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원전' 전략 벤치마킹.. 명예회복 총력

지난 2009년 일본 열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를 한국이 수주했다는 소식이다.

조선, TV 가전 등에 이어 '난공불락'의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원전기술마저 한국에 뺏긴 일본의 자존심은 무참히 찢겼다. 업계와 야권의 비난은 정부에 꽂혔다.


그로부터 1년여 안된 현재. 일본 대표 원전 건설기업인 도시바의 사사키 노리오 사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터키 정부는 확실히 도시바의 개량형 비등경수로(ABWR) 방식 원전 건설을 원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무엇보다도 성사직전이던 한국의 수주 가능성을 원점으로 돌렸다는데 흡족함을 드러냈다.

일본이 재역전에 다가선 이유는 사사키 사장의 답변속에 들어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터키 원전 수주 여부는 일본 정부의 리스크 보장 조건에 달렸다"며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은 자존심 상한 일본이 한국을 철저히 벤치마킹해 찾은 해답이다. 간 나오토 총리를 필두로 한 관과 민이 머리를 맞대고 패키지 인프라 수출인 한국식 전략을 분석했다. 일 정부는 이어 원전, 고속철 등 인프라 수출을 신성장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적극 지원에 나섰다.

터키 원전 수주가 일본 쪽에 유리해 진 것도 국책은행인 국제협력은행(JBIC) 등을 동원한 일본 정부의 파격적인 금융 패키지 지원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특유의 미세한 영업 전략도 더했다. 단순히 건설과 기술 수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인프라 개발, 운영 관리 노하우 제공, 컨설팅, 기술 교육 및 인재 육성 등 패키지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선 지난달부터는 민관 협력 형태의 개발도상국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민간기업의 개도국 연수생 연수비용을 정부가 50% 부담키로 했다. 원자력발전소는 물론 철도 건설 사업과 우주산업 등 고도의 지식과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을 대상으로 일본 내 연수비용 및 현지 교육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미래의 고객을 대상으로 기술 교육을 제공하고 인재를 육성함으로써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기술에 이해를 가진 인재를 늘려 시장을 넓혀 나가겠다는 의도다. 일본 정부의 새해 예산안에도 개발도상국 산업인력 육성 지원 사업비로 25억9000만 엔이 계상돼 있을 정도다.

후지산케이비즈니스는 원전 등 인프라 수출을 위해서는 기술력이 약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중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인재 육성을 통해 경쟁국과의 차별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가격 인하 경쟁을 피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성장하는 신흥국의 인프라 수요는 아시아만 해도 2030년까지 최대 8조3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일본의 이같은 전략이 빛을 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