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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이고 주관적인 글로벌 개더링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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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0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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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이고 주관적인 글로벌 개더링 참관기
부쩍 차가워진 공기에 가슴이 설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일년에 단 한번, 뜨거운 바람이 식을 때쯤 열리는 글로벌개더링 때문이었다. 드디어 올해는 글로벌개더링 날짜가 확정되고 나와 일행들은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글로벌개더링을 손꼽아 기다린 우리에게 애당초 관건은 ‘가느냐 마느냐’가 아닌 ‘어떻게 노느냐’였다.

분분한 의견 속에 아이디어가 만발했다. 소주가 없이는 도저히 신나게 놀 자신이 없다던 한 명은 공연이 열리는 난지 지구에 미리 가서 소주 몇 병을 묻어놓고 공연 당일에 가서 꺼내겠다는 제법 신선한 발상을 내놓았고, 어느 한 명은 한강 반대편에서 오리 배를 타고 건넌다면 어쩌면 티켓 값을 굳힐 지도 모른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기도 했었다.

결국 작년 공연장 위치를 제대로 더듬지 못해 소주를 미리 묻어 두지도 못했고, 오리 배를 타고 무단으로 들어갔다가는 어쩌면, 경찰서에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모 포털 사이트 지식인의 답변에 잠시 의기소침하기도 했지만 글로벌 개더링에 대한 기대와 열의만큼은 여전히 뜨거웠다.

라인업이 그야말로 블록버스터였다. 해외 여러 나라들의 라인업과 비교해봐도 글로벌개더링 코리아의 라이업이 상대적 우위였다. 야스트로 보이즈나 셧 다 마우스, 이디오테잎과 같이 국내 최고의 디제이들이 각 스테이지에 오를 준비가 끝나 있었고, 저스티스, 펫보이 슬림, 아민 반 뷰렌의 이름이 선명하게 박힌 공식 포스터는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 보게 되는 연서처럼 느껴졌다.

그야말로 황혼에서 새벽까지 올 데이 댄스가 가능한 타임테이블, 신발 밑창이 쩍쩍 달라붙는 클럽 바닥을 떠나 푸른 잔디위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누군가는 어느 디제이가 라이브 셋이 아니라 김이 빠진다는 소리도 했었고, 2차 라인업에 해외 디제이가 없다고 볼멘소리도 했지만 모르시는 말씀. 불과 몇 년 전 만 해도 일렉트로닉 음악에 춤을 추는 사람들은 정키나 빗나간 해외교포 2세 정도로 바라봤던 시선이 적지 않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실로 감개무량한 페스티벌이 아닐 수 없었다.

문제는 날씨가 가까워오면서 터지기 시작했다. 호사다마라고 하더니 글로벌개더링을 며칠 앞 둔 상황에서 내 팔자에 없는 줄 알았던 맹장염으로 병원신세를 지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퇴원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복대를 한 채로 글로벌 개더링이 열리는 한강 난지지구로 향했다.

주변에서 만류를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좀 의아하긴 했지만 저녁 느지막이 가서 적당히 놀다 오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안이한 생각이 화근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한강 불꽃축제 시간과 맞물려 한강 인근 도로는 지옥 같은 교통상황으로 꽉 막혀서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 생에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를 파티가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입안은 마른 모래를 털어 넣은 것처럼 바짝 말라가고, 창밖 저 멀리에서는 터진 불꽃이 피었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몇몇 사람은 남의 속도 모르고 아예 차에서 내려 불꽃놀이를 감상하는 복창 터지는 상황도 벌어졌다. 애꿎은 택시기사 아저씨를 채근해 이리저리 돌아 우여곡절 끝에 공연장 근처에 당도하는데 걸린 시간이 근 1시간.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도로 위에서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잰 걸음으로 30분정도를 걸어 들어가서야 겨우 프레스 패스를 받는 부스 앞에 설 수 있었다. 아직은 늦여름의 기운이 채 가지지 않은 덕분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프레스 패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저 멀리 메인무대에서부터 익숙한 리듬위에 얹어진 소녀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스티스의 였다. 이미 꽉 들어찬 관객석은 사람들로 들썩였다. 관객선이 작년보다 전체적으로 좁아진 이유도 있지만 체감 상 열기는 이미 작년 이상이였다. 국적과 음악성향 덕분에 다프트 펑크에 곧잘 비견되곤 하는 저스티스가 마침 을 들려주고 있을 때쯤에야 자리를 잡고, 이 듀오 디제이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그들을 상징하는 특유의 십자가가 무대영상에서 빛나고 있었고, 무대 양쪽에서 화면으로 보이는 이들은 다시 찾은 한구에서 좀 더 큰 무대와 관객들의 반응을 즐기는 모습이였다. 일전에 내한했을 때 직접 찾아가지 못하고 소문만 무성하게 들었었는데 또 다시 끝자락에

야 간신히 보다니, ‘니네들 하고 나는 인연이 아닌가 보다’하고 의연하게 넘기기에는 ‘끝내줬었다’는 지난 내한 때의 후문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 차 안에서 꼼짝 못하고 묶여 있었던 그 시간들이 더욱 허망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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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먼저 들어온 일행에게서 지난번보다는 신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중간에 음악까지 한번 씩 끊겼었다는 담담한 후문을 듣지 못했더라면 또, 밤새도록 유튜브에서 그들의 동영상만 찾아 헤매고 있었을 게다.

