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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큰손들 "투자 받고 싶으면 '지구' 열 받게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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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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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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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새로운 10년 ESG] 9-<1> 새로운 글로벌 투자 기준 TCFD

[편집자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경영학의 거장 피터 드러커의 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또는 기업에서 자주 회자 되는 문구이기도 하다. 기업의 활동이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기업의 영향력’에 대한 정의는 모호하다.

다만 ESG 중 환경에 대한 평가 방법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지진, 태풍, 홍수 등 기후 변화로 많은 사람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서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기업에게 환경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것이 2017년에 수립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TCFD) 권고안이다.

TCFD는 G20(주요 20개국)의 재무장관·중앙은행장의 요청에 따라 금융안정위원회(FSB)에 의뢰해 설립됐다. 현재 미국 대통령 후보이자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의장이다. 글로벌 큰손들이 앞다퉈 서명하면서 TCFD는 ‘투자를 받기 위한 필수 항목’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올 초 “TCFD를 따르지 않는 기업에게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단언했고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 네덜란드연기금(ABP), JP모건, 캐나다 왕립은행(RBC) 등 대형 기관 투자자들도 TCFD에 참여를 선언한 바 있다.


환경 정보 공개 TCFD…영국·일본 적극 참여


글로벌 큰손들 "투자 받고 싶으면 '지구' 열 받게 하지마라"
TCFD는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밑으로 억제하기 위한 기업들의 행동지침이다. 이는 내년 시행을 앞 두고 있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이기도 하다.

TCFD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기업이 공개해야 하는 4가지 요소로 △지배구조 △경영전략 △위험관리 △지표·목표설정을 꼽는다. 기관투자자에게는 투자전략, 인게이지먼트(적극적인 주주 활동) 현황, 투자처의 탄소배출 총량 공개 등을 추가로 권하고 있다.

‘지배구조’는 기업의 이사회 또는 경영진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의사 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지 여부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일반 사원이 아닌 이사진으로 논의 수준을 높여야 책임감 있는 친환경 경영전략이 나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친환경 경영전략의 성과에 따라 이사진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탄소 배출 억제를 실제로 독려하고 있는 지도 중요하다.

‘경영전략’은 기업의 사업 및 재무계획에 기후 변화 위험과 기회를 미치는 영향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위험관리’는 기후 변화의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해 기관이 어떤 절차를 마련해 놓고 있는 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발전소들은 할당된 탄소배출량을 초과할 경우 탄소배출권을 매입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 비용으로 7000억원을 치렀다.

‘지표·목표설정’은 이러한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 및 기회를 관리하기 위해 어떤 지표와 목표를 설정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한국의 경우 주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나 재생에너지 소비량 등을 기준으로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TCFD에는 전세계 55개국에서 1027곳의 금융기관, 기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영국과 일본이다. 영국은 대형 상장기업에 TCFD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마크 커니 전 총재는 TCFD 주창자 중 한 명이다.

일본은 TCFD 참가 기관이 약 250곳에 달해 참여 국가 중 가입 기관 수가 1위다.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가 TCFD에 서명하자 기업들이 대거 동참했다. 도요타, 소니, 미츠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마루베니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대기업들도 가입돼 있다. TCFD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후지쯔그룹는 ‘위험관리’ 영역에서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정부도 TCFD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TCFD컨소시엄’을 발족하고 지난해 10월에는 ‘제1회 TCFD 서밋’을 개최했다.

바바 미키 닛케이ESG경영포럼 주임연구원은 지난 1월 칼럼에서 “(기업들의 TCFD 참여는) 기관투자자 평가의 틀에 일방적으로 맞추기 보다는 기업 스스로가 나서 자사의 강점을 전달하려는 노력”이라며 “(일본)기업들이 솔선해서 정보를 공개하면 그것이 세계 표준이 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참여 기관 6곳 불과…투자업계 의견 엇갈려


글로벌 큰손들 "투자 받고 싶으면 '지구' 열 받게 하지마라"
반면 국내에서 TCFD를 지지하는 곳은 6개에 불과하다. 안다자산운용, DGB금융지주,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에코앤파트너스다. 이 중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에코앤파트너스는 환경 관련 컨설팅·연구업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TCFD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주요 금융기관 중에서 탈석탄 투자는 2018년에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최초로 선언했지만, 몇 년째 금융기관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투자기관인 국민연금조차 TCFD에 가입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관심이 저조하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TCFD 참여 여부는 금융투자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주식 위탁운용 규모가 6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이 먼저 TCFD에 나서야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따라온다는 의견도 있지만 경기가 침체 된 상황에 기업에 대한 부담을 더 늘리는 것은 반대라는 목소리도 있다.

A 자산운용사 임원은 “GPIF가 TCFD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은 운용자금과 의결권 행사권을 모두 위탁사에 일임했기 때문”이라며 “의결권을 위탁사에 일임하면 지분이 분산돼 TCFD 유도 등 인게이지먼트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위탁사에 모든 권한을 넘겨줄지, 위탁사는 준비가 돼 있는지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B 자산운용사 대표도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반대”라고 밝혔다.

반면 C자산운용사 대표는 “TCFD를 포함한 ESG는 전세계적인 흐름”이라며 “투자환경의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도 “코로나19 등 경기 상황 때문에 주춤할 수는 있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ESG 정보 공개라는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 2월 말 상장사들의 환경 리스크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전체 공개하는 보고서에는 기업명은 기재하지 않지만, 기관투자자들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보고서에는 기업명을 밝혀 ESG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윤 본부장은 “올해 TCFD 등 글로벌 움직임을 반영해 환경 영향 평가 모델을 수정하고 내년에는 새로운 모델로 기업들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실정을 감안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친환경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연기금들 중 일부는 자국 시장보다는 전세계에 투자하기 때문에 석탄 산업을 확실하게 배제하더라도 자국 경제에 큰 타격이 없지만 한국은 다르다”며 “우리나라 연기금들이 한국전력을 판다면 시장에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TCFD와 같은 목적으로 기업의 환경 책임을 묻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를 발간하는 곳이다.

그는 “투자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대신, 투자 비중을 제한하는 것도 한가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학연금은 석탄 발전소를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는 참여하지 않는 대신, 주식투자에는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 사무국장은 “급작스럽게 자금을 회수하기보다는 기업이 친환경으로 변화할 수 있게 인게이지먼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에 추가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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