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해진 여야…'협상자'가 던질 카드는(?)

-김무성 원내대표 "…논의해보겠다", 박지원 원내대표 "희망을 두고 있다"

정국 급랭으로 여야 두 '협상자(negotiator)'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민주당의 예산심사 보이콧 및 국정조사·특검 실시 요구 등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충돌하면서 각 당내 강경파가 득세하는 반면 온건파 또는 협상파들은 움츠러들고 있다.


김무성 한나라당,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상임위·예결위의 예산심사 중단, 민주당의 국정조사·특검 실시 등 정국 현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오간 말들을 보면, 두 협상자의 고충을 읽을 수 있다. 박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불법사찰, 스폰서 검사 등과 관련해)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이를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국회의 의무"라고 설득하자 김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조사를 할 수 없다"고 강조한 터였다.

하지만 강경해진 당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두 사람은 첨예한 현안과 관련해 당 입장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뾰족한 '협상 카드'를 손에 쥐지 못한 상태에서 '딜'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웠다.


박 원내대표는 면담 이후 기자들에게 "오늘 합의는 안됐지만 민주당으로서도 국회가 빨리 정상화돼 예산안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김 원내대표가 논의해보겠다고 한데 희망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두 원내대표는 실용주의적 태도와 서로에 대한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밀월'을 즐겨왔다. 올들어 여야 갈등 국면 속에서 극적인 합의를 여러차례 이끌어냈다. 지난 9일에는 기업형슈퍼마켓(SSM) 관련 법안과 관련해 여야가 한발씩 양보하며 예산국회를 정상화시켰다. 유통법과 상생법을 각각 10일, 25일 본회의에서 분리처리키로 합의한 것. 당시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두 원내대표의 협상력을 바탕으로 '패키지 딜'을 진행해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도 뛰어난 협상력을 뽐냈다. 민주당은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양보했고 한나라당은 집시법 개정안의 강행처리를 거뒀다.

하지만 청목회 로비의혹 수사, 민주당의 국조 및 특검 실시 요구,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이명박 대통령 내외에 대한 맹공 등이 진행되며 여야가 '금기'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두 협상가가 최대 시련기를 맞았다. 정치권은 승승장구했던 두 협상자의 다음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