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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케·버버리' 가진 아기들은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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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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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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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新 맹모시대/ 고가 유아용품 사는 그들

신(新) 맹모들은 출산 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 유모차나 카시트, 각종 유모차 액세서리 등을 구입하는데 몇백만원을 쏟아붓는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마찬가지. 분유나 기저귀, 외출복도 이왕이면 명품을 선호한다. 그야말로 '베이비 푸어'라 할 만하다.

부모라면 누구나 우리 아이만큼은 최고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서'라는 변명 뒤에는 부모들의 과시욕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진_류승희 기자

◆ 100만원대 유모차 "무거워도 사람 많은 곳에서 끌려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수입 유아용품 전문점을 찾았다. 매장 입구 포스터에는 네덜란드, 독일, 한국 등 각 국가별 사고 실험 시 카시트의 안전도가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국내 제품에는 몇항목에 '불충분'이 체크돼 있는데 비해 수입제품은 모두 '충분'하다고 돼 있다.

매장에 들어가 유모차를 보러 왔다고 하자 점원이 "이쪽이 가장 많이 찾는 제품"이라며 기자를 안내한다. 미국의 오르빗(Orbit), 네덜란드 줄즈(Joolz)와 스토케(Stokke)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브랜드의 제품 몇개가 세워져 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130만~140만원대가 기본. 점원은 "유모차나 카시트는 평균 가격이라는 게 없다"며 "보통 20만~30만원대부터 15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것까지 선택하기 나름이다"고 설명한다.

도대체 무엇이 다르길래 4~5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일까. 기능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점원의 설명이다. 앞뒤로 360도 회전이 되고, 특히 최근 엄마들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는 이유로 해외 수입제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러나 점원은 "사실 기능적인 것을 다 떠나서 요즘 젊은 엄마들은 백화점이나 문화센터 갈 때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수입브랜드를 찾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로는 고가 제품이 중저가보다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힘든데도 일단 큰 것부터 찾는다"고 덧붙였다.

◆ 유모차 등 수입 유아용품 "거품 빠진 거 맞아?"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시민모임에서 발표한 '유모차 국내외 가격차 비교'에 따르면 해외브랜드 유모차의 국내 판매가격은 외국보다 최대 2.2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고가의 유모차로 알려진 스토케의 경우 미국과 스페인에서 137만원에 팔리는데 비해 국내에서는 180만~19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공정위의 발표 이후 유모차의 가격 거품 문제가 불거지자 수입업체들은 몇달 전 10~15%가량 가격을 내렸다. 그러나 180만원대에서 160만원대로 가격을 낮춘 스토케 등 몇몇 제품을 포함해 여전히 대부분의 해외 브랜드들이 140만~160만원대에 유모차를 판매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격인하를 체감하기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에서는 유모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병행수입을 확대한다고 했지만, 유모차를 소비하는 계층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젊은 엄마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는 "병행수입을 한곳에서 사면 가격이 조금 저렴하지만 그래도 정품을 사는 게 더 좋다"며 당부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정식 수입업체에서 구매를 해야만 A/S가 가능하고 유모차 가방이나 잠금장치, 선풍기 등의 액세서리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매장에서 해외브랜드의 유모차를 구입하면 제품번호가 쓰여진 조그만 인증카드를 부모에게 제공하는데, 이 카드가 있어야만 정품을 샀다는 증명이 되고 차후 필요한 액세서리도 구매할 수 있다.

판매 매장에서 만난 한 부모는 "가격이 워낙 비싸서 병행수입업체에 문의했더니 A/S 문제가 걸리더라. 유아용품은 고장이 잦은데 선택권이 없었다"며 "앞으로는 병행수입한 제품도 A/S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하지만 어찌 될지도 모르는데 안전한 쪽을 택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수입업체들의 매장에서 구매한 제품에만 고유 숫자를 부여한 카드를 제공하고 차후 서비스를 실시하기 때문에 해외직구매도 어렵다"며 "고가 유아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수입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것 같다"고 불평을 드러냈다.

◆ 분유·기저귀·외출복까지 명품으로
지난해 첫딸을 출산한 정인혁 씨(38)는 "유모차나 카시트는 고급 브랜드보다 실용성을 따져서 30만원대 제품을 사용한다"며 "그러나 기저귀와 분유는 해외 제품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부모들의 명품 선호 현상은 비단 유모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분유나 기저귀, 유아복처럼 먹고 입히는 모든 것이 다 해당된다. 실제 대형마트 분유코너에서 판매 중인 국내 분유제품을 보면 '프리미엄', '슈퍼 프리미엄' 등 프리미엄급 품질을 내세우는 제품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제품이 이렇듯 프리미엄급 제품을 중심으로 고가 정책을 펴다 보니 소비자들이 아예 해외 수입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정씨는 "국내 제품은 모두 프리미엄이 붙어있으니 최고급 품질이라 해도 일반 분유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차라리 믿을 수 있는 해외 제품을 사자는 생각에 해외 직구매를 통해 매달 분유와 기저귀를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관세청이 발표한 '유아용품 수입동향'에 따르면 2000년 3300만달러에 불과했던 유아용품 수입은 2011년 2억2800만달러로 10년새 7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기저귀의 경우 연평균 증가율이 48.3%를 기록할 정도로 수입물량이 급증했는데, 지난 한해 동안에만 5500만달러어치를 수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아복도 예외는 아니다. 정씨는 "외출복은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정형화된 느낌이 있다"며 "많은 이들이 버버리 등의 해외 브랜드를 입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버버리 키즈, 구찌 칠드런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명품 의류브랜드들이 '골드 키즈' 시장을 노린 아동복 의류를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한두벌쯤은 구비해 놓아야할 할 필수항목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장은 "버버리 옷이나 스토케 유모차 등이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엄마들이 많이 찾는 것이 아니다"며 "부모의 과시욕이 아이에게 투영돼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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