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작동 않는 '재난과학', 돌고래호 화 키웠다

머니투데이
  • 이원광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15.09.09 16:23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300억원' V-PASS, '100억원' 표류예측시스템 '무용지물'…보여주지식 '재난과학' 도마 위에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안전상황센터에서 근무자들이 수색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안전상황센터에서 근무자들이 수색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제주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낚시어선 돌고래호가 전복된 가운데 '재난과학'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긴급 구조를 목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대대적인 홍보까지 벌였지만, 정작 비상시 '무용지물'이 됐다는 지적이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해경은 사고 신고를 접수한 지난 5일 밤 표류예측시스템 분석결과에 따라 추자도 동북쪽 해역에 대한 집중 수색에 나섰다. 돌고래호가 발견된 추자도 남쪽 해상과 정반대 지역에서 수색 활동을 벌인 것.

해경은 "표류예측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해경의 해명에 근거해도 '표류예측시스템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걸 알고도 엉뚱한 지역에서 수색 활동을 벌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시스템은 한 차례 멈춘 것으로 조사됐다. 밤 11시3분 시스템이 멈추자 해경은 운영을 맡은 국립해양조사원에 복구를 의뢰했고, 자정을 넘긴 다음날 오전 1시30분이 돼서야 복구가 완료됐다. 돌고래호의 V-PASS(어선위치발신장치)의 통신이 끊긴 오후 7시38분에서 무려 7시간 가까이 지난 후였다.

'어선의 안전운항과 사고발생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개발된 V-PASS도 마찬가지였다. V-PASS는 직접 'SOS' 버튼을 누르거나 단말기를 떼내야 해경에 응급신호가 전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돌고래호의 경우처럼 급작스러운 전복사고 시 무용지물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해경은 뒤늦게 "V-PASS는 구조신호용이 아닌 입출항 신고용"이라고 밝혔다. 당초 V-PASS의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는 해명이었다. 또 어민들 상당수는 V-PASS의 구조 기능을 신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배에 매달린 선장 김모씨(46)가 "배가 해경과 연결돼서 (사고가 나면) 구조하러 온다"며 승객들을 안심시킨 것도 V-PASS의 구조 신호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저탐사용 다관절 로봇 '크랩스터'가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에 투입됐으나  제 역할을 못하고 철수했다. / 사진=뉴스1
세월호 참사 당시 해저탐사용 다관절 로봇 '크랩스터'가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에 투입됐으나 제 역할을 못하고 철수했다. /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성능조차 담보되지 않은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결과가 이번 사고를 통해 드러나면서 '재난과학이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경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배포된 V-PASS 단말기는 모두 4만260개로 투입된 예산만 313억원에 이른다. 국립해양조사원이 개발한 표류예측시스템에도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겸훈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견제·감시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기본적으로 감사원이 나서야 하지만, 감사원이 행정부 소속으로 독립된 지위를 보장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또 이같은 재난과학의 실효성 문제가 참사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며 결국 '언론 무마용'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월호 참사 이튿날인 지난 4월17일 해경은 오후 8시47분쯤 무인로봇(ROV·Remotely-Operated Vehicle)에 대한 현장 투입을 결정했다고 발표했으나, 거센 물살로 인해 정작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주변 보트에 대기시키는 등 활용하지 못했다. 일명 '게 로봇'으로 알려진 다관절 해저 탐사로봇(크랩스터 CR200) 역시 부유물이 많은 해저 속에서 가시거리가 20㎝에 불과해 촬영이 불가능했다.

김 교수는 "결국 국민을 상대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른팔이 마비된 사람에 시계를 채워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며 "새로운 기술과 장비를 투입하기에 앞서 이를 운영하는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점검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정의선 선구안 통했다"…동남아 우버 '그랩' 상장에 대박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부꾸미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