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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정두언...그는 왜 말을 돌려서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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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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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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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00][국회의원 사용설명서]쇄신 아이콘·책략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편집자주]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관심사, 경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 의원의 경쟁력과 정치적 미래,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을 어떻게 '사용'해야 우리 사회가 한걸음 나아가고 우리의 삶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지, 분야별 '파워분석'을 통해 보여드립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덕담을 못해드려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께 죄송하다. 나는 왜 이렇게 미운 소리나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주최 개헌 관련 토론회에서 이렇게 '축사'를 마무리했다.
개헌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진정 개헌을 원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전까지는 침묵하고 있는게 차라리 도움된다"는 내용의 쓴소리를 날리고 난 뒤였다.

정치는 '메시지' 뿐 아니라 '메신저'가 중요하다는 게 기본. 국민들의 신뢰를 못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개헌의 메신저로 나서고 있으니 될 일도 안된다는 말에, 대표적인 개헌추진 의원들의 얼굴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역시 정두언답다'는 의미의 미소가 회의장 여기저기에 퍼졌다.

상대가 누가 됐든, 면전에서 상대방의 가슴팍을 파고드는 돌직구를 날릴 수 있는 드문 정치인, 새누리 쇄신파 핵심인물이었던 정두언(3선·서대문을) 의원이 돌아왔다.

오랫동안 사실상 비워뒀던 의원회관으로 돌아온지 얼마 안되는 그를 찾아갔다.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 됐다가 법원의 최종 무죄판결이 나기까지의 시간은 정치인 정두언의 인생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듯했다.

그렇다고 정의원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대한 목소리를 낮추고 무릎을 굽힐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죄를 최종 선고 받은 자리에서도 그는 "국민 입장에서 할 말, 할 일 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10개월의 수감생활을 비롯한 시련과 이를 통한 단련은 정의원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적지 않은 새누리당내 의원들은 그가 개혁 목소리를 높이며 당내 소장파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정권 후반기로 가면서 과거 친이계 초·재선 의원들의 '형' 격이자 쇄신파의 리더 격인 그가 여당내 만만찮은 긴장감을 불러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변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고 본인도 스스로 앞에 나서진 않지만, 던져진 질문에 대해 말을 얼버무리진 않는다.

한때 MB(이명박) 개국공신으로 불렸던 그는 해외자원 국정조사에 대해 "MB 정부는 실패했다. 잘못이 없다면 국정조사를 반대할 이유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혁신에 대해 "뼈대와 골격은 건드리지 않고 치장만 바꾸려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혁신을 하려해도 혁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키워드→'왕의 남자' 'MB 개국공신']

정 의원의 정치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때 최측근(정무부시장)으로 활약한 뒤 17대와 18대 총선에 당선됐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다수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할때 그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야당과 박근혜 대통령 측의 파상공세를 온몸을 던져 막았다. MB(이명박)정부가 탄생하자 개국공신인 그는 '왕의 남자'로 불렸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그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차장을 겨냥, '권력사유화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권력 중심부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2010년 정 의원에 대한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사찰은 그와 이 전 대통령 측을 견원지간으로 만든 결정타였다. 정 의원은 박 전 차장의 권력사유화를 세상에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내가 얼마나 어렵고 힘들고 외로웠는지 아느냐"고 말하며 통곡을 참지 못했다.

정 의원의 '직언'은 현직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불거지자 박 대통령을 "제왕적 총재보다 더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을 두고 제왕적이라고 한다면 제왕적이라는 이야기를 100번이라도 듣겠다"며 그의 말을 맞받았다.
이 같은 갈등 속에서도 탄탄한 지역구 기반을 바탕으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서대문을에 출마해 3선 고지에 올라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숨 돌릴 틈 없는 사이 더 큰 시련이 또 찾아왔다. 같은해 그는 임석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달 21일.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월, 추징금 1억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고법에서 최종 무죄판결이 내려져 그는 '비리 정치인'의 굴레를 벗게 됐다.

[연관검색어→끼, 광대, 가수, 연기자]

'영화배우가 돼 세상을 조롱해 주자'

1987년 4월13일. 대통령 간선제를 지키려던 전두환 정권의 호헌조치가 내려졌다. 정 의원은 더이상 공무원을 하기가 싫어졌다. 그들을 권력자로 모신다는 것은 비참 그 자체였다. 심각한 고민 끝에 공직을 내던질 결심을 세웠다.

마침 KBS에서 내건 '주연급 배우 공모' 공고는 어릴 적 영화배우의 꿈을 되살렸다.
1주일 휴가를 내고 응시한 그는 서류전형, 면접, 카메라 테스트, 연기 테스트, 최종 면접 순의 전형에서 전국에서 모여든 수천명을 제치고 4차까지 합격했다.

최종 면접을 남겨둔 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니 온 가족이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로부터 나의 탈선에 대한 제보를 받은 아내가 친가와 처가 부모들을 모시고 농성을 벌일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고 정의원은 돌이켰다.

