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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완군 부모도 '악성민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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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주 기자
  • 2015.07.3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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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는 '1인시위' 방식의 피케팅을 하는 이들이 있다. 매일 출근하는 이도 상당수다.

누군가는 호소문을 옆에 세운 채 앉아 있고 누군가는 지나가는 국회 출입자들에게 전단지를 돌린다. 그중엔 국회 직원들에게 유명한 욕쟁이 할아버지도 있다. 점심시간에 나타나 식사장소로 향하는 국회 직원들을 향해 한두 시간 동안 원색적 욕이 섞인 불만에 가득찬 민원내용을 읊조린다. 신호등 앞에서 기다렸다 신호변경주기에 맞는 길이로 대사를 맞추기 때문에 듣기 싫어도 안 들을 수 없다.

대구황산테러사건 피해자 김태완군 부모의 노력으로 일명 '태완이법'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태완군 부모도 대구법원 앞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피케팅 시위를 했다. 무심히 그 앞을 지나가는 법원 관계자들과 변호사들 눈에는 태완군 부모도 흔한 '악성 민원인'으로 보였을 것이다.

다른 민원인들과 마찬가지로 태완군 부모 역시 처음엔 법적 절차를 따랐다. 그러나 증거부족으로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수사는 종결됐다.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은 기각됐고 재정신청 기각에 대한 재항고 역시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정도 되면 대부분 포기하고 가슴에 한을 품은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주 일부는 이때부터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인'으로 부르는 부류가 된다. 법원, 행정기관 민원실에 찾아가 민원을 제기하고 그래도 풀리지 않으면 국회의원실까지 찾아간다. '태완이법'은 국회의원실까지 잘 연결된 운 좋은 드문 경우다. 악성 민원인들은 가끔 지나친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이성을 잃어 담당 공무원들에게 기피대상이 되고 만다. 태완군 부모처럼 '성과'를 얻어내는 민원인은 극소수다.

공무원 출신 한 국회의원은 스스로가 공무원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가끔 보좌진을 이런 말로 꾸중한다. "공무원 같은 소리 하지 마라."

민원 중에는 현행법상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런 경우라도 공무원처럼 '법'과 '규정'만 따져선 안 된다는 얘기다. 불법만 아니라면 다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민원인의 얘기를 성의껏 들어주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란 취지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라는 엄청난 변화를 이끈 '태완이 사건'은 정작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종결됐다. 소급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악성 민원인'이던 태완군 부모가 수십 년간 법조계에선 불가능하다던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만들어냈다. 공무원의 민원 판단기준인 '법과 규정'은 '불변'이 아니다.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기준이다. '태완이법' 통과가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유동주 기자 law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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