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막말 물의' 관련 "법관 언행 바로잡겠다"

최근 일부 법관들이 재판 중 적절치 못한 언어를 사용해 물의를 빚은 가운데 서울중앙지법(법원장 이진성)과 서울가정법원(법원장 김대휘)이 판사들의 언행방식 개선에 적극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상훈(사법연수원 19기) 부장판사를 위원장으로 한 법정언행연구소위원회를 구성해 판사들의 언행을 점검하고 올바른 재판운영 방안을 논의했다고 15일 밝혔다.


위원회는 법관들이 사건 당사자와 관계인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당사자의 요구에 관심을 가지고 사건의 핵심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위원회가 소송 대리인에 대한 법관의 배려를 주문하기도 했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입장에서 다소 무리한 주장을 하더라도 판사는 이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또 변호사, 검사와 간담회를 갖고 법정에서의 바람직한 언행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변호사들은 "변론기회를 충분해 제공해달라"고 요구했고 검사들은 "피고인의 무리한 변론을 적절히 제한해달라"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위원회의 이번 논의결과를 판사들과 공유하고 향후 실제 재판에 적용할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25개 재판부의 공판 진행과정을 파악해 부적절한 언행을 스스로 바로잡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도 '구술주의와 법정언행개선 태스크포스팀'을 통해 판사들의 언행 개선과 구술주의 실현에 적극 나섰다. 이번 태스크포스는 박종택, 이태수 부장판사를 비롯해 총 9명의 가정법원 판사들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서울가정법원은 법정언행 개선에 관심 있는 판사들이 참여하는 '비폭력 대화' 강의를 지난달 14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오는 19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강의에는 한국비폭력대화센터의 최현진 강사가 강연자로 나선다. 수강자들은 팀을 짜 서로 소송 상대방이 돼 대화기법을 집중 훈련한다. 이혼 등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건을 주로 다루는 가정법원의 특성상 소송 당사자를 배려하는 자세로 재판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가정법원은 또 이달 하순부터 소송 당사자와 판사뿐만 아니라 재판에 참여하는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재판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이번 강의를 통해 익힌 대화방법을 실제 재판에 적용한다면 소송 당사자들과 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질 것"이라며 "가정법원의 판사들이 의사소통 부재로 갈등이 생긴 부부에게 조언을 해주는 상담가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