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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장애'앓던 38년 구두닦이, 강단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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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0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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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중씨의 100번째 강연…‘꿈꾸는 자의 힘’

(무안=뉴스1) 고영봉 기자=
‘구두닦이강사’ 한대중씨가 6일 100번째 강연에 앞서 전남도청 내 작업실에서자신의 인생역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영봉 기자 News1 <br />
‘구두닦이강사’ 한대중씨가 6일 100번째 강연에 앞서 전남도청 내 작업실에서자신의 인생역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영봉 기자 News1
전남도청에서 20년 넘게 구두를 닦고 있는 한대중(56)씨. 그에겐 또 하나의 직업이 있다. 바로 '동기부여 강사'다.

'강사' 한씨의 강연 주제는, 굴곡 많았던 그러나 결코 꿈을 잃지 않고 달려 온 자신의 인생이다. 지난 2006년 8월, 검정고시 동우회원들 앞에서의 첫 강연 주제도 '나의 인생'이었다.

그렇게 운명처럼 시작된 강사의 길.

몇몇 강연에서 선보인 그의 진솔한 삶의 얘기가 퍼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삼성 같은 대기업과 국무조정실 등은 물론 이런저런 소모임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고수'들만 선다는 전남 장성군의 '장성 아카데미' 연단에도 섰고, EBS 교육방송에 성공학 강사로 출연해 특강도 했다.

그리고 7년…. '구두닦이 강사' 한씨의 '인생 강의'가 드디어 100회째를 맞았다.

그는 6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창업을 준비 중인 소상공인 50여명을 상대로 '꿈꾸는자의 힘-긍정적인 삶'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여느 때처럼, 힘겨웠던 어린시절을 포함한 자신의 인생 역정을 두 시간여 동안 차분하게 풀어가던 한씨는 강연를 마칠 때쯤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최고 강사가 되겠다는 꿈을 다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절반정도는 왔지 않나 싶습니다. 그 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것이, 괜히 목이 메서…." 담담해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100번째 강연이 가져다 준 감격이랄까 그런 뿌듯함이 생각보다 컸던 탓일까.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광주출신으로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그가 구두닦이가 된 것은 15살 때이던 1974년. 12남매 중 장남으로 어려운 집안살림 때문에 학업을 중단했지만, 배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낮에는 구두를 닦고 밤에는 책과 씨름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야학을 다니며, 고입 검정고시(1981)와 대입 검정고시(1987)를 합격했다.

결혼과 생계 등으로 인해 잠시 공부를 떠나 있던 그는 그러나 나이 40이 넘어 전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어렸을 때 언어장애를 앓아 말을 잘 못해요. 말 잘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웠어요…." '말 잘하는' 강사를 향한 한씨의 '독한'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좋아하던 술도 딱 끊고, 목포대 사회교육원에 등록해 정식으로 말하는 법을 배웠다. 책과 녹음기를 손에서 떼놓지 않았다. 쉴 새 없이 '3분 스피치'를 반복하고 유명 강사들의 강연 테이프도 날마다 들었다. 빈 강의실 연단에 홀로 서 목소리를 가다듬어 보기를 수십, 수백 번….

그리고 참으로 어렵사리 시작한 첫 강연에서부터 이날 100번째 강연까지…, '공부하는 구두닦이'·'구두닦이 인생 강사' 한씨의 이름은 그렇게 알려졌다.

그는 한 번 강단에 서기 위해 보통 일주일 이상을 준비한다. 제법 숙달됐을 법도 하지만, 말하는 것에 아직도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그에게 강연은 여전히 살 떨리는 힘겨운 일이다. 이 때문일까. 전남도청 지하 1층 3평 남짓한 그의 작업실에서는 지금도 온종일 녹음테이프가 돌아간다. 다른 유명강사 혹은 한씨 자신의 강연 내용이 담겨 있다. 하루 150켤레의 구두를 닦으면서도 매주 한 권 이상 책을 읽는다. 강연에 도움이 될 만한 교육이 있다면 어디든 아다닌다.

스스로의 표현대로 '목표했던 바를 절반정도' 이룬 한씨, 그러나 그에게는 아직 다른 꿈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자신처럼,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봉사하는 삶'은 결코 포기할 없는 가장 큰 인생의 목표다. 그가 이렇듯 강연에 천착하고 있는 것도, 자신의 삶과 인생 얘기가 비슷한 처지의 여러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33년째, 무려 291번이나 한헌혈도 봉사의 한 방법이다. 장애인과 혼자 사는 어르신, 소년소녀가장 등에 대한 돕기는 물론 장기기증 서약과 환경운동까지, 그가 수십년째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봉사활동만도 10여가지나 된다.

"꿈을 꾸면 이뤄진다는 말이 사실임을 알리고 싶어요. 또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얼마나 더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날까지 그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한씨의 인생역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다.
하지만 끊임없이 꿈을 꾸고 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과의 고단한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열정에서 오는 감동의 울림은 더욱 크고 깊다. '구두닦이 강사' 한씨의 강연이 200회, 300회까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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