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포스코, 동양파워엔 돈 폭탄 베팅

　권오준 회장의 취임 이후 비철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선 포스코가 동양파워 인수전에서 4000억원을 제안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2등인 삼탄 컨소시엄에 비해 800억~1000억원을 더 내지른 무모한 베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양시멘트는 5일 자회사 동양파워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포스코에너지가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차순위협상대상자는 삼탄-대림건설 컨소시엄이다.


　포스코에너지는 동양파워 매각을 위한 입찰에 최고가인 4000억원의 제안액을 제시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문제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동양시멘트와 동양레저, ㈜동양이 보유한 동양파워 매각지분 100%에 다른 경쟁자보다 30% 높은 웃돈을 줬다는 점이다.

　포스코의 발전자회사인 포스코에너지는 본사와 독립적으로 이 입찰에 참여했다. 하반기 주식시장 상장 실무에 착수할 예정인 이 발전사는 올 3월 포스코 CR본부장(부사장급) 출신 황은영씨가 사장으로 취임해 성장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다. 지난해 2조9013억원의 매출액과 22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최근 전력난이 심화되자 사업을 확대하면서 공격적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포스코에너지는 민간발전사업자로 국내 전체 설비용량의 약 4%인 3357M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화력발전사업자 선정전에서 STX와 동부그룹 등에 밀려 자존심을 구겼다. 이후 지난해 말 동해화력발전소 사업권을 가진 STX에너지가 매물로 나오자 사활을 걸고 인수전에 나섰지만 GS그룹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몸이 달아오른 포스코에너지는 삼척발전소 사업권을 가진 동양파워가 올 초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전사적 역량을 투입했다. 동양파워는 강원도 삼척에 2000MW급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운영 사업권을 가진 기업으로 이를 인수하면 현재 발전설비용량의 60% 가량을 추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강한 동기부여 때문에 M&A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동양파워의 당초 예상가치는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됐지만 이 회사의 자산이라고는 장부가 200억원을 웃도는 부동산 밖에 없어서다. 결국 무형의 발전사업권에 3700억원을 쏟아붓는 셈이다.

　동양파워 인수전에는 포스코에너지 외에 두산중공업, SK가스, 대림산업, 한화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삼탄 등이 참여했지만 본 입찰엔 3~4곳만 등장했다. 유력기업이었던 두산과 한화 등이 사업성 미달과 투자 효율저하 등을 이유로 중간에 거래를 포기해서다.

　특히 본 입찰에 참여한 SK그룹은 2000억원대 가격을 제시했고 대림산업과 컨소시엄을 맺은 삼탄도 3000~3200억원을 적어내는데 그쳤다. 입찰 전 쟁쟁한 후보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정작 흥분한 곳은 포스코에너지 한 곳뿐이었던 셈이다.

　포스코그룹은 권오준 회장이 올 초 새로 취임한 이후 전사적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전임 정준양 회장 재임기간 중 늘어난 20조원의 순부채를 비철계열사와 비주력사업 정리로 줄이려는 의지다. 포스코는 산업은행의 권유로 시작된 동부제철인천공장 및 당진발전소 인수건 이외에는 신규 M&A도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에너지가 동양파워에 제시한 베팅액은 그룹 안팎에서도 지나치게 당혹스러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에너지가 최근 발전사업자들간 몸집 불리기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곧 준비해야 할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성장성을 높이 평가받기 위해 동양파워에 무리한 것 같다"며 "4000억원을 제시했지만 상당액을 할인받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