저스티스의 공연이 끝나고 인산인해 속에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일행들이 모였다. 오리 배로 무단 잠입을 구상했던 문제의 그 인물만이 아직도 도로 위에서 우울한 불꽃놀이를 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온 상황. 나머지 일행은 모두 집합을 마쳤다.

그 친구가 빠져 아쉽기는 했지만 모두 인과 응보라는 결론에 입을 모은 후, 정제수를 뜨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맥주를 손에 쥐고는 영국에서 날아온 리믹스의 제왕을 기다렸다.

디제잉을 하는 모습이야 어차피 대형화면에 대보일 테니 무대 양쪽에 설치된 스피커의 울림이 느껴질 위치면 충분했다. 마음 같아선 팻보이 슬림의 주름까지 세어보겠다는 기세로 철제 바리케이트에 찰싹 달라붙고 싶었지만 수술부의도 적잖이 걱정되고 편집장이라는 사회적 위신도 감안해서 자제해야만 했다.

꼭 8년만의 내한 이었다.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흥청댔고, 그 흥청대는 모습을 내무반 TV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불운의 2002년 월드컵 때문에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그 시절에도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는 다시 영국으로 곧장 돌아가 브라이튼 해변에서 25만명을 끌어 모으고 디제잉을 선보였던 팻보이 슬림. 이 전설적인 디제이의 8년만의 내한 공연 인만큼 관객석은 어느새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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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불이 꺼지고 미리 준비한 무대영상을 시작으로 팻보이 슬림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무대 중앙, 턴테이블 뒤로는 입이 떡 벌어지는 영상이 돌아가고 있었고, 스피커에서는 조각난 비트가 숨가쁘게 쏟아져 나오면서 이 머리 희끗한 영국 디제이도 함께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장르의 음악을 단 두 시간 안에 들려주기로 작정한 듯 시작부터 힙합, 소울, 펑크, 테크노, 하우스, 드럼앤베이스 할 것없이 죄다 버무린 자신만에 파티를 시작했따.

특히 팻보이 슬림 특유의 빅비트는 단연코 이날의 압권이었다. 락과 전자음을 영리하게 넘나들며 케미컬 브라더스와 함께 최고의 빅비트 디자이 반열에 오른 그만의 스타일은 확실히 아이팟으로 반듯하게만 듣기 보다는 수천, 수만 명이 운집한 야외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단순히 헤드폰으로만 들으며 상상했던 풍경이 바로 내 앞에서 현실로 실현되던 가슴 벅찬 순간, 사실 그 의 공연 내내 쉴 새 없이 방방 뛰어다닌 건 아니지만, 체력의 한계가 올 때마다 같은 히트넘버의 리믹스들이 흘러나와 나는 다시 파블로프의 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왕의 귀환은 약속된 대로 딱 두 시간 남짓 이루어 졌다. 아쉬운 관객들은 입맛을 다시며 앵콜을 외쳤지만 그가 다시 턴테이블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저스티스 처럼 ‘깔깔이’를 입는 화끈한 팬서비스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두곡 정도는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아직 들려주지 않은 히트 넘버가 한참 남아 있었는데, 하다못해 단물 빠진 레파토리라도 를 개사해서 들려줬다면 참 뒷맛 개운하게 돌아설 수 있었을 텐데, 참 사람 욕심이란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팻보이슬림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는데 이제는 공연을 보고나니 앵콜이 아쉽다.

하긴 근 십 년 동안 대한민국을 찾는 해외 디제이들마다 팬서비스로 틀어주곤 하는 를 중간에 섞어 주기는 했지만 한국을 위한 서비스를 영 준비하지는 않은 것은 아니였다. 생각보다 심하게 뛰어다녔더니 슬슬 시장기가 돌기 시작했다.

