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만장일치 동결→만장일치 금리인하 왜?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1.25%로 0.25%포인트(p) 내렸다.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던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 달엔 만장일치 인하를 택한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세계교역 성장 둔화와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를 대비하기 위해 금리인하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4월 전망(전년동기대비 2.9%)에 부합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하반기"라며 "하반기 성장 하방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판단해 이번 달 금리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는 동결을 내다 본 시장전망과 다르게 금리인하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하반기 성장률 하방리스크가 커진 이유에 대해서 그는 "글로벌 교역부진 정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며 "앞으로 본격화할 기업구조조정이 실물경제와 경제주체 심리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완화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미국 금리인상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한은의 금리인하에 영향을 미친 것을 파악된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이 지연될 거란 게 지배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발표된 미국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3만8000명 늘어나며 시장 예상(16만 명)을 크게 밑돌았다. 이 때문에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다.

금리인하에 따른 부작용인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최근 가계대출이 집단대출과 비은행 위주로 크게 늘고 있다"며 "정부, 금융당국과 함께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처하는 게 적절하며 하반기 비은행 부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유출에 대해선 "경제 기초 여건이나 국내 은행 외환건전성,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정책 유지 기조를 감안하면 이번 달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급속한 자본유출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시장 예상과 다르게 '깜짝' 금리인하를 결정,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높을 때의 커뮤니케이션 어렵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며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지표 의존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은 불확실성 하에선 다른 중앙은행들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5월 기자회견에선 자본확충에 관심이 모아져 있었지만 그때도 어느 정도 완화할 가능성을 암시하려 노력했었다"며 "지난달 금통위 후 6월 초까지 국내외적으로 여러 상황변화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원칙론으로 답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소규모 개방경제국이어서 자본유출 위험이나 국가신용등급 감안할 때 주요 선진국 보다는 기준 금리가 높아야 한다"면서 "다만 기준금리 실효 하한이 어느 수준이냐에 대해선 여러 가정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와 얼마라고 말하긴 어렵다. 실효 하한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