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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내복가게' 즐비한 스가모…돈 쓰는 日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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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일본)=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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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0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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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절벽을 넘어라]<2>-①일본 실버소비·절약소비 현장 르포… 할머니·할아버지가 日 소비 유지시키는 힘, 젊은 층은 가성비 뛰어난 서서먹는 밥집 즐겨

[편집자주] 한국경제가 새해 거대한 변화의 파고에 직면한다. 바로 인구절벽과 이에 따른 소비절벽이다. 인구절벽은 15세부터 64세까지 이른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인데 올해가 그 원년이다. 전문가들은 2012년 이후 시작된 2%대 저성장 기조가 인구절벽으로 고착화될 수 있으며 특히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한국경제에 소비침체와 복합불황을 몰고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저성장의 늪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는 일본현지 취재를 통해 소비절벽의 원인과 현주소,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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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4일 찾은 일본 도쿄 스가모지장거리상점가의 한 식당 앞에서 노인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박경담 기자
지난해 12월 14일 일본 도쿄 스가모지장거리상점가. 이곳은 '노인들의 하라주쿠'라고 불린다. 10대들의 쇼핑천국인 하라주쿠를 빗댄 비유다. 입구에 들어서자 하얀 앞치마 차림의 할머니가 전통음식 가게 홍보 전단지를 나눠줬다.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전통음식 가게 점원은 머리카락이 희끗했다. 전단지를 받아 든 이들의 연령대도 비슷했다.

중장년층 소비가 몰리는 지역이라는 사실은 한눈에 알 수 있다. 2015년에만 일본 노인 1000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빼곡한 모습은 서울 탑골공원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구매한 물건을 한 꾸러미씩 들고 있다는 점이다.

780m에 이르는 이 거리엔 옷집, 식당, 제과점, 안경점, 까페 등 200여곳의 가게가 늘어서 있다. 모든 가게와 상품은 고령층이 선호하는 인테리어, 색깔, 스타일, 맛으로 채워졌다. 제과점엔 호두·건포도 빵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놓여 있었고, 옷 가게도 화려한 옷보다 수수한 디자인 위주였다.

빨간 내복을 파는 곳이 여기저기 있는 것도 이채로웠는데, 일본인들은 빨간 내복이 힘과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여긴다고 한다. 주로 할머니들이 많이 찾는 빨간 내복은 '핫 아이템'이자 '스테디셀러'다. 내복 뿐 아니라 다른 속옷도 파는데, 남성·여성용 가릴 것 없이 속옷 색깔 역시 빨갰다.

가게 점원은 연령에 따라 찾는 제품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헬로우키티' 캐릭터가 박힌 속옷은 60대~70대 초반의 젊은 노인이, 빨간색에만 집중한 민무늬 속옷은 70대 후반을 넘은 노인이 선호하는 식이다. 하루 판매량은 평균 200벌 정도다.
2016년 12월 14일 찾은 일본 도쿄 스가모지장거리상점가의 빨간 내복 가게./사진=박경담 기자
2016년 12월 14일 찾은 일본 도쿄 스가모지장거리상점가의 빨간 내복 가게./사진=박경담 기자
거리엔 노점상도 적지 않았다. 달력 노점상의 진열대엔 모두 일본 왕실가족 사진을 실은 달력을 팔고 있었다. CD와 카세트테이프를 파는 노점상도 있었는데, 카세트테이프 중에는 1988년 발매된 가수 조용필의 10집 앨범도 있었다. 옛 추억을 불러 오는 과거형 상품들은 고령층 소비자들에게 '현재 진행형' 소비품목이었다.

남편과 함께 상점가를 찾은 고바야시(65·여) 씨는 "날짜에 숫자 4가 붙은 날은 ‘인연’할 때 연자를 써서 찾는 사람이 많다"며 "이 상점가에 노인들이 원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옷이 많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도쿄 신주쿠 케이오백화점도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 백화점은 신주쿠역 인근에 위치한 3개 백화점 가운데 중장년층을 공략하고 있다. 백화점 1~3층은 50~60세 맞춤형 매장이 손님을 맞았다. 10~30대 여성을 위한 가게가 많은 여느 곳과 달랐다. 보석매장은 알이 굵은 진주제품 위주로 진열했고 6층 구석엔 상조회사가 있었다.

이처럼 '실버 소비'는 일본 소비시장을 읽을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노후불안으로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일본 중장년층의 가계자산은 전체의 60% 이상이다. 1990년대 경제 부진,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겹친 일본에서 고령층의 지갑은 여전히 소비를 유지시키는 힘이다.
2016년 12월 11일 찾은 일본 도쿄 긴자의 초밥집에서 손님들이 서서 초밥을 먹고 있다./사진=박경담 기자
2016년 12월 11일 찾은 일본 도쿄 긴자의 초밥집에서 손님들이 서서 초밥을 먹고 있다./사진=박경담 기자
일본 소비시장의 또 다른 키워드는 '절약 소비'다. 기자가 들린 도쿄 긴자의 초밥집. 3명의 요리사가 식당을 가득 메운 13명의 손님에게 초밥을 한두 점씩 쥐어 줬다. 손님들은 모두 서서 초밥을 입에 넣었다. 서서 먹는 초밥집이란 의미의 '타치스시'였다.

1만원 짜리 세트를 시키면 8개의 초밥이 나온다. 쉽게 볼 수 없는 어종인 참치, 고등어, 장어, 성게알 등으로 구성됐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고려하니 의자가 없다는 불편함은 잊혀졌다. 연인, 가족, 친구 등과 함께 온 사람들도 있었고 혼자서 먹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한 50대 여성은 초밥 5개만 시켜 10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나갔다.

서서 먹는 '타치시스템'은 덮밥, 선술집 등 가볍게 먹고 마시는 곳을 넘어 이탈리안, 프렌치 레스토랑까지 번졌다. 최근 한국에 진출한 '오레노'도 이런 시스템을 채용한 대표적인 가게다. 지갑이 얇은 젊은층은 값싼 이태리·프랑스 요리를 먹기 위해 좁은 공간을 기꺼이 감내했다. 반면 식당은 회전율을 끌어올렸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 가계와 기업이 바뀐 경제환경과 시장에 적응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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