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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학교 교사들 "우리 모두가 범죄자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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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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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채용시험 유출 의혹도 제기

(광주=뉴스1 김한식 기자)
인화학교 교사들이 채용과정 의혹규명을 요구하는 1인시위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피겟. News1 김한식 기자
인화학교 교사들이 채용과정 의혹규명을 요구하는 1인시위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피겟. News1 김한식 기자


"성폭행 교사라는 억울한 오명을 뒤집어쓴 채 평생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할 뿐입니다."

1일 오후, 자신을 인화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남자로부터 기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너무 억울하기도 하고 답답합니다만 마땅히 누구에게 하소연할 곳도 없어서 고민하다 전화를 걸었습니다. 많이 바쁘시겠지만 학교로 와 주실 수 없겠습니까."

거의 애원조의 목소리로 부탁하는 그 교사의 전화를 끊고 찾은 광주시 광산구 삼거동 인화학교 교정은 겉으로는 평온해보였다. 정문도 활짝 열려 있있다.

이미 학생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떠난 뒤여서 학교에는 교사와 직원들만 남아 있었다. 학교 구석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는 무리들이 눈에 띄었다. 교무실로 올라가자 외부인의 등장을 경계하는 직원들의 눈초리가 매서웠다.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들 이야기라도 좀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시라고 했습니다."

교무실 옆 사무실에 모인 5명의 남녀교사들은 처음에 서로 눈치를 보며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에서야 한 남자 교사는 "31일 인화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광주시교육청이 발표한 중등특수 교사 채용에 많은 의혹과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면서 입을 열었다.

이 교사는 이어 "이번 특별채용 과정에서 사전에 시험문제가 유출된 정황이 있고, 특정 교원단체에 소속된 교사들만 채용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머지교사들도 일제히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특별채용에는 인화학교 중등부 교사 9명이 지원했다.

"시험당일 1교시 수업지도안 작성을 마친 뒤 점심을 먹고 수업실연 시험을 기다리면서 함께 응시한 선생님이 복사해온 자료를 보게 됐습니다. 자료 첫 장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사의 대처방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 문제가 3교시 면접시험에 나오더라고요. 더 놀라운 건 조금 전 1교시 수업지도안 작성시험에 제시된 기본교육과정 국어3의 '광고를 생활에 활용하기' 의 자료가 끼여 있었다는 겁니다. 아주 충격이었습니다."

한 여교사는 "1교시 시험문제와 똑같은 자료를 복사해서 갖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놀라워서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더니,'(함께 시험에 응시한) 다른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다'라고만 답했다"고 했다.

이어"정신지체 장애아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진 기본교육과정의 교재 종류가15과목도 넘는 상황에서 시험문제와 정확하게 똑같은 자료를 미리 갖고 있었다는 것은 사전에 시험문제 정보가 유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기본교육과정은 정신지체 장애아를 위한 교과서입니다. 청각장애인들은 단순히 듣지 못하고 말을 잘 못할 뿐 지능은 정상적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일반 학생들이 배우는 '공통교육과정'의 교과서에서 문제가 출제될 줄 알았는데 전혀 엉뚱한 교과서에서 문제가 출제돼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험에 합격한 선생님들이 기본교육과정에서 출제될 것이라고 미리 예측하고 자료를 준비했다는 건 도저히 이해가 안돼요."

교사들은 또 이번에 채용된 교사 4명 모두 특정 교원단체에 가입한 회원들이라는 점에도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그중 일부 교사는 인화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기본교육과정 국어3 교과서'를 시험보기 3~4일전에 대여했으며 이들은 미리 자신들이 속한 특정교원단체 사무실에 모여 시험에 대비한'스터디'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또 광주시교육청이 당초 5명을 채용하겠다고 해놓고서는 1명을 탈락시킨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인터넷을 하던 한 교사가 뭔가에 놀란 듯 큰 소리로 외쳤다.

"보세요. 방금 S중학교에서 기간제 특수교사 중등교사 채용공고가 떴어요. 이럴 줄 알았습니다. 모두 시나리오대로 이뤄지네요."

그 교사는 "사실 1명을 탈락시킨 뒤에 조만간 다른 특정교사 1명을 기간제 교사로 채용해 그 자리를 채우려 한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떠돌아 다녔는데 정말 딱들어 맞았네요"라면서 "이렇게 자기들끼리 짜고 교사를 뽑으려고 하려면 뭐 하러 공개채용 했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 교사들은 이 같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오후부터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교사 채용 소식으로잠시 흥분한 교사들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온갖 역경을 견디며 왔는데 학생들이 떠난 지금 교사들끼리'떠난 자'와 '남는 자'로 구분돼야 하는 현실이 고통스럽다"며한 교사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이번에 채용된 선생님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곳에서나마 상처받은 아이들을 잘 가르쳐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단지 각종 의혹을 낳고 있는 채용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정말 특정단체 소속 교사를 채용하기 위한 절차였다면 남아있는 우리는 뭡니까. 아이들을 성폭행한 교사여서 시험에 떨어진 것으로 오인 받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그게 너무 억울합니다."

15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한 남자 교사는 "학생들을 성폭행하고 각종 불법을 저질렀다는 소식은 솔직히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면서 "묵묵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사도의 길을 걸어온 많은 교사들이 소수 교직원들의 범죄로 인해 모두 성폭행교사, 폭력교사로 취급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저도 특정교원단체에 가입해 있지만 이번에 채용된 선생님들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아 아마 이번 채용에 합격하지 못한 것 같다"고 씁쓰레하면서 "마녀사냥식의 무수한 보도와 주변의 손가락질에 제대로 대꾸 조차할 엄두와 용기조차 못내고 있다"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학교가 폐교되면 어디가서 다시 교사 일자리 얻기도 불가능해실업자 신세가 될 것이 뻔합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감, 두려움 때문에 요즘엔 잠도 못잔다"면서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지만 '인화학교'에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했다.

"솔직히 사립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재단이나 법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생활하는 교사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교사도 생활인이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 '눈 닫고 귀 닫고' 사는 것이죠. 우리에게 죄가 있다면 더 일찍 인화학교를 그만두고 공립학교를 찾아 떠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개인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두려고 했다는 한 여교사는"행여 우리가 교사 채용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로 밥그릇 싸움한다고 비춰질까봐(기자에게) 연락할까 말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부디 절대 그런 뜻은 없으니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발 인화학교에 다녔다는 것 자체만으로 성폭행을 당했을 것이다, 또 근무했다고 해서 모든 교직원들을 파렴치 범죄자로 취급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인화학교 교사들은 자포자기한 심정이라고 했다. 비록 학교 법인 측에서 행정당국의 조치에 법적 대응을 강행하더라도 학생들이 떠나고 없는 학교에 과연 교사가 필요하겠느냐고도 했다.

취재를 마치고 일어서려는 기자에게 한 여교사는 "나름대로 봉사와 사명감을 갖고 평생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특수학교 교사가 되려고 했는데 자칫 여기서 그 꿈을 접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쉽다"고 울먹였다.

학생들이 모두 떠나고 학교가 폐쇄된다 하더라도 인화학교 구성원들에게 남은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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