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N, 투자에 스타일을 더해라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이 출시할 ETN(상장지수증권)은 시장이 박스권에 갇혀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타일 전략 위주로 구성됐다.

오는 17일 국내 처음으로 상장되는 ETN은 ETF(상장지수펀드)처럼 특정 지수의 수익률을 따라가는 상품이다. ETN은 ETF와 구조가 비슷하지만 지수를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어 '상상력이 넘치는 상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빅볼, 로우볼 등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투자 테마도 주식처럼 쉽게 투자할 수 있다. 증권사의 투자 아이디어를 적은 돈으로 편리하게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변동성 이용해 투자수익 올려볼까=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은 변동성을 이용한 ETN을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옥토빅볼(Octo Big Vol)은 변동성이 큰 대형주에 집중 투자한다. 빅볼은 변동성이 크다(Big Volatility)라는 의미다. 시가총액 상위 3% 이내이고 1개월간 평균 거래대금이 10억원 이상인 종목 중에서 지난 1년간 주가가 20% 이상 떨어지지 않은 10개 종목의 주가 흐름을 추종한다. 연간 주가 하락률이 20% 이내로 제한된 대형주를 모아놓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상품은 매년 12월 코스피200지수 선물 만기일에 종목을 교체한다.

옥토빅볼은 국내 개별 주식들이 종목형 ELS(주가연계증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특성을 고려해 만들었다. 상환되지 않은 종목형 ELS 물량이 늘어나면 ELS를 운용하는 증권사들의 ELS 헤지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증권사는 종목형 ELS의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을 쌀 때 샀다가 비쌀 때 팔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익을 마련한다. 이 때문에 ELS 헤지 수요가 늘어나면 기초자산이 되는 종목은 박스권에 갇히는 경향이 나타난다.

문성제 우리투자증권 에퀴티(Equity) 파생운용본부 차장은 "과거 시장 데이터에 옥토빅볼을 적용해보니 2011년에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등 주도주를 골라냈다"며 " 변동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앞으로 빅볼과 형제 상품인 숏볼, 페어볼 등도 잇따라 상장시킬 예정이다. 숏볼은 수익률과 변동성이 낮은 종목에 대해 숏(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페어볼은 빅볼과 숏볼을 이용해 비교 가능한 두 종목을 차익 거래(페어 트레이딩)하는 상품이다.


반면 대우증권의 와이즈(WISE) 로우볼은 변동성이 낮은 종목으로 구성됐다. 코스피시장 상장종목 중 3년간 일간 수익률의 변동성이 하위 20%인 종목 72개를 추종한다. 다만 과거 3년 연속 적자가 아닌 기업이어야 한다. 매년 1월, 4월, 7월, 10월 4번에 걸쳐 적극적으로 구성 종목을 변경하는 점이 특징이다. 유현수 대우증권 파생상품운용부 과장은 "변동성이 낮다고 투자 수익률도 낮은 것은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변동성이 낮은 종목들이 오히려 시장 수익률을 웃돈다는 논문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수 제공업체인 와이즈인덱스가 산출한 최근 3년간 와이즈로우볼 인덱스 수익률은 42.3%에 달한다.

◇연말 맞아 고배당 ETN 관심=연말이면 배당주 투자가 관심을 끈다. ETN으로 고배당 종목에 압축 투자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투자증권의 옥토 와이즈(WISE) 배당은 국내 고배당주 중에서도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ETN이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300위 내에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보통주 중에서도 사내 유보율이 높은 기업 15종목을 추려 투자한다. 배당을 확대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투자나 배당을 하지 않고 사내 유보금을 과도하게 쌓아두면 과세하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을 고려했다. 사내 유보율이 높으면 향후 세제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만든 상품이다. ETN만이 가능한 집중적인 포트폴리오로 중위험 고수익을 지향한다.

삼성증권은 ETN을 출시하는 6개 증권사 중에서 유일하게 해외 주식을 기반으로 ETN을 만들었다. 삼성증권의 퍼펙스(Perfex)유럽고배당주식(H)은 유럽 고배당 주식 25~100개 종목을 추종한다. 프랑스 최대 은행그룹인 BNP파리바가 직접 지수를 산출해 관리하기 때문에 유럽 투자에 대해 전문성을 가졌다. 특히 ETN은 배당주펀드와 달리 장내 매매로 시장 상황에 따라 쉽게 사고 팔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초지수의 구성종목에서 발생하는 배당금은 모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분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대신 배당수익률의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임상백 삼성증권 운용사업부 주식운용팀 VP(차장급)는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 배당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주주 친화적 성향이 강한 유럽의 고배당 기업에 펀드보다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ETN을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