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 삼성ENG 유상증자 참여 '고민되네'

삼성SDI에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불똥이 튀었다. 상반기 큰 순손실을 입는 등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삼성SDI가 16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물량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이 실시하는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삼성SDI가 1570억원 규모의 물량을 배정 받을 전망이다. 삼성SDI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 13.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3분기 1조3342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하면서 완전잠본 잠식에 빠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은 본사 건물 매각(3500억원)과 함께 내년 3월까지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를 통한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가총액(8140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본사건물이 이미 담보로 잡혀있는 만큼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는 필수다. 사업보고서 제출일인 내년 3월까지 자본잠식을 해결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를 당하게 된다. 또 순차입금이 1조7087억원에 달하는데 반해 현금성자산이 4200억원(6월 말 기준)에 불과해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최대주주인 삼성SDI와 삼성물산(7.8%), 삼성화재(1.1%) 등 삼성그룹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실권주 방지를 위해 임직원에게 유상증자 물량의 20%(2400억원)을 배정하고 박중흠 사장이 직접 독려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22%의 지분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의 참여가 불가피한 이유다. 이들 계열사가 모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배정 받는 물량은 2640억원 정도다.


문제는 1570억원의 물량을 떠안아야할 삼성SDI의 재무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삼성SDI는 올 상반기에 2차전지 부진과 과징금 등으로 2454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현금성 자산으로 5330억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기차입금만 1조2245억원에 달한다.

회사에 유입되는 현금도 넉넉하지 않다. 지난해 기준 1년간 영업활동으로 삼성SDI에 유입되는 현금은 3100억원 가량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절반 가까이를 쏟아내야 한다. 여기에 실권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배정 물량에 20%를 더하는 초과청약이 진행될 경우 삼성SDI의 부담은 더 커진다.

증권업계는 삼성엔지니어링이 계열사의 지원을 받아 위기를 넘기더라도 ‘밑 빠진 독의 물붓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을 경고한다. 유상증자와와 자산매각 이후에도 삼성엔지니어링의 부채비율은 500% 내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문제가 발생한 현장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와 우리사주에서 배정된 물량을 모두 소화하더라도 50%가 되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삼성엔지니어링 뿐만 아니라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삼성SDI의 재무건전성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