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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IT와 따뜻한 선율이 만나는 교집합 SXSW…“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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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틴(미국)=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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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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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XSW 현장을 가다]⑩ 오스틴 전체가 음악도시…인공의 소음 아닌 자연의 소리 북적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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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SXSW의 음악 페스티벌. 오스틴 6번가로 세계 음악 마니아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즐길 채비를 갖췄다. 일부 관객은 튀는 복장으로 자신의 맵시를 뽑냈다. /오스틴(미국)=김고금평 기자
차가운 IT의 기운이 낮을 지배하면, 따뜻한 선율의 기운은 해가 지면서 스멀스멀 올라온다. 낮과 밤의 온도 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따로 또 같이’의 특성을 고스란히 베어 문 현장이다. 매년 3월 중순,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10일간 열리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축제 얘기다.

올해 30년째를 맞은 SXSW는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오스틴 컨벤션센터는 각종 콘텐츠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첫 3일은 최신 IT 기술을 선보이는 박람회가 열리고, 그 이후엔 뮤직 박람회, 게임 박람회, 필름 페스티벌이 잇따라 펼쳐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미셸 여사가 올해 이곳을 방문할 정도로 SXSW는 이제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콘텐츠 축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SXSW의 인기…2000명의 뮤지션 10만명의 관객, 3000억원의 수익

무엇보다 ‘음악’은 SXSW의 핵심 키워드다. 컨벤션 센터를 벗어나면 동네 전체가 음악 축제의 장이다. 오스틴 6번가를 중심으로 길게 늘어선 클럽들은 첫 3일이 지난 후 본격적인 열기를 드러낸다. 고층 IT 건물들 사이사이로 사람과 맥주, 악기 냄새들이 흥건히 배인 현장은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다.

6번가 양옆 클럽들 사이로 뻗은 대로변은 한때 차를 막았던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대로처럼 인산인해.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관객부터 ‘나 홀로’ 뮤지션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흔적이 거리 곳곳을 채운다.

이곳을 통해 등용하려는 전 세계 신진 뮤지션들만 2300여 명. 이를 구경하기 위해 모이는 관객만 10만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SXSW로 인해 오스틴 시가 얻은 경제적인 효과도 3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오스틴 거리 곳곳에는 1인 뮤지션들의 연주가 수시로 펼쳐진다. 특히 드럼 연주자들이 늦은 시간까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관객의 흥을 돋운다. /오스틴(미국)=김고금평 기자<br />
오스틴 거리 곳곳에는 1인 뮤지션들의 연주가 수시로 펼쳐진다. 특히 드럼 연주자들이 늦은 시간까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관객의 흥을 돋운다. /오스틴(미국)=김고금평 기자

현실의 답답한 기억을 없애는 곳…“느끼고 싶은 만큼 즐기는 현장”

음악 축제의 중심인 오스틴 6번가로 들어서면 사람들이 흥분하는 소리와 악기 소리들이 서로 충돌한다. 이 시끄러움은 그러나 소음이라기보다 자연의 소리에 가깝다. 도시와 문명이 잉태한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인공의 사운드가 아니라, 가끔은 원하고 싶은 만큼 토해내고 울부짓고 함께 왁자지껄 떠들고 싶은 원초적 사운드라는 점에서 우리가 사는 현실의 기억을 서서히 거둬냈다.

클럽들은 닥지닥지 붙어있다. 아무런 스케줄 표가 없어도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이곳의 최대 장점이다. 대부분 ‘방문즉시 감상가능’한 곳이나, 유명세가 있는 아티스트의 무대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한다. 오스틴 6번가에서 작정하고 노래가 있는 클럽들을 다 돌려면 10km 정도 발품을 팔아야한다. 이 발품만으로도 행복한 이유는 걷는 동안에도 노래는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온 한 외국 관광객에게 “혹시 추천할 아티스트 공연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나도 처음이다. 보다시피, 발길 닿는 대로 가면 모든 것이 재미”라고 웃었다.

비좁은 클럽, 2층 옥상, 도보 등이 모두 '무대'다. SXSW에 온 뮤지션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연주에 몰두한다. /오스틴(미국)=김고금평 기자<br />
비좁은 클럽, 2층 옥상, 도보 등이 모두 '무대'다. SXSW에 온 뮤지션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연주에 몰두한다. /오스틴(미국)=김고금평 기자

1인 뮤지션에서 페스티벌까지…‘발 디딜 곳은 모두 무대’

SXSW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런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또 아무런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음악을 연주하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호등 건너편에선 1인 뮤지션이 드럼 세트를 차려놓고 마음껏 두드리는가 하면, 또 다른 길가에선 색소폰 연주자가 케니 지를 능가하는 솔로 연주로 지나가는 발걸음을 붙들어 맨다. 2층 옥상에서도 연주는 멈추지 않았다.

조금 더 큰 대로에선 월드뮤직에서나 볼 법한 민속 악기 연주자들이 판을 깔고 관객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고 일단의 브라스 밴드는 의미 있는 인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행진 연주를 펼쳤다.

클럽에 들어가니, 연주자들의 무대는 형편없었다. 1평 남짓한 초라한 무대에서 아슬아슬하게 악기를 배치한 뒤 자신의 실력을 뽐냈다. 발 디딜 곳만 있으면 어디든지 무대가 되는 이곳에서 연주자들은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연주하고 관객과 호흡했다.

연주자들은 1평의 무대에서 1급의 실력을 과시했다. 세계적인 블루스 기타리스트 스티브 레이 본의 고향인 오스틴을 상징하듯, 이곳의 모든 블루스 연주자들은 레이본의 명성을 먹칠하는 법이 없었다. 머리 뒤로 솔로 연주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입으로 물어뜯는 고난도 연주까지 아주 ‘손쉽게’ 구사했다.

무대의 꽃은 역시 라이브. 블루스의 본 고장 답게 오스틴 SXSW 무대에 오른 블루스 뮤지션들의 무대는 1급 뮤지션의 실력을 과시하며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오스틴(미국)=김고금평 기자<br />
무대의 꽃은 역시 라이브. 블루스의 본 고장 답게 오스틴 SXSW 무대에 오른 블루스 뮤지션들의 무대는 1급 뮤지션의 실력을 과시하며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오스틴(미국)=김고금평 기자

SXSW가 준 선물…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밤 12시 이후 무대는 힙합과 일렉트로니카가 지배했다. SXSW가 장르가 아닌 대중의 기후에 따른 음악을 선보인다는 자연의 섭리에 맞춘 행보다. 10, 20분씩 짧게 소화하는 힙합 섹션은 힙합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에게도 인기 만점이었다.

6번가를 벗어나면 작은 록 페스티벌도 여럿 만날 수 있다. 페스티벌의 중심이 아닌 7번가 외곽에 위치한 레이디버드 브릿지 아래에선 인천펜타포트 록페스티벌 같은 무대가 탁 트인 잔디를 배경으로 눈과 귀를 압도한다.

도시 전체가 음악으로 물든 이곳은 자유와 낭만을 꿈꾸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선물 한 꾸러미를 안겨줬다. 숨기고 살았던 내 안의 자유, 형식과 규율이라는 얽매임에서 살았던 삶으로부터 탈출 같은 신기한 경험을 매일 매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제는 끝났는데, '내' 안에 스민 온기는 쉬이 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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