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강제 청산되니 지각성과..투자자 '부글부글'

#A씨는 일본펀드에 투자했다 지난 2월말 큰 손해를 보고 환매를 해야했다. A씨가 투자한 펀드가 소규모 펀드 정리대상에 포함되면서 손 쓸 새도 없이 통보 한 달만에 청산된 탓이다. 이 펀드가 청산된 이후 일본 주식형 펀드는 평균 3% 이상이 올라 A씨는 속상한 마음이 더 커졌다.☞펀드IR 기사 자세히보기

정부의 소규모 펀드 청산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소규모 펀드 청산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12~2월 이후 글로벌 증시 회복세가 두드러지며 펀드 수익률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소규모 펀드는 설정 후 1년이 경과한 공모 추가형 펀드 중 원본이 50억원 미만인 펀드를 말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말 소규모 펀드 해소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 2월5일부터 본격적으로 소규모 펀드 정리에 들어갔다. 2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이후 전날까지 상환된 소규모 펀드는 270개로 집계됐다. 이 중 지난해 12월에 청산된 펀드는 69개였고 올해 1월에는 74개, 2월 95개로 청산작업이 활발히 이뤄졌다. 지난달에는 29개, 이달에는 3개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2월초 국내외 증시 상황이 호의적이지 않았던 점 등을 감안해 소규모 펀드 정리 계획을 기존보다 1개월 정도 미룬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미 상당수 자산운용사가 고객들에게 펀드 해지를 통보한 상태로 2월에 가장 많은 정리작업이 이뤄졌다.

2월 이후 국내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냈고 상당수 펀드의 수익률도 이때부터 개선되기 시작했다. 3월초부터 전날까지 한 달 여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3.88% 올랐고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무려 7.91%가 뛰었다.


12월부터 2월말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는 -4.30%, 해외 주식형 펀드가 -12.46%로 최악의 성적을 낼 시기에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펀드를 강제청산 당한 셈이다. 소규모 펀드 270개 각각의 청산일 기준으로 3개월 성과는 평균 -1.62%, 6개월은 -3.41%, 1년 성과는 -2.33%로 부진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증시 상황이 악화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3년 수익률은 평균 1.73%로 집계됐다. 펀드마다 수익률 편차는 크지만 청산된 펀드의 절반가량인 132개 펀드는 3년 성과가 플러스로 장기 성과 측면에서 우수했다.

투자자들은 성과가 양호한 일부 소규모 펀드의 경우 '관리 소홀' 등의 이유로 청산대상이 된다는 점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 소규모 펀드 정리대상이 된다고 해도 통보 1개월만에 투자자가 손실을 만회하거나 자금계획을 제대로 세울 여유도 없이 펀드를 청산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투자자는 "펀드가 장기투자 상품이라고 금융사들을 비롯해 당국에서 강조하는 것과는 맞지 않는일 아니냐"고 지적하며 "오랜기간 투자한 수익은 고사하고 손실상태에서 한 달 안에 해지하라니 너무 억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소규모 펀드 행정지도안에 따라 늦어도 해지 한 달 전에는 투자자에게 통보해야 한다"며 "자산운용사들이 재량껏 투자자에게 더 일찍 통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