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미국發 급락 쇼크 없었다"

이달 초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쇼크 직후 동요하던 부동산시장은 이내 중심을 잡았다. 지난달말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증가한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은 반짝 오름세를 멈췄지만 급락세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이는 2008년 가을 리먼브러더스사태의 영향으로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수억원씩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서울아파트 시가총액은 3개월간 25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코스피지수 2100선을 기록하던 국내증시가 스탠더드&푸어스(S&P)의 미국 국채 신용등급 하향 조정 이후 1800대로 하락한 것과도 사뭇 다르다.


다만 신규아파트 분양시장은 울상을 짓는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아파트중도금 집단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져 '가을장사'를 준비하던 건설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다져진 집값, 미국발 쇼크 없었다
31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의 아파트값은 오히려 전달 대비 0.05% 올랐다. 앞서 전국 아파트값 변동률은 지난 5월 0.02%, 6월 0.03%, 7월 0.06%로 이달과 비슷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에도 주택시장이 흔들리지 않은 것이다.

서울아파트값도 마찬가지다. 8월 한달간 서울아파트값은 0.03% 떨어졌지만 이는 지난 3월 이후 가장 낮은 하락폭이다. 올 1월(0.07%)과 2월(0.06%) 상승한 서울아파트값은 3월 이후 지난달까지 마이너스 변동률(월 -0.07∼-0.11%)을 보였다. 재건축아파트시장도 큰 변동이 없었다.


서울 재건축아파트값은 이달에 0.03% 떨어졌지만 지난달(-0.06%)보다는 하락폭이 줄었다. 송파구의 경우 가락시영아파트의 종상향 추진을 재료로 지난주 오름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집값이 단기 급락한 후 수차례 등락을 거듭하며 조정이 이뤄져 이번 미국 신용등급 강등사태 여파가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통상 8월은 부동산시장의 비수기로 주택거래가 적은 것도 금융시장에 비해 충격이 덜한 요인으로 꼽는다.

이호연 부동산114 팀장은 "최근 2∼3년간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20∼30% 떨어지며 바닥을 다져 당초 우려보다 미국발 금융쇼크 영향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가파르게 오른 것도 집값 급락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시장, 돈줄 말라 '울상'
가을 성수기를 맞아 신규분양을 준비하던 건설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의 지시로 은행들이 중도금대출 조건을 강화하면서 분양사업협약 체결이 까다로워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전국에서 아파트 약 2만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지만 이중 상당수가 분양일정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은행들이 중도금 집단대출 승인조건으로 시공사 연대보증을 요구하고 있어 중소건설사는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분양이 임박한 사업장의 중도금대출 협약을 미리 체결한 만큼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하지만 사실상 정부가 가계대출 금지령을 내린 것이어서 대출협약 체결 전인 건설사는 사업연기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