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대신 '물가'…대형마트 주유소 확산될까

↑롯데마트 주유소

불붙은 기름 값에 정부가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 의지를 거듭 밝히고 나섰다. 그간 소상공인 보호라는 '상생' 논리에 막혀있던 대형마트의 주유소 사업이 치솟는 유가에 '숨통'이 트이는 모양새다.

그러나 기존 대형마트 가운데 주유소를 열만한 여건이 되는 부지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에 따른 유가 안정 효과는 실제 크지 않은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유가 안정을 위해 정유사 표시가 없는 자가 폴 주유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대형마트 셀프주유소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경부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주유소 휘발유는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76원 저렴하다. 자가 폴 주유소는 리터당 33원, 셀프주유소는 리터당 29원 싸다.

정부는 2008년 3월부터 기름값 안정을 위해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을 권장해왔다. 그러나 영세 주유소들의 반발에 부딪혀 대형마트 주유소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 정책에 혼선을 빚어왔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대형마트와 주유소 간 거리를 일정 간격 이상 띄우도록 하는 고시를 제정해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을 제한했다.

그러나 최근 기록적인 물가 급등에 중동 사회 혼란으로 기름 값까지 치솟으며 정부가 상생보다는 유가안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최근 관련법을 개정했다. 지경부는 지난해 12월 기름값 안정을 위해 지방정부 고시보다 상위법인 석유 및 대체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광역시 이상 지역에서의 대형마트 주유소 관련 거리 규제를 해제했다.

이에 대형마트의 주유소 사업 재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주유소 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는 롯데마트다. 울산점, 광주광역시 첨단점, 서대전점 등 3곳에 주유소를 연내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에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롯데마트 외에 타 업체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난해 'SSM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홈플러스는 주유소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마트는 올해 중 순천점 한 곳에만 주유소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대형마트들이 주유소 개설에 소극적인 이유는 정부의 규제해제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제약요건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주유소를 설치하기 위해선 최소 700㎡(212평) 규모가 돼야 하나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부지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대형마트 주유소 관련 거리 규제를 해제했다고는 하지만 학교, 공동주택 등과의 이격거리 때문에 문제되는 마트가 많은데다, 주민민원에 따른 지자체의 반대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국에 400개가 넘는 대형마트가 있지만 주유소를 열려면 외곽에 부지가 있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해 주유소를 열 수 있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특히 수도권의 경우는 부지가 더욱 부족한 실정에서 이번 정부의 대책은 실효성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마트는 구미·수지 등 2곳, 이마트는 기흥·통영·포항·구미·군산 등 5곳, 농협 하나로클럽은 양재·성남·고양 등 3곳으로 총 10개의 대형마트 주유소가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