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3세 승계작업 본격화 하나…이재현 회장, 자녀에 지분 증여

CJ그룹이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오너 장기 공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밑작업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3일 이 회장이 약 300억원 상당의 보유지분 11.35%(14만9667주)를 자녀 2명과 조카 2명에게 전량 증여했다고 밝혔다. 아들 이선호씨(26·CJ제일제당 사원)와 딸 이경후씨(31·CJ오쇼핑 과장)에게 각각 4.54%(5만9867주)를, 조카 이소혜씨(1만4967주)와 이호준씨(1만4966주)에게 각각 1.14%를 나눠줬다.


이번 증여로 선호씨의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은 종전 11.30%에서 15.84%(20만8867주)로 증가, 그룹 지주사인 CJ㈜(76.07%)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선호씨는 지난해 말에도 이 회장으로부터 지분 11.30%를 증여받았다. 이 회장이 보유했던 600억원 상당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이 2차례에 걸쳐 자녀들에게 모두 넘어간 셈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자산 형성 밑거름=CJ올리브네트웍스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계열사인 CJ시스템즈와 화장품·미용용품 유통 계열사인 CJ올리브영을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이 회사는 CJ㈜,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등과 순환출자 연결고리가 없어 경영권 승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자산이나 매출 규모로 볼 때도 주요 계열사에 비해 떨어진다. CJ올리브네트웍스 매출액은 올 3분기 현재 7600억원, 영업이익은 356억원이다. 자산은 5565억원, 자본은 202억원이다.


하지만 그룹 주요 계열사 IT 시스템 구축이나 운영을 전담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비상장사여서 다른 주주 간섭을 덜 받으면서 오너 일가 승계 수단으로 활용하기 적합한 회사라는 분석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그룹이 삼성SDS, SK그룹이 SK C&C를 경영 승계 수단으로 활용한 처럼 CJ도 올리브네트웍스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회장 자녀들의 계열사 지분 확보를 위한 자산 형성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절반을 증여한 지 1년 여만에 남은 지분 모두를 증여한 것은 실형선고와 건강상태를 고려해 서두른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호-경후씨, 그룹 지분 미미…승계 서두를 듯=현재 이 회장 두 자녀가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은 미미하다. 경후씨는 CJ(0.13%), CJ제일제당(0.15%), CJ E&M(0.27%)으로 1%에도 못 미치고 선호씨는 CJ,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지분이 전혀 없다.

두 남매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CJ E&M과 씨앤아이레저산업(부동산업), CJ파워캐스트(방송송출업) 등이다. 이 중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씨앤아이레저산업 등을 활용한 자금 마련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부동산 관리 회사로 이 회장(42%)과 선호씨(38%), 경후씨(20%)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CJ건설은 씨앤아이레저산업으로부터 자산관리 및 부동산컨설팅 사업을 130억5900만원에 양수한다고 공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자금 마련을 위해 일부 사업권을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