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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사랑을 포기한 청춘, '5포 세대'가 연애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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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0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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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의 썸<38>] 연애를 시작하는 데 있어 망설일 필요는 없다

[편집자주] 썸. 묘한 단어가 등장했다. 짜릿한 흥분과 극도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롤러코스터 마냥, 탈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간질 간질.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랑만큼 떨리지만 이별보다 허무한 '썸'. 그리고 편식남 편식녀를 비롯한 그 밖의 다양한 '썸'에 대한 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의 토킹 릴레이.
/사진=LordFerguson in Flickr
/사진=LordFerguson in Flickr
한 사람을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는 것은 미지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항해와 같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를 탐험한다는 호기심은 거친 풍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언제나 우선하는 법이다. '함께'라는 이유로, 사랑의 힘으로 그런 위험요소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가 둥글다고 믿었던 마젤란처럼, 우리의 연애에 끝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 자신하는 수많은 남녀들이 힘차게 닻을 편다.

다시 돌아온 마젤란의 배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그런데 우리의 사랑에 끝이 없음을 확인하는 건 쉽지가 않다. 모든 사랑의 끝이 결혼은 아니겠지만, 편의상 험난한 연애의 바다를 완전히 한 바퀴 돌아 다시 출발지로 오게 되는 것을 결혼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해 보자. 이 완전한 일주를 성공하지 못하고 회항해버리는 연인들은 허다하다. 이별이다.

'혹시나'하는 기대로 시작된 연애에서 맞이하는 '역시나'라는 대답의 순간들, 그때마다 기대감으로 재무장한 채 조금씩 나아가던 항해는 결국 끝나버렸다. 바다의 끝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던 낭만의 반짝임은 점점 희미해지고 말았다. 그 끝은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 그냥 우리가 항해를 끝낸 지점일 뿐이라는 허무함을 깨달아 버린다. 물론 얼마간의 휴식을 거친 후엔 다시 항해를 시작하겠지만, 처음과는 달리 망설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엔 제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차라리 사랑의 바보가 될 수 있던 예전이 그립다. 바보는 항상 즐겁다는데 이별의 순간을 알고 있는 우리는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항해를 경험할수록, 그 항해 중 마주하는 수많은 외적인 어려움보다 두려운 것은 이별을 결심하고 그것에 동의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모습임을 깨닫게 된다. 이별을 많이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환경에 대해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파도가 거세서, 암초를 만나서, 기후가 불규칙적이라서 등과 같은 원인으로 회항을 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다음 사람과 항해를 하게 된다면, 혹은 다른 타이밍에 항해를 하게 된다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사진=Street matt in Flickr
/사진=Street matt in Flickr
하지만 이별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 이유가 환경이 아닌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군대를 가버려서, 교환학생 때문에, 취업준비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등의 환경적인 이유가 이별의 원인이라고는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다. 그 어떤 어려움이라도 항해를 마음 먹을 때의 감정만 있었다면 이겨낼 수 있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원인은 자신에게 있으며 그 누구와 어떤 항해를 하더라도 예전과 같이 두근거리는 항해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 자체가 결국 사랑임을 떠올리며, 완주를 하지 못한 항해가 가치 없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아무리 주입시켜 봐도 실패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슬프다. 누구나 안전하고 완벽한 항해를 하고 싶지만 도무지 어떻게 해야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늘 고민 한다. 이 같은 고민의 끝엔 허무함이 있다. 그것은 남자는 결혼을 포기하고 여자는 출산을 포기하는 '5포 시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본인의 직접적인 경험 뿐 아니라 미디어에서 유입되는 각종 간접적 경험들 역시 낭만적 사랑의 가능성 자체에 대한 포기를 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발전된 미디어로 인한 개방적 환경으로 인해 타인의 삶을 수월히 엿본다. 그래서 쉽사리 항해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항구에서 서성이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보며 망설임의 일반화를 시킬 수도, 어떤 사람들이 항해에 성공을 하고 다시 귀환하는지도 더 잘 관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낭만적인 사랑을 외치는 사람들보다는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더 큰 행복의 가능성을 점친다.

생산은 어렵지만 소비는 쉽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배라도 좋으니 연애의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멋모르는 눈먼 삐에로일 뿐이다. 가능성과 자신감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것보다 안전한 배를 구매하는 것이 항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좀 더 안전한 배를 사기 위해 노력하느라 항해를 떠날 타이밍을 놓쳐버리는 안타까운 이들이 많다. 혹은 본인이 그러한 배를 구매할 자신이 없으므로 안전하고 화려한 배를 구매 가능한 타인을 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도 많다.

/사진=chez_sugi in Flickr
/사진=chez_sugi in Flickr
스스로 그런 항해를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결여 되는 것은 함께 항해하는 사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되는 것이다. 본인이 항해에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고찰을 하는 것보다 항해에 적합한 인물을 찾아내는 것이 더 수월하단 생각을 하는 건 잘못됐다. 각종 기준들을 내세워 사람을 지나치게 가려내는 사람일수록 본인의 자존감이 결여된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실패하지 않는 항해를 위해 보다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것은 좋다. 그런데 그 노력을 뛰어난 상대방을 찾는 것으로 집중시키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상대방의 변심에 따라 얼마든지 본인의 항해가 끝이 나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더 안전하고 호화스런 배를 준비해 당신과의 항해를 대비하진 않는다. 뛰어난 항해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해 항해를 하는 사람이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얼마나 기울여 줄지는 알 수 없다. 함께 항해를 하는 사람에 대한 의존도는 100퍼센트의 믿음이면 충분하다.

앞으로만 나아가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항해를 떠난 사람들로 인해 우리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이 좀 더 완벽한 이론과 충분한 물품이 준비됐을 때를 마냥 기다렸다면 역사 속에 발자취를 남길 수 있었을까? 지난 항해들의 실패를 두려워했다면 완주할 수 없었을 거다. 우리도 연애를 시작하는 데 있어 망설일 필요 없다. 수많은 끝에서 좌절과 슬픔을 겪었다 해도 바다가 사라져 버린 건 아니다. 또 다른 항해라면, 이번에야 말로 그 세계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충분히 기대해도 좋다.

낭만적 사랑을 포기한 청춘, '5포 세대'가 연애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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