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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가이버', '정글의 법칙'과 거리가 먼 창업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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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형덕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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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9.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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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클릭]

[편집자주]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
/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
많은 국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끝난 지도 한달이 다 돼간다. 이번 올림픽도 지금까지의 여러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많은 추억과 교훈을 남겼는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개막식에서 볼 수 있었던 '감비아하'(gambiarra), 즉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는 브라질 특유의 정신이었다.

실제로 리우 시는 개막식과 폐막식에 약 620여억원을 집행했는데 이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20분의 1, 2012년 런던올림픽의 12분의 1 수준이다. 화려한 디지털 영상 대신 단순한 빛의 효과로 연출된 아날로그적인 소박한 표현 방식은 오히려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었다.

특히 금속성 물체가 오묘하게 회전하면서 비교적 작은 크기의 성화를 돋보이게 했던 기발한 연출 방식은 올림픽 내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사실 필자에게도 '감비아하'는 생소한 단어이지만 경영학과 사회과학에서는 이와 유사한 개념인 '브리꼴라쥬'(bricolage)란 게 있다. 이 개념은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가 1967년에 발표한 저서인 ‘야생의 사고’에서 비롯됐다.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해야만 하는 원시인들이 주변에서 당장 구할 수 있는 일상적인 것들을 어떻게든 활용해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정에 비유해,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쳐보던 것들도 기존의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서 보면 가치 있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도시에서 집을 지을 때에는 벽돌이나 철근과 같은 본연의 건축재료를 구입할 돈만 있으면 되지만, 무인도에선 풀이나 잔가지가 가진 특성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사실 이러한 임기응변 또는 손재주 등의 개념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오래 전에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외국 드라마였던 ‘맥가이버’, 최근에 공중파에서 방영되고 있는 ‘정글의 법칙’ 등은 모두 브리꼴라쥬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제한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난관을 극복하고 쓸모와 가치가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인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능력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가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정확히 일치한다. 먼저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에 비해 대부분 극히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있다. 사업 초기에 매출 없이 버틸 수 있는 재무적 자원도 부족하고, 사업 성장을 위한 인적 자원도 부족하다.

사무실이나 작업장도 처음부터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없으면 없는 대로 주변에서 당장 구할 수 있는 것들로부터 사업을 꾸려나간다. 그래서 빌 게이츠도 아버지로부터 초기 사업자금 5만불을 꾸었고, 스티브 잡스도 처음에 가정집 차고에서 컴퓨터를 만들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창업 육성 정책은 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물론 창업을 지도하는 액셀러레이터와 에반젤리스트 같은 전문가의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펀드를 통한 창업 자금 공급과 사무실 공간 제공이 주류를 이룬다. 즉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많은 창업 기업을 탄생시키고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특정 산업에 있어서는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초기 투자 규모가 큰 조선업이나 자동차 제조업 같은 경우에는 대규모의 자금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러한 산업들이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분류될 때, 또는 연구개발 기간이 긴 기초과학 분야로 간주될 때에는 세금을 투입하고라도 장기간의 안정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창업은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사적 기업을 세우는 일이다. 만약 그 기업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면 그것은 창업이 아니라 정부의 활동의 범주에 포함되는 게 옳다. 영리를 위한 사적 기업에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공공을 위한 복지 지출과는 성격이 달라야 한다. 창업 지원 자금은 거저 생기는 돈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나치게 풍성한 재정적 지원이 브리꼴라쥬 정신을 약화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창업 정책은 예산 규모나 창업 건수와 같은 외형적인 수치로 평가하기 보다는 어떻게 창업 의욕을 북돋을 것인가, 어떻게 창업자의 기회 포착 능력을 육성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민간의 자금과 창업 기업을 이어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창업 초기 단계에서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풍부한 자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척박한 자원 가운데에서 그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기업가 정신, 브리꼴라쥬 정신, 그리고 감비아하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9월 15일 (17: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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