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혁신' 보다 '눈치'…혁신안 해결과제 산적

17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4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5.7.17/뉴스1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의 4차 '김상곤 혁신안'은 시도당으로의 공천권 이양 등을 골자로 한 '지방분권' 관련 내용을 담았다. 당내에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무난한 내용이었다.

부산까지 내려가 발표한 4차 혁신안의 뚜껑을 막상 열어보니 가장 핵심적인 '당 정체성 확립' 부분은 빠져 있었다.


당초 4차 혁신안에는 당 정체성 확립안이 포함될 예정이었지만 혁신위는 갑자기 발표 주제를 바꿨다. 계파별 입장 차가 큰 정체성 부분을 건드리면 당내 분란이 가중돼 20일 중앙위에서 사무총장제 폐지 등의 혁신 안건이 통과되지 못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일단 피했지만 혁신위가 해결해야할 과제가 수북이 쌓이게 됐다.

◇공천과 재정으로 지방분권 초석=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17일 부산광역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권력의 중앙집중화를 탈피하고 지방정치의 자율과 책임을 높이기 위한 '4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의 핵심은 시도당의 공천권 강화다. 기초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원의 공천권은 완전히 시·도당에 이양된다. 시·도당의 권한 보장을 위해 최고위원회의 수정 의결 불가도 명문화한다. 현재 중앙당의 기초단체장, 광역 의원에 대한 전략공천권도 폐지하고 이를 시․도당에 이양한다.

혁신안이 오는 9월 중앙위에서 통과되면 당장 오는 10·28 재보궐 선거에서부터 시·도당은 자체적으로 후보를 공천할 수 있을 전망이다. 10·28 재보궐 선거는 현재까지 기초단체장 1곳, 광역의원 8곳, 기초의원 13곳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혁신위 관계자는 "시도당 위원장 개인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해당 시도당 내의 공천관리위원회가 지역의 특성에 맞게 공천을 하게 된다"며 "현행 당헌에 따르면 100분의 15명 꼴로 전략공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필요하다면 전략공천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안에는 시·도당에 대한 국가보조금 지원도 연차적으로 20%까지 증액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10%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했을 때 두 배 증가하는 셈이다. 증액된 보조금은 △광역 ․ 기초의원 의정활동 △정책 개발 △교육연수(월 2회 이상) 등에 지원된다.

중앙당의 분권정당추진단은 분권정당추진위원회로 격상돼 향후 지방분권 세부 내용을 다루게 된다. 이밖에도 시·도당에 사무처장과 민생정책관 2인을 순환 배치, 중앙당 상설위원회 위원장 중 3분의 1 이상은 원외 인사로 임명하는 안도 포함됐다.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은 "지방분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과 공천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지역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안"이라며 "지방분권에 대한 내용은 이미 지난 전당대회에서부터 당 대표 등 지도부들이 의견을 내왔던 터라 혁신위의 이전 안들과 달리 별다른 반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내용은 미뤄…향후 가시밭길= 당초 이날 혁신위가 발표할 예정이었던 내용은 당 정체성 확립 방안이었다. 선거 슬로건, 당의 노선·가치 등을 결정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16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원탁회의가 끝난 후 혁신위는 4차 혁신안에 당 정체성 확립 내용을 빼고 전국정당화와 분권강화안만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오는 20일 혁신안의 중앙위원회 의결을 앞두고 당 정체성 관련안을 발표하기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혁신위는 앞선 세차례의 혁신안에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신설, 최고위원 및 사무총장 폐지를 포함시켰다가 논란을 일으켰던 바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혁신안에서도 사무총장 폐지안만 우선 의결되고 최고위원 폐지 등은 나중에 논의하기로 한 상황인데 혁신위가 (20일) 중앙위를 앞두고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최근 부산에서 모임을 갖고 논의했는데 분권정당에 관한 내용이 더 적합하겠다 판단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여타 혁신위원들도 "혁신위는 다수결이 아니라 만장일치로 의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정체성 관련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안이 오는 20일 중앙위에서 논의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중앙위를 앞두고 다시 논란을 키우는 것을 피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중앙위에서 혁신안이 통과되도 여전히 험로가 예상된다. 혁신위가 혁신안의 최종관문으로 잡은 오는 9월 중앙위까지 남은 민감한 주제들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가야 해서다.

혁신위는 이달 안에 당 정체성 확립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천문제와 관련해서는 8월 중순쯤 1차발표를 하고 중하순 무렵에 2차발표를 진행한다. 최고위원회 폐지,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 신설에 대한 논의도 9월까지 지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