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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찌라시가 정치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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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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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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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찌라시가 정치하는 나라
품격이 없다. 올해 검찰 안팎에서 쏟아지는 공안 혹은 정치적 이슈를 지켜보면서 수십번 되뇌인 말이다.

남북정상회담대화록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도 회담이 열린 지 10년이 채 안 돼 만천하에 공개됐다. 33년만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청구에서 국가정보원과 법무부가 보여준 모습은 아마추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1970~80년대 그것과 닮은 모양새다.

"찌라시에서 봤다."

점심 한상 거하게 먹고 나른하게 늘어져 있는 아저씨의 말이 아니다. 13일 밤 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나온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입에서, 수차례 나온 말이다.

순간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정을 넘겨 기사를 송고하기 위해 다시 들어봐도, 현장에 있던 다른 기자에게 물어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관련 발언의 출처가 '찌라시'(정보지)란다.

초겨울 추위를 견디며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 즉 만천하에 공개한 대화록의 출처가 '무턱대고 돌리다가 구속도 된다'는 그 찌라시란다. 지난해 대선을 총괄한 여당 중진의 품격을 의심하거나, 아니면 우리나라의 품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대통령기록관에도 없는 대화록을 보관하고 있던 그 '어디'선가 노 전대통령의 발언이 글자 그대로 유출돼 찌라시에 실려 돌아다녔다는 말이다. 지금 대통령을 만든 킹메이커는 선거 나흘을 앞두고 국민 앞에서 그 내용을 그대로 읽은 셈이다.

일본말 'ちらし'(치라시, 전단)에서 유래한 '찌라시'는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아다니는 정보지를 낮춰 부르는 표현이다. 그 내용 중 일부는 나중에 정확한 사실로 판명되기도 하지만 사실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만큼 풍문 수준의 글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판에도, 여당 중진의 유세연설에도 등장하기엔 품격이 너무나도 없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남북 정상의 대화를 담기에도 부족한 그릇이다. 찌라시 맨 앞장에 적힌 경고문을 다시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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