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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중심에 선 밀레니얼 "가격보다 가치…착해야, 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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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지 기자
  •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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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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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새로운 10년 ESG]1-<2>소비자가 변한다

[편집자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세계 중심에 선 '1981~96년생' 구매력↑
-사회·환경 이슈 민감, 스스로 윤리적 소비 추구
-파타고니아 '재활용'·탐스 '기부문화' 등 공감
-나뿐 아니라 자연·이웃 생각하는 기업 성공


#A씨는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반려동물 카페에서 정보를 얻던 중, 몇년 전만해도 화장품회사에서 토끼의 눈꺼풀에 마스카라를 3000번 바르는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마취도 하지 않은 토끼를 기계에 가둬놓고 실험을 하는 영상을 본 A씨는 앞으로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만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B씨는 아이를 키우느라 장을 보러 갈 시간이 없다. 핸드폰 앱으로 간편하게 주문하고 배송을 받는 편이다. 그런데 한 곳에서 주문하는데도 현관에 배달되는 상자는 4~5개에 달한다. 냉동, 냉장, 상온 제품별로 상자가 따로따로 포장돼 오기 때문이다. 배송을 받을 때마다 쓰레기를 생산한다는 죄책감이 든 B씨는 맘카페에서 포장재가 적은 업체를 추천받아 이용하고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무조건 싸고 질이 좋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소비가 남을 해치지 않는'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정한 누군가가 주도하거나 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착한 상품을 찾는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갑질 회사 불매 운동'이나 '일본 기업 불매 운동'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전세계 구매력 1위 밀레니얼...소비 기준은 '진정성, 진실성, 도덕성'

소비 중심에 선 밀레니얼 "가격보다 가치…착해야, 잘 산다"
변화하는 소비의 중심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미국 연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밀레니얼은 1981년부터 1996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만 24~39세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고 자란 이 세대는 자본주의의 탐욕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도덕성'이 소비자를 사로 잡는 주요 요소로 부상한 것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新소비 세대와 의·식·주 라이프 트렌드 변화'에서 "새로운 세대는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상승 등 사회변화와 지구 온난화, 미세먼지 등을 겪어 사회·환경 이슈에 민감하다"며 "상품을 구매할 때도 기업의 진정성, 진실성, 도덕성을 구매 기준 중 하나로 여긴다"고 해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10명 중 7명이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유사한 가치를 지닌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또 글로벌 CEO(최고경영자)의 45%는 밀레니얼 세대의 요구가 기존 세대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세계 인구의 중심이다. 미국에서 밀레니얼의 숫자는 베이비부머를 앞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밀레니얼세대가 3억5100만명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전체 중국 인구의 25%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체 인구 중 약 22%가 밀레니얼이다. 밀레니얼이 경제 활동의 중심이 되면서 월드데이터랩은 밀레니얼의 구매력이 조만간 모든 세대를 제치고 1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덕심 파는 기업이 살아남는다…친환경 의류·채식 도시락 '붐'

소비자의 변화는 기업을 움직이게 만든다. 해외에서는 이미 소비자들의 '도덕성'을 자극해 성공한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리사이클 원단과 유기농 목화를 이용해 옷을 만드는 파타고니아는 노스페이스에 이어 미국 아웃도어 시장에서 2위를 점하고 있다. 브레멘 슈멜츠 파타고니아 아시아·태평양 총괄 이사는 "우리의 브랜드 가치는 신뢰"라며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공감하는 이들이 우리 제품을 산다"라고 말했다.

유기농 화장품 업체인 닥터 브로너스는 지난 18년간 별다른 광고 없이도 미국 '바디 케어' 시장에서 1위를 지속하고 있다. 닥터브로너스는 화장품 용기도 100% 리사이클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신발업체 탐스는 소비자가 신발을 한 켤레 사면 빈민국 아이에게 신발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펼쳐 회사 설립 3년 만에 매출 4억6000만달러를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채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인터넷상에서 채식 도시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인스타그램 캡쳐
채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인터넷상에서 채식 도시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인스타그램 캡쳐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국내에서도 불고 있다. 영화 '옥자' 흥행 이후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편의점들은 앞다퉈 채식 도시락을 내놓고 있다. 환경과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쯤은 채식하자는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CU는 식물성 고기를 이용한 비건 도시락, 비건 김밥, 비건 버거를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비건 버거를 판매한다.

밀레니얼세대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도시락 후기나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독려하고 있다. 채식도시락은 출시 한달만에 CU의 '도시락 예약구매 서비스'에서 판매 2위로 올라섰다. 채식 도시락은 본래 예약구매 서비스 대상이 아니었지만 소비자들의 요청에 편입됐다. CU 관계자는 "국내 채식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관련 상품의 공급은 더딘 상황이었다"며 "채식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간편하게 사 먹을 수 있도록 편의성을 제공한 것이 인기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쓱 새벽배송는 재사용 에코백인 '알비백'을 사용하고 있다.  / 사진제공=신세계
쓱 새벽배송는 재사용 에코백인 '알비백'을 사용하고 있다. / 사진제공=신세계
온라인 배송업체들의 고민은 친환경 배송이다. 소비자가 먼저 드라이아이스 사용을 최소화하고 과대 포장을 줄여달라고 요청한다. 쿠팡은 지난 1년간 로켓배송에 사용되는 상자 포장을 60% 줄였다. 신선배송에 사용되던 스티로폼 박스는 아예 퇴출시켰다. 아이스팩도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 아이스팩'으로 전면 교체했다. SSG닷컴의 당일배송 시스템인 '쓱배송'은 상자가 아닌 종이봉투로 배달한다. 새벽배송에도 재사용 에코백인 '알비백'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생산하고 있는 많은 화장품들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 동물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강해지면서 국내에서도 2015년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법이 통과된 덕분이다. 최근에는 아예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까지 출시되고 있다. 화장품에는 벌집에서 추출하는 버즈왁스나 척추동물들의 피부와 뼈에서 추출되는 콜라겐, 상어 간의 기름에서 추출되는 스쿠알란 등이 자주 사용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스테디 등의 브랜드에서 일부 비건화장품을 선보이고 있고, LF는 지난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비건을 지향하는 화장품 브랜드 '아떼(ATHE)'를 런칭했다.

황미진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수년 전부터 품질 뿐만이 아니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지에 대해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며 "이제 소비자들이 탁월한 품질, 적정한 가격과 함께 지속 가능한 소비인지를 따지는 '가치로운 소비'를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근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인스타그램 캡쳐
최근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인스타그램 캡쳐
반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된다. 미국 최대 우유 업체인 '딘 푸드' 지난해 11월 파산을 신청했다. 아몬드밀크 등 식물성 우유에 관심 높아지면서 우유 소비가 줄어든 탓이다. 무늬만 착한 어설픈 마케팅도 소비자의 반발을 사 역풍을 맞기도 한다. 스타벅스는 2015년 미국에서 바리스타들이 'Race Together (모든 인종이 함께)'라는 문구를 손으로 적어주는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커피 기업과 특별히 연관이 없는 사회적 이슈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며 거센 비판이 일었다. 국내에서는 최고경영자 및 가족들이 부도적적인 일에 휘말려 불매 운동이 일어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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