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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카드·2011년 저축銀…"불길한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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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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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0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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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사태, 금융당국 비리·감독부실 겹치며 상황 악화

#금융시장의 호흡이 급박하다. 저축은행 가운데 최우량급에 사실상 뱅크런이 났다. 둑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이런 식이면 어느 금융기관이 버티겠느냐"는 한탄도 나온다. 시장이 매우 민감해져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감이 좋지 않다"고 한다. 카드사태 때 경험했던 '구성의 오류'가 보인다는 지적이다. 각자는 열심히 뛰는데 그 결과는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검찰대로, 금감원은 금감원대로, 더욱이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각자 뛰는 양상이다. 지금 상황은 원론적 대응, 원칙론보다 강도와 시기를 조절하는 현실론이 절실하다.

# 2003년 3월 터진 SK글로벌 분식 회계 사건. 분식 규모만 1조5587억원에 달했다. 재계 대표 그룹의 분식 회계는 충격, 그 자체였다. 국가 신인도까지 흔들렸다. 게다가 이라크 전쟁, 북핵 등 대외 불안 요인과 맞물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경제부총리 등이 "대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검찰은 원칙을 강조했다. '원칙에 따른 투명한 수사'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원칙론을 강조했다.

의도하지 않았던 사태가 나타났다. 금융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이른바 카드사태가 닥쳐왔다. 근본 원인은 카드 남발 등이었지만 상황적 점화 버튼이 된 것은 SK글로벌 분식 회계 사건과 원칙론이었다.

카드채 거래가 멈추고 대형 카드사들이 넘어지는 천문학적 비용을 치러야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시를 회고하며 "아주 약한 부분부터 무너지게 마련"이라며 "SK글로벌 분식 회계 사건이 카드 사태의 단초가 될 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최근 8년전의 모습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초 무더기 영업정지 후 진정 기미를 보였던 저축은행 사태가 다시 급박해졌다.

원인은 두말 할 것 없이 저축은행 자신들에게 있다. 무리한 투자, 부실 대출 등으로 속이 곪았다.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는 상상을 초월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비리와 감독 부실까지 겹쳤다.

이때 검찰이 등장했다. 비리와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다. 여느 때와 다르게 대검찰청 중수부가 나섰다. 시장이 민감해진 상황에서 의정부지검은 제일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적발해냈다. '수사 개가'였지만 저축은행 시장은 순식간에 살얼음판이 됐다.

# 제일저축은행은 튼실한 회사로 불려왔다. 5년간 흑자를 냈고 부실여신비율(6.1%)이 업계 평균(10.6%)보다 낮다. 이런 회사가 검찰의 발표 하나에 흔들렸다. 지난 3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이 제일저축은행 임직원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개인 비리가 핵심이었는데 여론은 저축은행의 대출 비리로 오독했고 제일저축은행은 돈을 찾겠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쳤다.

다음날 곧바로 고양지청이 "검찰수사는 제일저축은행 임직원 등의 개인 비리에 한정된 것이었고 전반적 부실 불법 대출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좀체 진정되지 않았다.

# 최근 불거진 대검 중수부 폐지론도 시장을 우려하게 만든다. 대검이 사활을 걸고 존재 이유를 보이도록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대검이 공을 들인 정도가 예전 수사와 다르다는 평이다. 자료 하나, 문구 하나에 정성을 쏟았다. 전직 관료는 "검찰이 사활을 걸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부실 감독'이란 평가를 받으며 도마 위에 오른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향후 검사 땐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 뭔가를 보여줘야 할 판이다.

# 문제는 전체 조율을 할 컨트롤(조정) 타워 기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직 관료는 "과거 복잡한 문제가 터지면 청와대가 부처간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의 경우 파장 등을 고려해 여러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 부처별로 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청와대가 일정 정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 구성원간 '구성의 오류'를 방지해야 하는 것이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다. 경제부처와 검찰 등의 역할에서 시기와 강도, 방법 등을 조정해줄 곳은 청와대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찰이 엄정 수사를 하고 감독원이 엄정 감독을 하는 등 개별적으로 보면 옳은 행동을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4일 금감원을 전격 방문, 강한 질타를 했다. 그러나 잔뜩 민감해진 시장은 어떤 메시지를 받을까. 금융권 관계자는 "비리 척결, 개혁 등은 원론적 언급이겠지만 행여 대통령의 의지가 잘못 읽힐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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