결국 양가 부모들의 집요한 설득과 아내의 눈물겨운 협박으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한다. 훗날 정 의원이 아내에게 "그때 왜 그렇게 반대를 했냐"고 물었다. 아내는 "다른 여자하고 키스하는 꼴을 볼 수가 없어서 그랬다"고 쿨하게 대답했다.

'끼'가 많았던 그는 국회의원이 되고서도 '겸업'을 놓지 않고 정식 가수로 등록, 4집 음반까지 냈다.
그는 스스로 광대임을 자임한다. 이 땅에 재미없고 딱딱한 정치문화를 조금이라도 바꿔 보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 의원은 지난 2009년 트로트 음반을 낸 후 '정치인이 웬 뽕짝이냐'는 시선에 "국민을 즐겁게 해준다는 점에서 정치인도 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불후의 명곡 정도는 아니어도 히트곡 하나는 낼 때가 됐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발라드 대신 친숙한 트로트를 통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 의원이 정계에 입문한 것도 따지고 보면 못 말릴 '끼' 때문이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당시 2인자였던 노태우 정무장관실에서 공직생활을 했지만 단조로운 업무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게 정 의원의 고백이다. 답답함에 '방황'하던 때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총재의 권유를 받았고 정 의원은 그 길로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그가 말하는 개혁이란]

그는 여야 모두 개혁을 위해선 가장 먼저 공천권 내려놓기와 당 대표 선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새누리당이 정당개혁을 위해 출범시킨 보수혁신위원회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데 대해 "뼈대와 골격은 건드리지 않고 치장만 바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을 위해선 국민경선제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 의원은 "공천권을 특정인의 손에서 국민의 손으로 넘겨주자는 것인데 이게 핵심이고 민주적인 것"이라며 "그런데 국민경선을 하면 당이 필요 없고 당 대표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버젓이 당 대표, 사무총장을 그대로 두고 국민경선한다고 하니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국민경선을 하려면 당 대표, 사무총장을 없애고 이름을 바꾸고 당을 다른 방식으로 바꿔야한다. 기존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면서 국민경선 한다고 하니까 국민경선이 안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한다면 '내가 당대표가 되면 당대표부터 없애겠다'고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게 혁신이라는 거다.
공천권을 당대표같은 특정인의 손에서 국민의 손으로 돌려주면 정치가 국민에게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의 대표법안]

정 의원은 소득세와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를 뚝심있게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친기업 정책을 펴며 법인세 감세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감세정책의 물줄기를 바꿔낸 주역 중 한 명이 MB 정권의 개국공신이라는 점은 역설적이다.

그는 2011년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 개정안을 발의하고 "법인세 추가 감세가 이루어지면 재정 여력이 줄어들어 피부에 와닿는 민생정책을 수행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개정안 제안취지를 의원들에게 설파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결국 6월 의총에서 추가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결정하고 3개월이 흐른 9월 당정협의에서 정부의 항복을 받아냈다.

그는 또 2011년 말 고액 소득자에 적용되는 소득세 감면·비과세 제도를 축소하거나 배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지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추가적인 세수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세수확보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을 한발 앞서 제안한 셈이다.

원전 안전 문제를 인지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독립 기구로 탄생시킨 것 또한 정 의원 작품이다.

2009년 정 의원은 원자력 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원자력 안전관련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두고 원자력 관계 시설 건설과 운영, 핵연료물질 사용 등을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의원은 "현행법상 원자력 연구개발과 안전규제, 진행정책을 모두 교과부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심판이 선수를 겸하는 꼴"이라며 "원자력의 안전규제와 진흥을 분리해 국민과 환경에 대한 보호 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 발의이후 법 통과가 미뤄지면서 지지부진됐지만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원자력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신설을 추진 중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11년 7월 설립됐다.

이외에도 외국어고등학교 개혁, 비정규직 대책, 재벌개혁처럼 등 당파를 초월한 친(親)서민 개혁정책들을 제안했다.

[이 한장의 사진]
돌아온 정두언...그는 왜 말을 돌려서 못하나


2009년 트로트 가수로 정식 데뷔한 정두언 의원이 서울 광화문 KT 아트홀에서 열린 4집 앨범 '희망' 발매기념 쇼케이스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정 의원은 이번 4집 앨범 수익금 전액을 심장병 어린이 보호재단인 '세이브 더 칠드런'에 기부했다. 정 의원은 "정치 역시 잘 만든 트로트 곡처럼 친숙하고 오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요! 주의]

그는 스스로를 "돌려서 말하지 못하는 장애가 있다"고 말한다.
들리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적이 되기 쉬운 말들을 거침없이 하는 스타일을 쉬 고칠 수 없다는 얘기다. 그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지만, 무죄 판결 이후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에 나서는 마당에 또다시 수없는 '안티'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서울 서대문 을에서만 3선을 한 중견의원이지만, 4선 고지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공천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프로필]
△서울 1957년생 △경기고 △서울대 상대 무역학과 △행정고시 24회 △정무장관실 근무 △국무총리 정보·공보비서관 △서울시 정무부시장 △17대 대통령 선거 이명박후보 전략기획 총괄팀장 △17대 대통령 당선자 보좌관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 위원장 △제5회 지방선거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장 △17, 18, 19대 의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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