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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지난 금융채무, 나도 모르게 부활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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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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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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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소멸시효 지난 채무의 상환 독촉을 받았을 때

[편집자주] 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 A씨는 2007년 B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으나 연체하고 있던 중 해외체류를 하면서 채무상환독촉장을 못 받았다. 그러다 2014년 C대부업체로부터 B은행에게서 채권을 양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1만원이라도 먼저 송금하면 대출금을 깎아준다는 말에 입금 후 채무이행각서를 작성해 주었다. A씨는 금융채무의 소멸시효가 지나서 갚을 필요가 없었음을 뒤늦게 알고 C대부업체에 대해 이를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 등 금융회사 대출채권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때부터 5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채무자는 더 이상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 법조계의 다수의견과 법원 판례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채권이 절대적으로 소멸한다고 본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지난 후에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도 스스로 변제하거나 혹은 모르고 갚아도 대출채권은 유효하게 살아난다. 즉 A씨의 경우와 같이 대출원금을 줄여준다는 말에 현혹돼 일부라도 변제하거나 채무이행각서를 쓰는 경우에는 소멸됐던 채권이 부활한다. 또한 지급명령신청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소멸됐던 금융채무의 시효가 다시 살아난다.

이런 점을 악용해 그동안 일부 금융회사와 대부업체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매각하거나 추심하는 일들을 저질러왔다. 2015년 8월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5년간 162개 금융기관이 4천억원이 넘는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매매하거나 추심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9월에는 법무사가 낀 사기단이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사서 전자소송시스템으로 지급명령을 신청한 뒤 2만6581명에게 온갖 협박으로 303억6000만원을 청구하고 1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불법추심 행위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 취약층으로 이들은 소멸시효 완성 여부나 적절한 법적 대응방법을 몰라 갚지 않아도 될 금융회사 채무에 대해 추심에 시달리거나 상환 부담을 지고 있다.

이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래 지난 대출채권을 갚으라고 연락이 오면 일단 소멸시효가 지났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옳다. 만일 시효가 진행 중에 채권의 통지, 압류, 가압류, 가처분, 승인이라는 사유가 발생하면 시효가 중단되고 새로 시효가 진행된다.

소멸시효가 지난 후에 금융기관이 채권양도통지서를 보내오거나 대부업체가 추심을 하면 구두나 문자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전달하고 상환을 거부하면 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추심을 하면 금융감독원이나 전국 지자체에 설치된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에 신고하면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만일 대부업체가 신청한 법원의 지급명령서를 받게 되면 2주 이내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내용을 기재하여 이의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소송절차로 변론이 열린다. 만일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이 확정되는데 이 때에도 강제집행 전까지는 채권이 소멸시효 완성됐으므로 강제집행을 허용하지 말아달라는 청구이의의 소와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할 수 있다. 다만 정식재판에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않아 확정되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업체가 소멸시효 완성 사실을 감추고 추심하면 법률지식이 약한 서민들은 적절하게 대응하기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채무자는 본인이 거래한 금융기관도 아닌 대부업체로부터 갑자기 채권추심 연락을 받으면 깜짝 놀라기 십상이다. 그동안 막장 드라마나 폭력영화가 만들어낸 대부업체 불법 추심 이미지 때문에 전화만으로도 서민들은 위협을 느낀다.

대부업체가 전화를 걸어와 채무를 50%로 줄여 준다고 하거나 법원의 지급명령이라는 강제적 수단을 동원하면 채무자는 우선 겁부터 먹게 되고 결국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십상이다.

사실 A씨와 같은 경우는 그리 빈번히 발생하진 않는다. 이미 채무연체가 되면 독촉이나 신용거래 중지로 채무자의 변제를 받아내거나, 법원에 청구, 압류 신청 등으로 소멸시효 중단을 막는다. 채무자 입장에서도 채무를 연체해서 신용거래가 막히거나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것보다는 갚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그럼에도 일단 채권의 소멸시효가 지났으면 법률관계를 종료시키고 더 이상 채무자에게 변제를 강제하지 않는 것이 소멸시효를 규정한 입법목적에 부합한다. 소멸시효 완성은 관리를 못한 금융회사의 책임이 더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대손상각 처리하고 있으나 일부 저축은행과 신용카드 회사는 대부업체에 매각했다.

대부업체 입장에선 소멸시효가 지난 사실을 감추고 채무자에게 전화를 걸어 몇 마디 말로 채무액의 일부라도 받아내면 그야말로 수지맞는 장사가 된다. 이런 기가 막힌 채권 재활용을 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군침을 흘릴 만하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소멸시효 완성된 채권을 가지고 '밑져야 본전' 식으로 찔러보고 걸려들기만 바라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약탈적 이익추구 행위다. 금융감독당국도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불법추심행위를 '민생침해 5대 금융악(惡)'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당국은 금융기관이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매각하는 경우 채권양도통지서에 시효완성 여부를 명시하도록 하고 또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추심하거나 매각하는 행위를 자제토록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지도나 시효완성 여부에 대한 정보 제공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금융기관이 여전히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매각하고 추심하려 든다면 서민들은 속아 넘어가거나 소멸시효 부활을 막기 위해 일일이 대응해서 시시비비를 가려야한다.

결국 소멸시효가 지난 대출채권의 매각과 추심행위 자체를 제한하거나 규제하는 법규정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서민들은 대부업체의 채무 독촉 전화에 겁부터 먹지 말고 냉정하게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꼼꼼이 따져 대응하라고 조언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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