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인수, 롯데-포스코-CJ 신경전 '치열'

대한통운 본입찰을 앞두고 포스코 (393,500원 ▼7,500 -1.87%)와 롯데그룹, CJ (136,000원 ▼2,900 -2.09%) 등 인수 후보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예비입찰에서 가장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는 우위를 자신하고 있으나, 사업 시너지를 내세운 포스코와 CJ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11일 대한통운 매각 주관사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마감된 예비입찰에서 롯데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냈고, 이어 포스코와 CJ 등의 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가격은 17만원대, 최저 가격은 15만원을 약간 웃돈 수준으로 전해졌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롯데그룹이 다소 우위를 보이고 있는 듯 하지만 본입찰이 남아있어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수가격이 조정될 여지가 있는 데다, 대한통운 육성방안도 중요한 평가항목이어서다. CJ가 최근 '전문 물류기업 인수론'을 들어 여론몰이를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관훈 CJ 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CJ가 명분과 자금 모든 면에서 대한통운 (111,400원 ▼1,500 -1.33%) 인수의 적임자라고 본다"고 밝혔다. CJ같은 전문 물류기업이 대한통운을 인수해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고, 국가경제 활성화 차원에도 보탬이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CJ는 자금조달능력이나 시너지 면에서 포스코와 롯데에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있었던 터다. 대한통운 노조는 인수 후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CJ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이런 점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와 포스코는 "크게 신경쓸 일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한편에선 CJ의 행보에 적잖은 관심을 두고 있다. 당장 다음달로 예정된 본 입찰에서 CJ가 인수가격을 어느 정도까지 올릴 지가 관심사다.

M&A업계 관계자는 "CJ가 예비입찰 때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했으나, 최근 움직임을 보면 다음달 본입찰에서는 가격을 다소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각주간사 등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차원에서 인수의지를 재차 언급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롯데와 포스코는 대한통운 인수가격이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 보다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내부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롯데 역시 본입찰에서 인수가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그간 참여했던 인수합병(M&A) 딜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금액을 제시, 번번히 고배를 마셨으나 이번만큼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후 지휘하는 첫번째 M&A라는 점에서도 의지가 높다는 전언이다.

한편에선 롯데가 대한통운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에 관심을 두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시너지 강화방안을 충실히 준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포스코는 오너들이 직접 나선 롯데 CJ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게 사실이나, 그룹 시너지에서는 어느 후보보다 강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는 원료비를 제외한 비용 중 약 25%가 물류비로 지출될 정도로 큰 부담을 져왔다. 3년 후면 물류 비용이 현재의 두 배로, 2020년이 되면 세 배까지 늘어난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인도와 인도네시아, 멕시코, 브라질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 거점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자체 물류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대한통운 인수의 당위성으로 들고 있다.

포스코는 '물류기지-운송-사회인프라' 등 계열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너지 경쟁에서는 가장 앞선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