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경제신춘문예 공모
청탁금지법 ABC 제1회 과학문학상 수상작

[법과 시장]자식에게 미리 준 돈, 돌려받을 방법은?

머니투데이 조혜정 변호사 |입력 : 2014.08.18 06:49|조회 : 66512
폰트크기
기사공유
[법과 시장]자식에게 미리 준 돈, 돌려받을 방법은?
올해 85세인 P씨는 2살 아래인 아내와 함께 실버타운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전직 세무사였던 그는 10여년 전 일을 그만 두면서 충분한 자금을 갖고 실버타운생활을 시작했다. 세무사 생활을 하면서 넉넉한 수입으로 여유있게 살아온 습관이 있어서 실버타운에서도 돈에 대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P씨와 그 아내가 퇴직당시의 예상보다 오래 살고 있어 P씨가 준비한 노후 자금이 최근에 바닥을 드러냈다는 것.

하는 수 없이 P씨는 퇴직 전 10억 여원의 경제적 지원을 해준 장남을 불렀다. P씨가 퇴직 당시 사무실 건물을 판 돈 10억원을 장남에게 주면서 돈을 주는 조건으로 노후봉양을 부탁했고 장남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P씨는 장남에게 그만한 재산을 줬고 현재 장남이 상당한 재산이 있으니 당연히 노부모의 생활비를 대겠다고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장남의 반응은 P씨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생활비를 내라는 P씨의 요구에 장남은 '줬다 뺏는 법이 어디 있냐. 나한테 그 많은 생활비를 낼 돈이 어디 있느냐. 돈이 없으면 요양병원으로 가지 왜 돈을 달라고 하느냐'며 벌컥 화를 내면서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 것. 그 사건 이후 P씨는 장남에 대한 배신감으로 잠도 못 이루고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있다. 배신감과 울분보다 더 절박한 문제는 300여만원의 실버타운 생활비를 낼 돈이 없다는 것이다. P씨는 배은망덕한 장남에게 준 돈을 되찾을 수는 없는지 궁금하다.

재산을 미리 줘버려 생활비가 없게 된 P씨가 취할 수 있는 법적인 수단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장남에 대하여 노후봉양을 조건으로 준 10억원에 대한 증여해제 소송이다. P씨가 장남에게 건물 판 돈 10억원을 줄 때 그냥 준 것이 아니라 노후에 봉양할 것을 조건으로 붙였기 때문에 장남은 10억원을 받는 대신 P씨의 노후에 봉양을 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증여를 받는 사람이 반대급부를 해야 하는 증여를 법적으로는 '부담부 증여'라고 하는데, 부담부 증여의 경우에는 증여를 받은 사람이 부담을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수년 전 땅 판 돈 3억원을 받아간 후 노모를 박대한 아들에 대해 증여해제를 인정한 판결이 나온 적도 있었던 만큼, P씨가 장남에게 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노후봉양이 10억원 증여의 조건이었다는 점을 P씨가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 좀 부담스럽긴 하다. 10억원을 증여할 당시 증여조건이 노후봉양이라는 점을 문서로 작성했더라면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증인의 증언, P씨와 장남간의 대화 녹음 등의 자료가 있으면 증명이 가능하다.

두 번째 수단은 부양료 청구소송이다. 우리 민법상 직계혈족간에는 상호 부양의무가 있기 때문에 P씨는 자식인 장남에 대해서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다. 부양료 청구 소송의 경우 법원이 부과하는 부양료의 기준이 그리 높지 않고, 다른 자녀들에게 부양료를 나눠내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직계혈족이라면 당연히 부양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패소의 위험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평균수명연장의 여파로 노후부양을 둘러싼 가족간 갈등이 법정까지 오는 일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예전 같으면 가족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참았을 일이라도 지금은 부모 자식간에도 법으로 보장된 자기 권리를 찾으려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산을 미리 물려주려는 부모님들은 노후부양을 위한 법적인 대비책을 한 번쯤 생각해보시길 권한다. 재산을 증여하면서 노후봉양약속을 문서로 받아놓는 것도 좋은 대비책이 될 것이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베스트클릭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