다음 순서인 아민 반 뷰렌의 공연까지는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는 상황. 장내에 마련되어 있는 푸드존 쪽은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긴 줄이 서 있었기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외부에 있다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저스티스와 팻보이 스림이 연달아 선사해준 아드레날린 때문에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근육통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막춤은 확실히 전신운동이란걸 다시금 때달은 순간. 일행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 우리는 패잔병처럼 절뚝거리며 젖과 꿀이 흐르고 있는 편의점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

좀 전까지는 장내에 있던 사람들이 죄다 편의점으로 몰렸는지 끝이 보이지 않는 까만 줄이 질서 정연하게 늘어져 있었다. ‘ 아, 대한민국 내일 당장 올림픽 개최해도 되겠구나’싶은 생각도 잠시, 편의점 업주님 빼고는 모두가 불행한 이 상황에서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월드 디제이 랭킹 1위의 공연이냐 아이면 한 끼 일용한 양식이냐, 그리 길지 않은 의논 후 알코올로 위장을 마비시키면 괜찮을 것이라는 결론을 낸 후 다시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에 들어오니 이미 아민 반 뷰렌이 디제잉을 시작한 직후 였다. 유명 디제이일수록 늦장을 부릴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제시간에 시작한 아민 반 뷰렌의 공연, 역시 월드랭킹 1위는 달라도 뭔가 다르구나 하며 급하게 술을 사서는 이번에는 좀 마음 껏 춤을 출 수 있는 외곽 쪽에 자리를 잡았다. 천성적으로 술이 약한데다가 한동안 술은 절대 금물이라는 의사의 충고 때문에 가지고 온 껌을 씹으며 허기를 달랬다. 사실 아빈 반 뷰렌 같은 경우는 한번씩 한국에서 공연을 가졌었던 관계로 볼 기회가 전혀 없지는 않았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트랜스에 대한 견문도 좁거니와 트랜스 특유의 빠른 BPM을 따라가는 몸의 반응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 박자를 따라 가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거기다 긴장이 풀려 복대투혼도 한계에 다다랐는지 오른쪽 아랫배를 부여잡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작년 글로벌개더링에서 맛봤던 어묵과 파전이 생각나 둘러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산만해진 나의 상태를 눈치챈 일행들은 집에 가자고 징징댈 것을 우려해서인지 술을 강권했지만 한마디로 거절했다. 그리고 징징대기 시작했다. 태연하게 혼자 가겠다고 말은 했지만 공연이 모두 끝나고 나면 택시를 잡는 것이 불가능 할 것이며 말꼬리를 흐렸다. 일행들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또 다시 잠깐의 의논이 시작되고 딱 30분만 더 있다가 갈 것이라는 합의를 도출해 냈다. 일행들은 시간이 제한되자 한층 더 미츤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고, 아민 반 뷰렌도 BPM을 늦출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주인을 알 수 없는 돗자리에 주저 않았다. 같은 돗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일행만 다섯 명이였지만 모두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보였다. 원래 돗자리의 주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었다. 평소의 한강 둔치에서 이렇게 앉는다면 다분히 분쟁의 소지가 있었겠지만 글로벌개더링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상황이었다.

불편한 다리를 쭉 편 후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 그로벌 개더링은 춤을 추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였다. 누워서 팔베게를 한 채 음악을 듣는 사람과 자는 사람이 있었고, 술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과 술잔을 들고 웃으며 대화하는 사람도 있었다. 평소에는 눈도 잘 마주칠 일이 없는 외국인들이 영어 울렁증에 시달리는 나의 일행들과 장난을 치며 춤을 추고 있었다. 오히려 춤을 추지 않으니 지나치게 빠르게만 느껴졌던 트랜스의 비트도 꾀 들을 만 하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춤을 추는 사람이건 누워있는 사람이건 나만큼은 즐거워 보였다.

뒷풀이 장소는 자주 가는 이태원의 어느 LA갈비집이었다. 모두 기력이 쇠한 상황이었지만 입을 살아있는지 서로의 소감을 이야기 했다. 어느 한 명이 저스티스와 함께 를 >할 때의 순간을 벅찬 표정으로 말하자 전직 디제이 지망생이었던 친구는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저스티스나 아민 반뷰렌은 팻보이 슬림에 비하니 아직 꼬맹이더군’이라며 말을 끊었다.

순간 정적이 흐르고 모두가 적잖이 재수없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뭔가 전문적적인 뉘앙스가 있었기에 함부로 반박을 할 수는 없었다. 이야기가 다시 활기를 띤 건 나 때문에 아민 반 뷰렌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누군가가 말했을 때였다. 그리고 나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통이 트고 나서도 계속 되었다. 날이 밝와 와도 아무도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우리의 글로벌 개더링은 해가 뜨고 나서도 한참동안이나 계속되고 있었다.

글ㅣ사진(JBOOK)

<저작권자(c) iSTYLE24, 출처: 아이스타일24 패션매거진>
*본 컨텐츠 (또는 기사)는 아이스타일24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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