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강만수 변수'…금융지주회장인선 새국면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차기 회장 선정 작업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상황이 변한 탓이다.

무엇보다 '강만수 변수'가 사라진 게 가장 큰 변화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권 인사의 '핵심 키(열쇠)'로 부상한 게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다.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3대 지주사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등 금융권의 관심은 그에게 쏠렸다.


이랬던 강 위원장이 "금융지주회장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표명하면서 구도 자체에 변화가 생겼다. 강 위원장은 지난 1일 "애초부터 금융지주회사 회장직을 맡을 생각이 없었다"는 뜻을 측근인사를 통해 전했다. 금융권에선 유력 후보의 자진 사퇴로 읽었다.

'강만수 변수'가 사라지자 금융권 인사는 다소 조용해진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강의 후보가 사라지면서 마땅한 경쟁자가 새로 나타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이팔성 회장의 연임 분위기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당초 '강만수 vs 이팔성' 얘기가 나왔지만 강 위원장이 링에 오르지 않아 대결 성립 자체가 어렵게 됐다. 김승유 하나금융회장의 연임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신한금융도 '강만수 변수'가 사라지면서 구도가 정리되는 양상이다. 강 위원장은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유력 후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경쟁자가 있지만 강 위원장이 뜻을 밝히면 게임이 끝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과 류시열 신한금융지주 회장 대행의 '1대1 구도'로 정리하고 있다. 이를 두고 '파벌 싸움'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인사는 "조직적으로 밀어주는 식은 아닐 것"이라며 "그래도 심정적으로 지원하는 후보는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사라진 '강만수 변수' 대신 '김석동 변수'가 추가된 게 관전 포인트다.

설 연휴 직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신한을 향해 던진 강한 경고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 위원장의 경고가 겨냥한 지점은 '파벌 싸움'이다. 그는 "개탄스럽다"고 했다. 파벌의 주체는 이른바 '신한 3인방'이지만 타격은 라응찬 전 회장쪽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영향력을 행사해온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제3의 카드가 부상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의 언급 중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또 있다. "신한금융이 CEO 유고 사태까지 발생했는데도 (곧바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3월 주주총회까지 괜찮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란 대목이다.

지난 5개월간 신한이 보여준 행동에 대한 질타지만 현 과정에 대한 불만도 포함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속히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모습이 아니라 주주총회때까지 회장을 뽑으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8일 특위에서 3~4명의 숏리스트(최종 후보군)를 정하고 14일 특위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하는 일정이 조정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도가 정리되고 속도를 내면 8일 특위에서 결정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