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재판' 수사기록 공개 놓고 힘싸움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9억원 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이 수사기록 공개여부를 놓고 힘싸움을 벌였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우진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변론준비기일에서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은 "4000여쪽에 이르는 수사기록 중 2700여 쪽을 열람하지 못했다"며 "증거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공개된 수사기록만으로 한 전 총리의 혐의를 모두 입증 가능하다"며 "미공개된 분량은 앞으로 증거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반박했다. 이어 "한 전 총리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추후 검토를 통해 공개하겠다"며 "전면 공개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대립하는 양측의 의견에 대해 "재판의 신속성을 위해 수사기록을 제시해 달라"며 "열람·복사가 불가능한 경우 그에 따른 설명을 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내부협의를 거쳐 수사기록 공개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양측은 재판의 진행 일정을 놓고도 평행선을 달렸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집중심리를 요구한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지난 5만 달러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을 집중 심리한 것은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 때문"이라며 "시간을 두고 재판을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또 한 전 총리와 함께 기소된 김모(50·여)씨의 변호인 역시 "김씨가 최근 갑상선암 수술을 받아 2시간 이상 집중하기 어렵다"며 여유를 두고 재판을 진행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재판을 위해 매주 월요일을 비워둔 상태며 1~2주 당 한번씩 사건을 심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김씨의 건강상태 등으로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 변론준비기일은 다음달 11일로 결정됐으며 이날 재판부는 향후 재판일정과 증인 채택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H건설 시행사 한모 대표로부터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2007년 3월 한 대표가 "대통령 후보 경선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제의를 승낙한 뒤 H사 직원 5명의 명의로 분산해 환전한 5만달러와 현금 1억5000만원, 1억원권 수표를 받는 등 3회에 걸쳐 미화 32만7500달러와 현금 4억8000만원, 1억원권 자기앞수표 1장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