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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는 배신자'?…불의에 동조하게 된 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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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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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1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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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복무규율에 따라 군 외부에 내부 문제 알리지 못해…"인식전환 시급"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과 시민감시단이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육군 28사단 군사법원에서 열린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결심공판에 참관하기 위해 군 관계자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뉴스1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과 시민감시단이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육군 28사단 군사법원에서 열린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결심공판에 참관하기 위해 군 관계자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뉴스1
# 지난 4월 경기 연천 육군 28사단에서 숨진 윤 일병은 사망 전 한 달 간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이 부대에는 구타와 가혹행위 등을 알릴 수 있는 '마음의 편지함'과 '생명의 전화'가 있었으나 누구도 구타와 가혹행위 사실을 외부로 알리지 않았다. 윤 일병의 군 동료 9명 역시 뒤늦게 현병대 조사에서 폭행 현장을 직접 봤다며 증언했으나 이미 윤 일병이 사망한 후였다.

부대 내 가혹행위와 의문사가 은폐되는 데에 군 내부 고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폐쇄적인 군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내부 고발을 꺼려하는 분위기 속에선 부대 내 가혹행위가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장병들 사이에선 '내부 고발자는 곧 배신자'라는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군 장병과 장교들은 가혹 행위를 외부에 알려지 않고 '나는 상관에 대한 명령을 따랐다' '군대 보안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는 식의 자기 위안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자기 위안의 심리적 기제로 인해 장병들은 폭력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심리상담단체 헬로스마일 분당센터의 황미구 원장은 "'상명하복을 중시한다'이라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불의를 모르는 척 하고 집단 폭력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이런 집단적 폭력 상황에서는 죄책감이 1/n로 줄게 된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밟아 죽이는 게 가능한 이유"라고 말했다.

현행 제도도 이런 군대 내 분위기를 조장한다. 군인복무규율 25조 4항에 따르면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집단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않은 방법을 통해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해서는 안된다. 또 국방홍보훈령 22조 3항에는 모든 직원 및 장병은 국방정책 등 주요사안에 대해 인터뷰 요청을 받은 경우 관련 부서장에게 해당 인터뷰 내용을 사전에 검토받아야 하며 필요시 국방부 대변인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부대 내 가혹행위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보안은 군을 유지하기 위한 우선되는 항목 중 하나"라며 "부대 내 상황을 외부에 알렸을 때 군대 전투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대 보안을 위해 명시된 규정이지만 이것으로 인해 가혹행위 등 군 내부 문제를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는 지적이다. 김겸훈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오늘날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 장병들은 신고 시 나에게 돌아오는 피해를 먼저 걱정하게 되고 부당한 일을 못 본 채 하게 된다"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장병들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한 채 규정만을 언급하는 군 당국의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내부 고발에 대한 제도 개선과 더불어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군은 폐쇄된 조직임을 고려했을 때 군 문제 해결을 위해 내부 고발에 대한 규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황 원장은 "사회는 정반합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군대라 할지라도 보안에 위배되지 않는 수준에서 안 좋은 점은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고인물이 썩듯' 부패하고 부대 내 가혹행위는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 군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과 함께 군 병영 문제다. 내부 구성원들의 신뢰가 없으면 전쟁을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두려움을 공포를 바꾸는 것은 신뢰를 통한 사기 진작인데 이 상황에서 전쟁이 나면 스스로 궤멸될지 모른다. 이게 더욱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군대에서 가혹행위로부터 서로를 지켜주겠다는 유기적인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군 가혹행위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인권위나 권익위 등도 정부 기관인데 군 장병 신변 안전을 위해 국가 기관에 알리지 말라는 것은 군 스스로 자기 부정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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