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딜 참여 IB, '골치는 아프지만…'

국내외 IB하우스들이 매력은 낮고 성사 부담만 큰 한국전력 (21,050원 ▲150 +0.72%)공사의 KPS 지분 매각 주관사 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골치 아픈 KPS 문제를 해결해 발행시장의 '큰손'인 한전과의 관계를 강화하면 향후 추가 거래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3번의 실패..매력 낮은 한전KPS 딜


한전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2012년까지 한전KPS 지분을 60%까지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09년부터 두 차례 공개 입찰과 한 차례 블록세일(대량매매)를 진행했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해 모두 실패했다.

거래가 잇따라 실패한 까닭은 한전이 경직된 자세로 욕심을 부리다 매각 시점을 놓쳤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3년 묵은 KPS 지분 매각 거래의 성사 가능성은 최근 더욱 낮아졌다는 평이다. 실적 리스크가 현실화되며 주가가 최근 3개월간 30% 이상 급락한데다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 올릴 마땅한 호재도 없기 때문이다.

한전KPS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로 이미 코스피 평균보다 50% 이상 높아 주가 상승 여력도 적은 편이다. 지난해 예상 순이익은 1108억원, 올해 예상 순이익은 1190억원으로 성장세도 정체 국면이다.

경직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전의 자세도 부담이다. 한전은 매각 실패에 대한 안전장치로 주관사가 매각에 실패할 경우 미매각 물량을 떠안는 백스톱(back-stop) 조건 제시를 요구했다. 내년까지 지분 처리를 완료해야 해 시중 매각이 실패할 경우 주관사에 떠 넘기겠다는 심산이다. 주관사의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

리스크가 크면 보상도 커야 하는 법이지만 이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공기업 관련 딜이라 수수료도 일반 딜에 비해 낮게 써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실무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보통 블록세일의 경우 매각 금액의 50bp 가량을 수수료로 받지만 공기업 딜은 이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기준 할인율보다 낮은 할인율에 매각을 성공할 때 추가로 받는 성공보수도 기대하기 어렵다.

주관사 입장에서도, 시장의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번 KPS 지분 매각 거래는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주관사 후보들은 실제 입찰에 참여하며 거의 백스톱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 대신 교환사채(EB) 발행이나 타 증시에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떡밥'에 관심..한전과 관계 강화 포석

주관사 후보들은 한전KPS 외적인 요인을 감안해 이번 딜에 참여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까다로운 한전 관련 거래를 맡음으로써 자본시장의 큰손인 한전과의 관계를 돈독히 다지겠다는 계산이다.

한전은 매년 5억~10억달러 가량의 해외채권을 찍어내는 채권시장의 '큰손'이다. 또한 잇따른 적자로 인해 채권 발행을 통해 자본조달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주관사 입장에서는 한전의 채권 발행을 주관하면서 꾸준히 트렉레코드를 쌓음과 동시에 실리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다수의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전KPS 딜에 등장한 이유 중 하나다.

한전KPS 매각 외에 한전이 보유한 한전산업개발, 한전기술, LG유플러스 등의 잔여지분 블록딜도 구미가 당기는 요인이다. 한전은 현재 80%인 한전기술 지분율을 2012년까지 60% 이하로 줄이고 한전산업개발 지분 29%도 이 기간까지 매각할 계획이다. 아울러 보유중인 LG유플러스 지분 7.46%도 매각해 추가 수익을 확보할 방침이다.

한전기술 지분 20%(764만주)의 가치는 현 주가 기준 57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한전산업개발 지분 29%은 997억원, 유플러스 지분 7.46%는 2189억원 규모다. 모두 합하면 1조원에 가깝다. 이들 지분의 매각 거래에 모두 참여한다면 트랙레코드를 쌓는 것은 물론 짭짤한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한전의 비상장 자회사들의 상장도 IB들이 놓칠 수 없는 거래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등 한전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들을 상장 가능한 후보로 꼽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IB 관계자는 "한전KPS 딜 자체만 놓고 보면 매력적이지 않지만 한전과 관련한 부가적인 딜들이 많다"며 "골치아픈 한전KPS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차후 한전 관련 딜에 참여할 때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