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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애도물결' "대학살 추모식 길에…"

머니투데이
  • 엄성원 기자
  • 김성휘 기자
  • 권다희 기자
  • VIEW 16,748
  • 2010.04.1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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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무리한 착륙 등 대통령 탑승기 사고원인 '의문'

-대통령·참모총장·중앙은행 총재 한꺼번에 사망
-짙은 안개, 조종사 과실·기체결함 가능성도
-대통령 직무대행, 14일 이내 대통령 선거 일정 공고

폴란드 '애도물결' "대학살 추모식 길에…"
폴란드 대통령 내외가 탑승한 항공기가 러시아의 한 공항 인근에서 추락,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폴란드 국민들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이번 사고에 애도를 보냈다. 폴란드에서는 하원의장이 대통령 직무대행에 오르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대통령·참모총장·중앙은행 총재 한꺼번에 사망

폴란드 바르샤바를 10일(현지시간) 출발,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350km 지점의 스몰렌스크 공항으로 향하던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 비행기가 이날 오전 10시 56분경 스몰렌스크 공항 인근에 추락해 탑승자 97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고기에는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내외와 중앙은행 총재, 폴란드군 참모총장, 외무차관, 야당 대표와 의회 의원들이 타고 있었다. 사망자 중 89명은 폴란드 정부 공식 대표단이었으며 8명은 승무원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당국은 모든 시신을 발견, 신원 확인을 위해 모스크바로 이송했다.

일단 조종사가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유력한 가운데 기체 결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착륙 무리했나…기체결함 가능성도

현재까지 조사에 따르면 사고기는 스몰렌스크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에서 300m 가량 떨어진 숲의 나무에 부딪친 후 균형을 잃고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또 추락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 탑승자들이 탈출하거나 구조될 여유가 없었다.

러시아 측은 사고기가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스몰렌스크 공항 인근에 안개가 짙게 끼어 시계가 매우 나빴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관제탑에서 사고기를 향해 인근의 벨로루시 민스크 공항으로 우회하라고 수차례 지시했으나 사고기가 이를 무시, 착륙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스몰렌스크 공항 인근에 추락한 폴란드 공군 101호기 'Tu-154M'.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스몰렌스크 공항 인근에 추락한 폴란드 공군 101호기 'Tu-154M'.

항공기 노후 여부가 사고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기체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사고기인 'Tu-154M'은 대통령 전용기인 폴란드 공군 101호기. Tu-154는 43년 전 소련에서 개발, 1968년 첫 비행을 했다. 첨단 장비를 갖춘 최신기종과는 거리가 멀다.

또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수뇌부를 태운 사고기가 안전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계제로의 상황에서 무리한 착륙을 시도했겠느냐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비상사태부 장관은 항공기 운항기록을 담은 블랙박스를 발견했으며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국민 충격

비행기 추락 사고로 대통령을 잃은 폴란드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국가 수뇌부를 대거 잃은 데다 사망자들은 2차 대전 당시 러시아 군에게 폴란드인 2만여명이 학살당한 '카친숲 학살' 사건 추모식을 위해 러시아로 향한 길이어서 폴란드 국민들의 슬픔은 더했다.

바르샤바의 대통령궁에는 조기가 걸렸다. 광장에는 수천명의 시민이 모여 꽃을 바치고 촛불을 켜 사망자들을 애도했다. 전국의 교회에도 추모 인파가 몰려들었다.

도널드 투스크 총리는 "2차 대전 이후 가장 비극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라덱 시코르스키 외무장관도 "너무나 참담하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는 전 국민 애도주간을 선포, 11일 정오(현지시간)에 전국적인 묵념을 거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사태 수습에 나섰다. 투스크 총리는 정부가 업무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샤바 증시도 월요일인 12일 정상 개장한다.

폴란드 헌법에 따라 대통령 직무대행에 오른 브로니슬라프 코모로프스키 하원의장은 TV에 출연, "좌도 우도 없다"며 "이런 비극 앞에 우리는 하나"고 말했다. 자칫 이번 사고 이후 반러 감정이 격화되거나 각 정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등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통령 직무대행은 14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 일정을 공고해야 하고 60일 안에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세계 각국 애도성명

이명박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등 각 국 정상들은 일제히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투스크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이날 사고는 폴란드와 미국, 전 세계에 끔찍한 상실을 안겨줬다"며 "그는 자유노조운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저명한 정치가였으며 미국에서도 자유와 인간존엄성을 위해 헌신한 리더로 존경받아왔다"고 애도를 전했다.

메드메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사고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사고 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철저한 진상규명을 다짐하고 "폴란드 국민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오는 12일을 애도일로 정했다.

브라운 영국 총리 역시 "카친스키 대통령은 폴란드 현대 정치사를 만든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며 "열정적인 애국자이자 민주주의자로 기억될 것"이라며 조의를 표했다.

'쌍둥이 대통령', 자유노조운동 핵심

사망한 카친스키 대통령은 공산주의 시절 자유노조 운동을 이끌던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 출신. 1949년 6월18일 수도 바르샤바에서 태어나 바르샤바대학에서 법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1970년대 반공산주의운동과 1980년대 자유노조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입지를 다졌고 1989년 자유노조가 합법화된 후 바웬사의 측근으로 활동했다.

1989년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2000~2001년 법무장관, 2002~2005년 바르샤바 시장을 지냈다. 2005년 도날드 투스크 현 총리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오는 10월로 예정됐던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었다.

경제학자 출신의 마리아 여사와 사이에 딸 1명을 뒀다. 카친스키는 형제 정치인이기도 했다. 현재 야당 지도자인 야로슬라브 카친스키 전 총리와 일란성 쌍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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