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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없는 복지?...'이념 결벽증'이 낳은 기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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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박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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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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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증세, 대한민국의 숙제 ①-총론]

[편집자주] 세법개정안의 후폭풍에도 불구,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의지는 확고하다. 문제는 지속가능성. 증세 논란은 시작에 불과하다.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소비세 등 4대 항목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돈이 부족할때마다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다. 미래의 복지를 위한 건설적 증세 논의 가능성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글싣는 순서> 1 총론: '증세없는 복지'의 사회적 비용 2 소득세, 세율은 성역인가 3 기업, 돈 많이 벌어 법인세 더 내게 4 재산세, 조세 저항 더 무섭다 5 소비세, 세수 최후의 보루
증세없는 복지?...'이념 결벽증'이 낳은 기형아
박근혜 정부는 지난 1월 인수위원회가 발족된 후 7개월 동안 짜여진 길을 걸어왔다. 공약은 140개 국정과제로 정리됐다. 빠진 것도, 더해 진 것도 없었다. 이를 위해선 134조8000억원이 필요했다. 공약가계부를 만들어 재원 마련 계획을 담았다.

세입 몫이 50조7000억원, 세출절감이 84조1000억원으로 정해졌다. 세입 몫중 국세 확충분은 48조원. 돈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선 속이 탈 노릇이다. 모든 방법을 고민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지침이 내려졌다. "증세는 없다". 방법론은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였다. 세제로 풀어야 하는데 문제와 수단도 모두 정해졌다.

불행은 여기서 잉태됐다. '증세 없는'과 '복지'의 불가능한 단어가 '동거'에 들어가면서 세제는 자리를 잃었다. 세금은 국정과제 재원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번 세제개편에선 법인세, 재산세 등을 놔둔 채 근로소득세만 손질한 것도 그렇다. 전체 그림보다는 세수 계획표에 맞춰져진 느낌이다. 정부는 소득세제의 정상화를 말했지만 세율·세목을 막아둔 채 정상화의 길을 가긴 쉽지 않다.

이번 세제개편 후폭풍으로 들썩였지만 실제 나라 곳곳이 세금으로 시끄러운 지는 오래됐다. 기업을 상대로 한 세무조사가 대표적이다. 기업들의 엄살로 치부할 상황은 지났다. 중앙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는 중요치 않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27조2000억원을 만들어 내라는 것보다 더 한 지시는 찾기 힘들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한다고 하면서 무차별적 세무조사를 하는데 이렇게 해서 우리가 약속한 공약을 지킨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어찌 보면 이번 증세 후폭풍은 보이지 않는 기업의 아우성이 겹쳐졌기에 파장이 더 컸을 지 모른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가 불러온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근소세 증세 논란, 기업 세무조사는 일부에 불과하다. 지방의 공사는 세출구조조정 명분 하에 올 스톱이다. 불필요한 세출을 줄이고 탈세 기업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지만 현 흐름은 과하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모순덩어리를 부여잡고 있다. 48조원의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해놓고도 "증세는 없다"고 항변이다. 현오석 부총리는 14일에도 "복지공약 축소나 수정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데 이어 법인세율 인상이나 고소득층 증세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재확인했다.

정부 내에선 증세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한다. MB정부의 감세를 되돌릴 생각도 없다. 보수정권의 '이념'을 유지하면서 복지생색을 내려다보니 '기형'이 나타난다.
전직 한 관료는 "증세없는 복지 프레임에 갇혀 있던 게 사실"이라며 "복지를 위한 비용 마련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제개편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세법개정안과 함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내놨다. 밑바탕에 흐르는 기조는 '증세'다. 정부가 '정상화'라고 표현한 대목이다. 소득세, 법인세, 소비세, 재산세 등 4대 세목이 모두 포함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놓고 증세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소득세의 세율인상도 아닌 소득공제 축소를 놓고 이 정도 시끄러운 것을 감안하면 걱정할 만도 하다.

하지만 미룬다고 될 일도, 피할 일도 아니다. 논란을 야기한 것은 증세 자체라기보다 이를 숨기거나 미룬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소득세 일부만 손질한 채 나머지 세목은 중장기 과제로 뒀다. 이게 근로소득자의 반발을 더 키웠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세무학)은 "복지사회로 가기 위해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고소득자 증세와 법인세율은 언급하지 않다보니 반발이 커졌다"고 밝혔다.

갈 길은 멀지만 정해져 있다. 소득세율 정비뿐 아니라 에너지 세제개편과 주세, 법인세율 조정, 재산세 등 굵직한 세목들 논의 테이블에 함께 올릴 필요가 있다. 복지비용을 위한 합의를 만들 때가 됐다. 정부 스스로 "연내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세입 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한 만큼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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