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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ze] 난다 “오래 연재하는 만화가 얼마나 굉장한 건지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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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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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0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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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어쿠스틱(acoustic) : 1. 음향의 2. (악기나 공연에서) 전자 장치를 쓰지 않는. 사전적 정의처럼 어쿠스틱이란 단어는 전자 장치를 이용한 인위적인 증폭의 대척점에 서있다. 현재 포털 다음에 연재 중인 난다 작가의 만화 의 제목이 더없이 적절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만화가로서 재택근무를 하는 난다와 게임 개발자이자 오타쿠인 남편 한군을 중심으로 한 이 일상 만화는 둘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경험을 들려주기보다는 시시콜콜한 일상에서 웃기고 공감 가는 순간들을 골라내 보여준다. 남편이 침대에 사선으로 누워 자리가 좁아지는 것에 대해 화를 내거나 마감 중에 인터넷을 켠 것에 남편이 참견하고 그에 대해 변명하는 것처럼, 만화에서 묘사되는 삶의 순간들은 별다른 과장도 침소봉대도 없이, 어쿠스틱한 그 자체로 재미있고 또 사랑스럽다. 난다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일상의 영역과 창작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해서 이야기할 수 없었던 건 그 때문일 것이다. 만화처럼 시시콜콜하지만 그래서 더 공감 가는 그와의 대화.
ⓒ 이진혁 (스튜디오 핑퐁)
ⓒ 이진혁 (스튜디오 핑퐁)
출산과 함께 < 어쿠스틱 라이프 > 시즌 8을 시작했다. 육아와 마감을 함께하는 건 어떤가.
난다: 마감이 힘든 건 언제나 비슷하다. 다만 지금은 아이가 있으니 긴장하게 된다. 베이비시터가 안 오는 날은 완전히 작업을 할 수 없으니 ‘내일 하지 뭐’ 이런 생각을 할 수 없다.

거기에다 이사까지 겹쳤다.
난다: 그것 때문에 휴재를 해서 독자분들에게 많이 혼났다. 보통 아이가 잠들 시간까지 계산해서 작업 시간을 잡는데 변수가 좀 생겼다. 새벽 6시 즈음 아기가 깨면 남편이 나 대신 아이를 봐주는데 마침 회사 워크숍을 갔다. 그래서 내가 아이를 봐야 했는데 그것 때문에 남편이 죄책감을 느끼더라. 자기가 워크숍 가서 내가 마감을 못했다고. 그건 아닌데.

만화를 보면서도 종종 느끼지만 남편이 외조를 잘해주는 것 같다.
난다: 결혼할 때부터 내가 만화를 그리는 것에 대해 최대한 배려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내가 다른 일 하는 것보다 만화 그리는 걸 가장 좋아하고. 전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할 때도 사실 돈은 비슷하게 벌었다. 그런데도 일러스트레이터 할 때는 그냥 일 들어왔네, 잘 됐네, 이 정도로 반응하다가 만화가가 되니 더 많이 관심을 갖는다.

본인이 만화를 좋아해서일까.
난다: 남편도 만화가가 꿈이었지. 전에 카카오톡에서 다른 만화를 연재한 적이 있는데 내가 스토리 짜는 걸 너무 힘들어하니까 도와주겠다고 하더라. 실제로 남편이 주는 스토리가 재미는 있어서 도움을 받았는데 내가 남 스토리 받아서 쓰는 게 잘 안 맞았다. 지금도 남편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혹 < 어쿠스틱 라이프 >에 내(남편) 이야기를 그려 왜 네(난다)가 인기를 얻느냐고 안 하나.
난다: 처음에는 있었다. 그땐 싸우면 내 얘기 쓰지 말라고 그랬다. 영화 < 비포 미드나잇 > 보면 에단 호크가 줄리 델피 이야기를 써서 책을 내지 않나. 둘이 막 싸우다가 갑자기 줄리 델피가 이 이야기는 책에 쓰지 말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기에게 무슨 일 있었다고 준비해서 온다. 어떤 개그를 친 다음에 이건 만화에 써도 된다고 하고. (웃음)

