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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A씨가 '1계좌 1종목'만 거래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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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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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8.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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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르기]주식투자에 백전백패하는 개미들의 투자습관들⑧

[편집자주] 변동성이 점점 커지는 금융경제 격변기에 잠시 숨고르며 슬기로운 방향을 모색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투자자 A씨는 5개의 증권계좌를 동시에 거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계좌마다 한종목씩만 거래하고 있습니다. 매우 불편해 보였지만 이유를 들어보니 매우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1계좌 1종목 방식을 1년째 고수하고 있는데요, 이게 장점이 많아요. 증권계좌를 여러개 가진 투자자는 많지만 저처럼 한 계좌로 한 종목만 거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저도 예전엔 1계좌로 10개 이상의 종목을 거래했는데 요즘은 5계좌로 5종목만 거래합니다. 거래하는데 다소 불편한 점도 있지만 HTS나 MTS가 워낙 좋아져서 참을만 합니다.”

사실 한 계좌로 여러 종목을 거래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방식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하는 단점들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한계좌에 여러 종목을 담으면 많은 종목의 손익이 혼합되면서 분산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각 개별 종목의 손익관리가 쉽지 않게 됩니다. 개별 종목수익률 보다는 계좌 수익률 중심으로 거래하다 보니 종목교체나 매매횟수가 잦아지게 됩니다.

또한, 특정 종목의 시세흐름이 흐릿해지거나 새로운 종목이 편입되면 해당 종목은 방치되기 일쑤입니다. 더구나 교체매매나 손절 및 익절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종목의 수익 측정이나 성과 분석이 모호해집니다. 자연히 몰입도나 관리면에서 소홀해질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전체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한편, 종목 관리에 있어서는 손익금액보다는 손익률에 더 신경쓰는 경향이 생겨서 적은 금액이라도 수익률이 높으면 만족도가 커지고 큰 금액이라도 수익률이 낮으면 신경을 덜 쓰는 오류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일반적인 인지오류의 하나로써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므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000만원 손실인데 손실률은 -3%인 B종목과 100만원 이익인데 이익률은 +30% C종목이 있다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C종목에 심리적 만족을 크게 느끼고 더 많은 관심을 쏟기 마련입니다. 종목선택과 매매는 잘한 것 같은데도 계좌 수익률은 생각만큼 나지 않는 이유가 이런 현상에 기인합니다.

“그런데 1계좌 1종목 투자를 하다 보니 마치 회사내에서 독립사업부를 운영하는 상황과 같다는 느낌이 생겼어요. 마치 IT사업부, 배터리사업부, 바이오사업부를 관리하는 것 같아서 재미도 있고요. 또 손익이 분리돼 명확하게 측정되니 종목에 대한 몰입도와 이해도도 커졌습니다.”

“확실히 예전보다 매매가 신중해졌는데요. 다른 종목을 거래할 때마다 계좌를 바꿔야 하니까 불편하지만 이게 오히려 성급한 매매의 브레이크 효과를 주더군요. 그런데 이보다 더 큰 효과는 계좌 하나하나의 손익금액과 손익률이 군더더기 없이 명확해져서 성과의 현실감이 높아졌어요.”

“이런 방식이 예전보다 전체적인 수익률을 높였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주식거래에 대한 자세가 더 진지해지고 정밀해진 점은 분명합니다.”

A씨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신중함'을 얻어낸 현명한 투자자로 보여집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돋보이는 점은 자신도 모르게 이른바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의 오류를 극복하는 투자방식을 나름대로 고안한 것입니다.

심적 회계는 동일한 자원(돈, 시간, 에너지 등)이라도 사용되는 카테고리에 따라 그 가치함수가 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고스톱과 주식투자는 '돈'을 동일 자원으로 하는 두 개의 카테고리입니다만 고스톱에서 10만원 잃은 경우와 주식투자로 10만원 손실난 경우의 심리적 가치는 전혀 다릅니다.

실제 금액 손실은 동일하데도 대부분의 사람은 고스톱에서 잃은 10만원에 훨씬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이유는 고스톱에 투입하는 판돈의 크기가 주식투자에 비해 작아서 '손실률'이 높게 나타나므로 심리적 가치는 여기에 더 큰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A씨의 1계좌 1종목 거래방식은 '주식'을 동일자원으로 하는 종목 카테고리가 보이는 심적 회계의 오류를 벗어나기 위하여 고안한 자구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숲(계좌) 전체를 보고 거래해야 함에도 숲 속에 있는 몇 개의 아름다운 나무(종목)에 취해서 숲의 성장을 도외시하게 되는 오류를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한 계좌 안에서는 여러 종목들의 '손익률'을 비교하다가 정작 중요한 '손익금액'의 크기를 놓칠 수 있지만, 한 계좌 한 종목 방식을 사용하면 종목수익률 때문에 손익금액을 무시하는 오류는 차단됩니다. 즉, 계좌 내에서 종목손익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손익금액이 적으면 계좌손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작아집니다. 따라서 종목손익률 때문에 현혹되는 인지적 오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개미투자자들은 실패는 너무 잦은 매매나 성급함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인지 오류에 기인한 경우도 상당합니다. 만약 당신이 늘 손실만 보는 투자자라고 생각한다면 A씨의 거래방식을 한번 차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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