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차세대 피아니스트 꿀띠셰프, 쇼팽과 함께 한국 찾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쇼팽의 곡들을 엄선해 한국 관객들과의 재회를 준비했습니다. 쇼팽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쇼팽 탄생 200주년을 맞아 한국의 클래식음악팬들과 쇼팽의 음악으로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렙니다."

2007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우승자 미로슬라브 꿀띠쉐프(Miroslav Kultyshev)가 쇼팽과 함께 한국을 다시 찾는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 직후 한국에서 개최된 '차이코프스키 수상자 갈라콘서트'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지 2년 여만이다.


오는 28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되는 '머니투데이와 함께 하는 미로슬라브 꿀띠쉐프 내한 콘서트'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25일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꿀띠쉐프는 25살(85년생)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앳되고 순수한 표정의 소유자였다. 깊은 눈과 소년 같은 수줍은 미소, 섬세한 손은 그의 예술적 아우라(Aura)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이와 동시에 예술적 고뇌의 흔적도 그의 얼굴 곳곳에 깊게 배어 있었다.

"수많은 쇼팽의 음악들이 연주되고 있지만, 그의 곡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동반된 연주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이번 연주회를 준비하며 쇼팽이 작곡했을 당시의 상황과 장면들을 머리 속에 수없이 떠올렸습니다. 음악사를 연구하며 그의 곡들이 창조될 당시의 배경을 짚어봤죠. 이같은 과정을 거쳐야 쇼팽이 의도한대로 작품을 해석하고 연주할 수 있어요."

북유럽의 베니스라고 불릴 정도로 음악적 정취로 가득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꿀띠쉐프는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다. 러시아 최고의 예술도시에서 성장했기 때문인지 조국 러시아 음악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상당했다. 러시아 작곡가들의 많은 작품들이 아직까지 한국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데 대해 안타까워했고, 러시아 출신 예술인들에 대한 자랑(?)도 인터뷰 내내 늘어놨다.


"러시아에서의 삶은 녹록치 않습니다. 날씨도 혹독한데다 고단한 삶이 역설적으로 예술적 감성을 자극해 러시아에서 훌륭한 음악가들이 많이 배출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요. 이번 한국공연은 쇼팽탄생 200주년을 맞아 쇼팽의 작품으로만 준비했지만, 사실 저는 차이코프스키나 프로코피예프같은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을 즐겨 연주합니다. 아무래도 조국 작곡가들의 곡은 마음에 보다 와 닿거든요."

그는 6살 때 처음으로 연주 무대에 섰고 10살 때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협연하여 러시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 영재 음악학교 거쳐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현재 박사과정(아스피란뚜르) 중에 있다. 또한 2006년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의 솔리스트로 활약하며, 러시아,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 네덜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전세계를 누비며 연주회를 열었다.

이처럼 일생을 음악만 하며 산다는 게 혹 무료하거나 지겹지는 않을까? 그는 기자의 도발적(?)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예술가에게 예술이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거예요. 무대에 섰을 땐 무한한 행복을 맛보지만, 무대에 서기 위해 연습하는 시간은 고통의 연속이죠. 저는 남들처럼 특별한 취미도 없어요. 연습하고 남는 시간에도 음악감상과 같은 음악적 행동들을 지속해요. 음악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얼마 전 인터넷으로 페이스북(facebook)을 시작했었는데, 너무 시간을 많이 소모되는 것 같아 1주일만에 관뒀어요."

꿀띠쉐프는 한국 관객들과의 재회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수상자 갈라콘서트 일원 중 한명으로 무대에 섰던 첫 번째 방한과 달리 이번 공연은 온전한 한 사람의 연주자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로워 보였다.

"지난 2년 사이 한국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하지만 예술가로서의 제 위상이 오르고 음악적으로 보다 성장하는 등 제 자신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아울러 한국 클래식관객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 기대가 큽니다. 스크리아빈 같은 러시아 작곡가를 많은 한국인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연주자나 청중이나 모두 '음악을 한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습니다. 이번 무대에서 한국관객들과 즐겁게 교감하고 싶습니다."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 쇼팽의 △Polonaise 5번 F# minor, Op.44 △Nocturne in C sharp minor, Op. 27, No.1 △Nocturne in E flat Major, Op. 55, No.2 △Etude G-Sharp minor Op.25 No.6 등을 연주한다.


[머니투데이와 함께 하는 미로슬라브 꿀띠쉐프 내한 콘서트]

◇ 일 시 : 2010년 11월 28일(일) 오후 8시
◇ 장 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출 연 : 피아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 지휘 김동수, 연주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 주 최 : 머니투데이, 코리아 차이코프스키협회,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국제콩쿠르 수상자협회
◇ 문 의 : 02) 497-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