실제로 < 어쿠스틱 라이프 >는 일상 만화인 동시에 결혼 만화다.
난다: 남편이랑 생활하는 것 자체가 내 생활이니까. 그게 내 생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주로 대화하는 사람도 남편이고. 그래서 좀 미안할 때도 있다. 임신 기간 다정했던 남편이 출산 후 초기화되었다는 에피소드를 그린 적이 있다. 난 되게 재밌다고 생각해서 그렸는데 독자들이 남편에게 화를 많이 내더라. 심지어 본인은 친구의 여자친구에게 나쁘다는 말까지 들었다더라. 아무래도 임신이라는 주제가 들어가다 보니 사람들이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 이진혁 (스튜디오 핑퐁)
ⓒ 이진혁 (스튜디오 핑퐁)
어떤 작품에도 악플은 달리는데 일상 만화에서는 그게 작가 본인의 삶에 대한 참견이 될 수도 있다.
난다: 좀 익숙해진 것 같다. ‘참을 수 없는 오지랖의 가벼움’ 편을 그릴 때만 해도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그걸 그리고 나서는 오히려 사람들이 전과 똑같은 말을 해도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건 많이 없어졌다. 일단 내 입장을 말하고 나니 그 이후에 같은 걸 봐도 그러려니 하게 된다. 만약 그걸 일기로 썼다면 마이너스적인 감정을 많이 분출했을 텐데 만화로 그리면서 일종의 필터링이 되고 정리가 되니 더 좋은 것 같다. 좀 더 담담하게 풀리게 된다. 일상 만화 그리는 걸 힘들어하는 작가도 있는데 나에게는 잘 맞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 어쿠스틱 라이프 >로 만화가 데뷔를 한 게 좋은 것 같나.
난다: 물론 처음에는 일단 데뷔를 하니 무조건 좋았지만 이거 한 시즌 정도만 하고 스토리물로 넘어가자고 생각했다. 전에는 스토리물이 진짜 만화라는 생각도 있었고, 요즘이야 일상 만화가 많으니까 그렇게 생각 안 하지만 전에는 그냥 자기 홈페이지에 일기 쓰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 연재할 때도 절대 일기처럼 보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그럼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겠다.
난다: 정말 몰랐다. 처음에야 소재가 많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좋아해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다양한 만화를 하고 싶어서 일상만화는 금방 끝내고 스토리물을 하고 싶었다.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그만두려 했던 것 같다. 5시즌 즈음에서야 이 타이틀로 계속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가로서 대표 타이틀이 하나 있는 건 굉장히 좋은 일 아닌가.
난다: 행복한 일인데 다만 타이틀이 많이 없다는 건 작가로서 좀 아쉬운 일이지. 그래서 이번에 차기작을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만약 했다면 < 어쿠스틱 라이프 >와 함께 연재했을지는 모르겠다. 남편은 꼭 같이 연재해야 한다고 했지만. (웃음)

얼마 전 창작집단 8에서 단편을 그렸는데, 차기작에 대한 욕구를 조금이나마 해소했겠다.
난다: 완전히 픽션인 만화는 오랜만이라 많이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일상 만화만 하며 스토리물로 쓰고 싶은 이야기도 많이 쌓였고. 그게 좀 해소됐다. 사실 차기작 준비할 때 부담스러웠던 게 매주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거였는데 이번 작품은 단편이라 부담이 덜했다.

만화가로서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욕망이 생기는 건데, 처음 만화가가 되고 싶을 땐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건가.
난다: 그땐 양경일 작가님의 < 소마신화전기 > 같은 작품을 재밌게 봤는데, 나도 이런 걸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다. 그래서 굳이 누군가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까진 못했는데 고등학교 때 만화 동아리를 만들고 프로 만화가를 지향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일종의 동경이었던 건데 내가 이걸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은 어떻게 생기던가.
난다: 중학교 때 < 인어공주를 위하여 >라는 만화를 처음 보고 너무 재밌어서 한 번 따라 그려봤는데 너무 잘 그리는 거다. (웃음) 모작을 해본 적도 없고 입시 미술을 배워본 적도 없는데. 그래서 스스로 깜짝 놀라서 계속 그렸던 것 같다. 이십 대 초반까지는 극화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순정만화 그림체로 그림을 그렸다.

