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공교육 정상화' 동참 기류

대학입시 흐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 동안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우수학생 선발을 위해 외고 등 특목고 학생들을 '입도선매'해 왔고, 이에 따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누가 뭐래도 내 아이는 특목고에 보낸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돼 왔다.

그러나 연세대가 2012학년도부터 특목고생 입도선매 전형으로 불려온 '글로벌리더 전형'을 폐지키로 하는 등 대학들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특목고 우대정책을 거둬들이고 있어 무조건 특목고·자율고만 고집하는 학부모들의 경우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동노 연세대 입학처장은 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잠을 자고 밤에 학원가서 공부하는 현재 상황은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돼 있다"며 "교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방향으로 입학전형을 고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당장 올해 입시에서 '스펙쌓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학생부 이외의 자료는 서류평가에서 반영하지 않고 있다. 몇몇 전형을 빼고는 토익, 토플, SAT 등 공인영어시험 성적도 보지 않는다.

2012학년도 전형의 경우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 흐름이 더 뚜렷하다. 연세대는 사실상 특목고 우대 전형으로 인식돼 온 '글로벌리더' 전형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성적지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사추천과 100% 면접으로만 뽑는 '창의인재 전형'도 신설한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경우 모두 내신으로만 3배수를 걸러 학교교육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화여대도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2012학년도 입학전형을 짜고 앞으로도 이런 흐름을 지속·강화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화여대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고교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 자료를 평가에 적극 활용하는 '자기계발우수자 전형'을 신설한다. 전국의 일반계고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지역우수인재전형'도 심화·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입시변화 흐름은 지방 일반고에 유리하고 외고 등 특목고에 불리한 것이어서 특목고와 특목고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김 처장은 "교내에서도 반발이 있었고 외고에게는 연세대가 거의 공적이 돼 있다"며 "하지만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 때문에 총장님도 동의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공교육 정상화 방향의 입시변화 흐름이 전체 대학입시의 '대세'로 자리잡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2012학년도부터 학교장 추천제인 '지역균형 선발전형'에서 내신으로 모집인원의 2배수를 뽑던 1단계를 폐지했다. 아직 2012학년도 전형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고려대도 입시전형의 큰 틀을 '외고 우대' 논란을 불러온 올해와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김동노 처장은 "서울대, 고려대 등 다른 대학 입학처장들도 공교육 정상화 방향에 모두 동감하고 있다"며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과 협의해 같은 방향으로 힘을 합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