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예산, 해마다 증액…관리·복원 비용도 '지뢰'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평창동계올림픽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이 매년 늘어나면서 일본 나가노올림픽처럼 경제적 측면에서 실패한 올림픽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올림픽 이후 시설 관리나 환경복원 계획과 예산이 불투명해 향후 커다란 부담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14년 부처별결산-문화체육관광부' 보고서는 "평창동계올림픽경기대회의 정부 예산 지원의 성과가 미진하고 대회 후 경기장 활용방안과 환경 복원 등 사후 방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경기장과 시설, 도로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의거해 경기장 및 진입도로에 각각 75%, 70%를 국비로 지원받는다.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시설비 지원의 총 사업비는 1조 4137억원으로 지난해에는 계획현액인 1345억 5500만원 전액이 집행됐다.

올림픽 예산은 그 특성상 증액이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의 경우 예산안 대비 초과율이 113.0%에 달했다. 2010년 캐나다 벤쿠버올림픽은 초과율이 36.0%였고 1998년 일본 나가노올림픽은 59.0%가 초과됐다.


평창올림픽 예산 또한 증액 신청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장의 경우 총 사업비는 당초 6993억원에서 1차 조정 7600억원, 2차 조정 8200억원으로 점차 증가했다. 강원도는 최근 200억원을 추가 증액하는 3차 조정안을 신청한 상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이 대회시설 보완을 요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0월 유치신청서에 기입된 8.8조원보다 4.2조 늘린 13조원을 예산 집행하기로 확정했다.

예산 투입은 증가추세지만 사업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체부는 2012년부터 계획된 예산을 매년 전액 집행하고 있지만 경기장 및 진입도로의 실집행률은 각각 36.1%, 37.1%에 그쳤다. 각종 인·허가 절차 및 사업시행자 선정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예산처는 "현재 공정률도 미미한 수준이므로 문체부는 연례적 이월 후 개최 직전 예산과잉투입으로 인한 경기장 및 진입도로 건설의 부실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올림픽이 끝난 이후다.

통상적으로 올림픽은 개회 당시에는 돈을 버는 구조다. 대회운영수지는 IOC가 직접적으로 일정 부분의 수입을 보장하기 때문에 큰 적자를 보는 경우는 없다. 일본 나가노 및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의 경우 2013년 미달러화 기준으로 각각 600만 달러 및 7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흑자는 대회가 개최되는 당해 연도에에 한정된다.

2011년 현대경제연구원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IOC에 제출한 내역을 기준으로 추정한 결과 지출을 고려하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유·무형의 경제적 효과는 64조 9000억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회 후 경기장 활용방안 등이 미흡해 대회 후 적자분이 쌓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강원도가 고려중인 사후 활용 방안은 한국체육대학교 및 관동대학교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슬라이딩센터와 하키센터(Ⅱ)를 훈련장 등으로 활용하는 내용이다. 철거 예정이었던 스피드스케이트장 및 하키센터(Ⅰ)도 훈련시설로 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런 방식은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도 이용된 바 있다. 하지만 사후 시설 대부분이 지역 주민 수요에 한정돼 수익창출 효과가 미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년 시설유지 비용만으로 적자가 발생하는 것도 물론이다.

최근 열린 동계올림픽 개최지 가운데 경제적 측면에서 성공한 사례로는 미국 솔트레이크 대회가 꼽힌다. 솔트레이크는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올림픽 경기를 위한 추가 지출을 최소화했다. 올림픽 개최연도의 해당 지역의 전체 관광객수를 100으로 봤을 때 솔트레이크는 대회 5년전 113.0p에서 대회개회 5년 후에는 118.2p를 기록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최악의 대회로 평가되는 나가노올림픽은 같은 기간 104.2p애서 97.9p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도 '나가노'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현대경제연구원은 2012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조건'에서 "개최 이후 활용도가 불확실한 고정시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건설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환경복원 방안 또한 난제로 남아있다. 정선 알파인경기장의 경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가리왕산이 부지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환경복원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강원도는 올림픽 기간 종료 후 알파인경기장을 다시 산림으로 복구·복원하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환원하는 것으로 계획중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고 사업비 부담 주체 또한 명확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정책처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설 주변의 인구 및 생활스포츠 활성화 정도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사후 활용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