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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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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3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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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에코라이프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책상에 있는 자신의 물품 리스트를 기록하고 개수를 조사해보라는 과제를 주었다. 옆 칸에는 부모님이 어렸을 때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갖고 있었는지, 없었다면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물어보도록 했다.

아이들이 적어온 물건 목록은 인형, 달력, 스탠드, 형광펜, 휴대폰, 테이프, 연필깎이, 알람시계, 연필과 지우개, 딱풀 등 다양했다. 무엇이든 기록을 해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것이 꽤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어떤 물건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풍족한 아이들의 책상과 달리 부모의 책상은 빈약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의 나이는 대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었다. 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직 우리나라가 저개발 국가여서 가난한 풍경이 일상적이었다. 연필은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썼고, 딱풀 대신 밥풀이나 식은 밥을 풀로 쑤어 이용했다.

연필은 칼로 깎았고, 샤프를 가진 아이는 별로 없었다. 공책도 귀해 표지 뒷면에도 줄을 그어 숙제를 했다. 자기 책상을 가진 아이는 드물었고, 장난감도 귀했다. 아이들은 밖에서 해가 질 때까지 사방놀이, 구슬치기, 씨름, 땅따먹기를 하면서 놀았다.

과제를 통해 아이들에게 풍요로운 자신의 책상에 대한 평가를 함께 하도록 했다. 그 결과 풍요의 함정이 아이들 책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책상에 가득한 물품들에 이런 불평을 늘어놓았다.

“자주 치워야 한다. 치우지 않으면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는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책상은 금세 지저분해진다. 서랍에는 너무 많은 물건이 들어 있어서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결국은 자꾸 새로 사게 된다.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새로 샀는데 나중에 보니 지난번에 사둔 것이 있었다. 같은 것이 자꾸 쌓인다.”

어른들은 풍요로운 현실에 감사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태어나서 한 번도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기쁘게 생각할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부족한 적이 없었고 언제나 필요를 느끼기도 전에 존재하는 것에 자연스럽게 감사함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그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지만 아무도 공기에게 감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당연한 것에는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모르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태도가 아이들에게 괜한 죄책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충분히 자기 욕구가 충족됐을 때 이타심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이기적인 욕구를 끝도 없이 채워주는 환경에서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도 늘 부족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고 당연히 이타심이나 배려심이 생길 리 없다. 안타깝게도 경제교육을 받지 않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신중하게 돈을 쓸 줄도 모르고, 막연하게 유행과 브랜드를 쫓으며, 자기가 가진 것에 감사하기보다 자기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주변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

끝도 없는 경쟁에 내몰려 남들보다 많이 소유하고, 남들보다 항상 앞서 있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늘 부족하다는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이런 아이들은 성인이 되도 이타심이나 배려심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한 번도 자기 욕구를 제대로 채우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 언제까지나 타인의 욕구에 휘둘리며 살아간다.

지금처럼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이 절실할 때가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갖고자 하는 풍요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 아이들만의 탓이라 할 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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