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민들에게 송구스럽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당시 후보단일화의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곽노현 교육감이 29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유-초-중등 교장 및 관급 교육전문직임명장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홍봉진 기자

지난해 교육감 선거 관련 금품을 건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서울시의회 '제233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 출석, "부덕의소치로 서울 시민들에게 걱정과 심려 끼치게 돼 몹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이날 '서울특별시 교육비 특별회계 세입·세출 추가 경정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에서 이 같이 밝혔다.


당초 이번 회의에서 향후 거취 및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건넸다는 2억원의 출처에 관한 입장 표명이 있지 않을까 예상됐지만 곽 교육감은 교육청 추가 경정안 제출에 따른 협조를 요청하는 연설문만을 담담히 읽어 내려갔다.

곽 교육감은 "우리 교육청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시민과 학부모에게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다양한 혁신적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서울 교육의 새 도약과 발전 토대를 만들고자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통해 발전교육을 작성 중이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이어 "이런 노력들이 보편적 교육복지 성격의 무상급식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시민들이 준 것"이라며 "앞으로 공교육의 본질과 책무성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곽 교육감은 또 "어려운 재정 여건을 감안해 전시성, 낭비성 사업을 과감히 구조조정했다"며 "의원님 한분 한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나라당 소속 일부 시의원들은 곽 교육감의 거취 표명 요구와 함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상묵 서울시의원(한나라당)은 "서울교육의 수장으로서 미래 세대를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이 금품 수수 혐의로 출국 금지되고 사법기관의 수사대상자로 전락했다"며 "사퇴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감을 참석시킨 건 서울시민에 대한 모독이다. 본회의 출석 요구안이 철회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주영길 의원(한나라당)도 "곽 교육감은 즉시 사퇴해야 한다"며 곽 교육감 사퇴를 압박했다.

한편, 곽 교육감은 이날 오후 2시쯤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출석했지만 오전에 이어 거취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고 오후 3시20분쯤 곧장 서울시의회 청사를 떠났다.

앞서 검찰은 교육감 선거 단일화를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교수는 교육감 후보 사퇴 대가로 올해 2~4월 5, 6차례에 걸쳐 자신의 동생을 통해 곽 교육감의 측근인 방송통신대 법학과 강모 교수로부터 2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곽 교육감은 선의로 2억원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그 출처에 관해서는 일절 밝히지 않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건넨 2억원 가운데 일부가 교육감 판공비를 비롯한 공금에서 조성됐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계좌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