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부회장, 'C레벨' 외국인 임원 전원교체 이유는?

LG전자 (90,800원 ▲200 +0.22%)가 외국인 임원 영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던 실험이 사실상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LG전자는 30일 조직개편을 통해 최고인사책임자(CHO) 등 5개 C레벨(Chief, 부사장 이상 최고책임자)의 외국인 임원이 용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물러나는 C레벨 외국인 임원은 더모트 보든 CMO(최고마케팅책임자), 토마스 린튼 CPO(최고구매책임자), 디디에 쉐네브 CSCO(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 피터 스티클러 CHO(최고인사책임자), 브래들리 갬빌 CSO(최고전략책임자) 등 5명이다.

CMO, CPO, CSCO는 내년초까지 순차적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고, 아직 계약기간이 1년가량 남은 CHO와 CSO는 이번 다른 외국인 임원 용퇴와 맞춰 물러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외국인 C레벨 임원들의 대거 퇴진과 관련 "외국인 임원들의 영입을 통한 글로벌 역량 강화가 충분히 달성해 이를 내재화했고, 일정 기간만 외국인 임원들에게 맡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던 점을 들어 자연스러운 퇴장"이라고 밝혔다.


또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리더십과 조직 장악력, 위기극복 능력이라는 점을 들어 구본준 부회장 체제에서 확고한 스텝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교체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 체제에서 적극 영입됐던 외국인 C레벨을 통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신체제로의 전환가 함께 대대적인 물갈이가 단행됐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남 전 부회장 당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최고경영진의 70%를 외국인으로 채우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이를 실행했다. 인정중심이 아닌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와 토론과 현장분석 활성화 등의 긍정적 평가와 함께 내국인과 외국인의 융화 부족 등의 문제점도 제기됐었다.

특히 C레벨의 대거 영입에도 불구하고 LG전자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C레벨 영입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면서 이번 조직개편에서 대거 퇴진하게 됐다.

이에 따라 C레벨 역할 대부분은 CEO 직속으로 편제됐다. CEO 애래 경영혁신 부문(품질, 6시그마, 서비스, 구매)과 글로벌마케팅 부문(브랜드제고, 판매역량 강화, SCM, 물류)을 두고 C레벨의 업무를 국내 임원들이 맡게 됐다.

최고전략업무는 구본준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기존 CSO와 CGTMO(최고유통책임자) 자리도 폐지됐다. CHO는 피터 스티클러 씨에서 강돈형 전무로 교체됐고, CSCO와 CMO는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이 통합해 맡게 됐으며, CPO는 경영혁신부문장이 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LG의 외국인 C레벨 영입을 통한 글로벌 기업화의 실험은 국내 어느 대기업도 해보지 못한 것으로 의미가 있었다"며 "이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져야 했으나 그러지 못해 절반의 성공으로 남게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