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진출 ‘KT 클라우드센터’ 윤곽

KT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준비 중인 클라우드 센터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독립 법인 설립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KT 이석채 회장은 지난 5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IT CEO포럼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과 동반 진출을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추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서정식 KT클라우드추진본부장

이 회장은 평소에도 여러 강연을 통해 “휴대용 컴퓨터 모바일 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며 “네트워크 컴퓨터로 클라우딩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갈 것이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클라우드 센터 독립 법인 설립은 SK플래닛의 출범 등 이통3사의 탈통신이 가속화 되는 상황에서, KT가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본격적인 쟁탈전에 돌입하는 셈이다.

KT는 현재 소프트웨어(SW) 수출 전문 자회사 형태로 미국에 클라우드 독립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신규 자회사의 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미 사내에서 통용되고 있는 KT DevCo(Development Company, 가칭)가 유력하다. 이르면 이번 달 내에 미국에 독립 법인 설립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KT 클라우드 전략팀 관계자는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한국이 아닌 미국에 독립 법인 설립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며 “미국 연구 센터를 통해 글로벌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함께 수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DevCo는 클라우드 분야의 핵심 연구를 담당하게 될 R&D 센터를 중심으로 기존 KT 솔루션을 글로벌 솔루션으로 재탄생시키는 역할도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해외 시장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마케팅과 영업에 적용하는 역할까지 맡게 된다.

DevCo의 KT클라우드 기술 개발엔 KT 계열사인 KT 이노츠와 넥스알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어서 일각에서 DevCo 계열사로 편입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2010년 1월 KT와 티맥스소프트의 합작 법인으로 설립된 KT이노츠는 앱 개발을, 2010년 12월 KT가 60여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클라우드 전문 벤처기업 넥스알은 빅데이터(대용량 분산 저장 및 처리 기술) 관련 개발을 맡는다는 복안이다.

KT 관계자는 “넥스알과 KT이노츠가 미국에 동반 진출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두 업체가 해당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역할 분담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역할은 논의 단계다”고 밝혔다. 이어 “두 회사 외에 또 다른 회사가 관여돼 있지만 아직까지는 얘기가 진행 중인 단계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언급한 또 다른 회사가 미국법인인지 한국법인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KT 탈통신화의 첨병을 맡게 될 DevCo의 수장으로는 서정식 클라우드추진 본부장(상무)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등을 거쳐 2007년 KT에 합류한 서 본부장은 최근 KT의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를 이끌어 오며 내부에서 40대 젊은 임원의 강한 추진력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이에 대해 KT 클라우드 전략팀 관계자는 “아직 거론 단계고 결정이 돼봐야 아는 것 아니겠냐”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 서 본부장은 미국의 클라우드 독립 법인과 관련해 국내에서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외에 넥스알의 한재선 대표이사도 DevCo의 총괄 CTO(최고 기술 책임자)로 합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