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장남 '조세회피처' 회사설립, SK그룹자금 '세탁' 의혹"

4일 오전 서울 성공회빌딩에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이재윤 기자

전 세계 부유층과 유력인사 등의 조세·자금 도피 명단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51)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노씨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 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비자금 '세탁'을 도왔을 것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이에 대해 노씨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4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탐사센터), 뉴스타파는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성공회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유출 문서를 분석한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을 발표했다. 이는 1150만건의 유출 문건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등이 분석한 것으로, 1977~2015년에 이르는 이메일·은행기록·고객신상정보 등이 담겼다.


탐사센터는 이 문서에서 노씨가 △원아시아인터내셔널(One Asia International) △GCI Asia(지씨아이 아시아) △럭세스인터내셔널(Luxes International) 등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용진 탐사센터 대표는 "이들 회사는 모두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라며 "국내 조세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나 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하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탐사센터는 "노씨가 2011년 초 전 부인과의 이혼소송에서 드러난 재산을 숨기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역시 "이 회사를 통해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딸인 정화씨와 결혼한 노씨는 이혼 소송 과정에서 재산규모가 드러났고,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일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탐사센터는 또 "노씨의 매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비자금 '세탁' 통로로 페이퍼컴퍼니가 이용됐을 것"이라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했다. 노씨가 등기이사로 있던 국내 IT업체인 '인크로스'의 수백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SK그룹 계열사를 통해 발생했으며, SK그룹 계열사까지 헐값에 인수했다는 게 의혹의 근거다.

반면 노씨는 탐사센터에 "개인적인 사업 목적으로 1달러짜리 회사를 몇 개 설립했지만 이혼 등 여러 가지 사정 때문이었다. 회사를 이용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탐사센터는 "모색 폰세카 자료에서 한국 주소지를 기재한 명단이 195명이 나왔다. 이들이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를 만들 때 설립에 필요한 것들로 본인 신분증 등 증명 자료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탐사센터는 이번 주중 노씨의 은닉 자금 규모와 추가 공개명단 등도 발표할 예정이다.

국세청도 이 날 발표된 탈세의혹 명단에 대해 세무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제공조를 통해 한국인 명단과 자료를 확보한뒤 탈세혐의와 관련된 정황이 포착되면 세무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