비난은 대학을 서열화해 서울대에 더 많은 사람을 배정했다는 논리다. 이공계 채용비율이 높은 삼성의 입사자 비중을 감안해 졸업자를 비교해보면 사실과 다르다.

2012년 공대졸업자(본교 기준, 한국취업정보기술 자료) 비율을 보면 한동대는 111명이고 서울대는 753명이다. 한동대는 20명의 추천을 받아 추천비율이 18.02%인 반면 서울대는 추천인수가 110명으로 14.61%다. 공대졸업생 비율로 보면 한동대가 서울대보다 총장 추천비율이 높다. 서열화를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한국외대의 경우 30명의 추천요청을 받았지만, 공대 졸업생 225명을 감안한다며 추천율 13.33%로 100명을 요청받은 고려대, 연세대보다 비율이 높다. 또 한양대(100명)나 경북대(110명)보다도 추천비율이 높다. 추천요청 인원수가 가장 많은 성균관대도 공대졸업자수 대비 추천인 비율로 보면 8번째다.

◇여성차별..영, 호남 지역을 차별한다고?=경북대는 100명을, 전남대는 40명을 추천받아 지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경북대는 1970년대부터 전자공학 특성화대학으로 지정돼 전자공학과 학생 비율이 높다.

경북대 공대는 2012년 졸업자가 1373명이고, 전남대는 922명으로 추천비율은 7.28% vs 4.34%로 차이가 있다. 성균관대를 비롯해 한양대, 경북대, 인하대 등은 삼성과 산학협력을 통해 특성화학과를 개설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입사자수가 많다.

하지만 저소득층 인원의 배정을 보면 전남대가 15명으로 가장 많다. 경북대는 이보다 5명이 적다. 또 공대 졸업생 1513명인 영남대는 45명의 추천권을 받아 추천비율이 전남대에 훨씬 못 미치는 2.97%다. 전남대보다 추천인 비율이 낮은 영남대나 10명씩만 추천권을 받은 경남대나 대구대의 예를 보더라도 지역차별을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대졸업생이 적은 여대도 마찬가지다. 이화여대가 30명, 숙명여대가 20명의 추천요청을 받았다. 숙명여대의 2012년 공대 졸업자수가 96명, 이화여대는 150명이다. 비율로 보면 각각 20.83%와 20%다. 지방대나 여대를 박대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총장 추천이 입사 보증수표는 아니다=총장추천제를 두고 두 가지 오해가 있다. 우선 총장 추천을 받으면 바로 입사할 수 있는 보증수표로 오해하는 경우다.

총장추천제는 우수한 인재를 추천해달라고 삼성이 대학에 부탁하는 것으로 추천을 받았다고 모두 입사하는 것은 아니다. 서류전형만 면제해주는 것으로 SSAT라는 시험을 보는 것은 다른 입사 지원생들과 동일하다.

삼성은 각 대학이 내부 규정에 따라 각 학과장의 추천을 받아 총장이 공식 추천하는 형태의 공정한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믿고 이같은 제도를 시행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총장의 독단에 의한 추천 등은 각 대학의 자정능력을 믿는다는 것.

삼성은 최근 각 대학에 추천 인원을 전달하며 △매사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인재 △전인적 인격을 갖춘 인재 △미래 삼성의 기둥이 될 성장 가능성 있는 인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외국의 경우도 고등학교에서 대학에 입학할 때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서 가거나, 직장에 입사할 때 대학총장의 추천장을 받아 가는 경우 등을 모범사례로 삼았다. 다만 추천장이 입사 직행 티켓이 아니라는 점이 다르다.

삼성 관계자는 "오랜 채용 데이터와 대학별 전체 정원수, 공대 졸업자수, 삼성입사자 수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추천인수를 정해 대학에 요청했다"며 "학생들을 가장 잘 아는 곳이 대학이라는 점을 감안해 추천제를 추진한 것이지 대학의 줄세우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