그럼 지금 < 어쿠스틱 라이프 >의 그림체는 언제쯤 만들어진 건가.
난다: 우선 일러스트레이터 작업을 하며 예전 그림체가 많이 사라졌다. 한창 일본 스타일의 선이 강조된 일러스트가 유행할 때라 그런 게 많이 끌리더라. 또 내가 스물다섯 살 즈음에 토마 작가님의 만화가 인기를 끌었는데 그분의 그림체가 굉장히 신선했다. 그런 걸 보며 조금씩 지금의 그림체가 만들어진 것 같다.

ⓒ 이진혁 (스튜디오 핑퐁)
ⓒ 이진혁 (스튜디오 핑퐁)
만화가가 되기 위한 준비는 꾸준히 했던 건데 공모전도 자주 냈나.
난다: 출판 만화 공모전에 두세 번 정도 냈다. 당시에는 어떤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것보다는 일단 데뷔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내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지 못했던 것 같다. 같이 데뷔 준비하던 친구들이 요즘에는 순정만화를 그려야 데뷔가 빠르다고 해서 순정만화를 그렸는데 사실 나는 순정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냥 데뷔해야겠다는 마음에 당시 유행하는 고양이나 카페 같은 소재를 넣어 작품을 만들었다. 두 번째 공모전이 끝나고 출판사로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그쪽 담당자분이 오직 데뷔를 위해 그리고 있다는 걸 꿰뚫어보더라. 너무 부끄러웠고 그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걸 그려야겠다고 노선을 바꿨다.

실제로 만화가로 데뷔하게 됐는데 그게 맞는 노선 같나.
난다: 내 경험만을 봤을 땐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버티기 좋은 것 같다. 데뷔만을 목표로 했을 때는 떨어질 때마다 좌절감도 너무 크고 그마저도 내가 하고 싶던 작품이 아니라 정신적인 데미지가 크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면 그래도 그 과정에서의 성취감이 있어서 좋다.

좌절감에 대해 말했는데 < 어쿠스틱 라이프 > 시즌 6 후기를 보면 모른 척하던 것들을 직시할 때의 괴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난다: 한 번씩 되게 우울할 때가 있었다. 사실 내가 자기 최면을 잘 거는 편이다. 만화가가 되지 못해서 차선책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하면서도, 나는 이걸 하고 싶은 거라고 내 운명이라고 최면을 걸었다. 현실을 직시하기엔 너무 우울하니까. 그렇게 평상시에는 잘 지내다가 아는 사람이 데뷔하거나 좋은 작품 하는 걸 보면서 어느 순간 와장창 최면이 깨지는 거지.

그럼 만화가인 지금은 자존감이 커진 것 같나.
난다: 제일 좋은 건 이거다. 데뷔를 못했을 땐 굉장히 재밌는 이야기가 떠올라도 어차피 이걸로 돈도 못 벌고 사람들에게 보여주지도 못하겠지, 라는 생각이 드니 이야기가 떠오를수록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거다. 그런데 데뷔하고 나서 재밌는 이야기가 떠오를 땐 막 흥분되면서 어서 이걸 가지고 잘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떤 걸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기쁘지.

만화가라는 지금의 위치를 잃는 게 두려울 수도 있겠다.
난다: 너무 두렵다. 앞서 말한 오지랖 관련 에피소드 그렸을 때도 진짜 무서웠다. 이것 때문에 외면받고 앞으로 만화를 못 그리게 되는 건 아닐까. 그게 제일 두렵다.

그 모든 위기를 넘기고 < 어쿠스틱 라이프 >를 오래오래 연재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난다: 굉장히 뿌듯하겠지? 사실 전에는 재미도 없는데 오래 연재하는 만화가는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연재를 하며 그게 얼마나 굉장한 건지 알게 됐다. 박수칠 때 떠나는 건 쉽다. 계속하는 게 훨씬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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