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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제일 바쁠 시간에 보육토론회? 완전 탁상공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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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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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대표 인터뷰 "여성들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노동·보육환경 개선돼야"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News1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News1


"그래서 오빠가 잃는 건 뭔데?"
"응?"
"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라며. 나는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지 몰라, 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 근데 오빠는 뭘 잃게 돼?
(소설 '82년생 김지영' 중에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김지영씨는 저자인 조남주 작가가 밝혔듯이 '대한민국 어디엔가 살고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여성이다. 김지영씨가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기에 소설 속에서 그가 '임신'을 주제로 남편과 겪는 갈등도 지극히 평범하면서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2016년 기준 15세이상 54세이하 기혼여성 927만명 중 경력단절 여성은 190만여명으로 약 20%를 차지한다. 여성들의 대학진학률이 이미 남성을 앞질렀다. 여러 조사에서 드러나듯이 여성들도 육아와 상관없이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여성이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사회와의 단절을 당연하게 요구받는다.

이렇게 육아와 출산을 이유로 사회에서 저절로 소외됐던 엄마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을 조직했다. 출범식을 한지 채 한달도 되지 않은 새내기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한국사회에서 온전히 여성의 개인적 책임으로만 인식된 '육아와 돌봄'을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하는 과제임을 역설한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스스로를 두아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전업주부'로 소개했다. 아이들을 낳기 전에는 리서치회사에 다녔던 조 대표는 양육과 일을 병행할 여력이 안 돼 회사를 그만뒀다. 둘째를 낳은 뒤로는 퇴직 후에 간간히 해오던 프리랜서 일도 할 수 없었다.

조 대표는 "아이를 통해서 이전에 못했던 경험을 하고 배우는 것이 참 많다"면서도 "지금의 노동·보육환경 아래서는 부모가 됨으로써 지불해야 하는 헌신을 엄마가 '독박'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전반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육아와 임신을 이유로 여성들에게만 노동시간을 단축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럴 경우 예외가 되는 여성들은 실제로 제도의 이점을 보기보다는 조직 내에서 (일을 떠넘기는) '민폐녀'가 되고 있어요"라며 '여성'이라는 특정 그룹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정책들이 실제로는 국가가 국민들을 분리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일·가정 양립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51.4%가 육아휴직을 할 수 없는 이유로 '동료근로자의 업무부당 증가가 부담돼서'라고 응답했다.

조 대표는 오랜 노동시간이 육아에 함께 하고자 하는 아빠들의 참여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정치하는엄마들은 국회의 '칼퇴근법' 통과를 핵심과제로 두고 있다.

조 대표는 정부가 10여년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0조원의 돈을 쓰는 등 보육 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당사자들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 헛물만 켰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예로 '가임기 여성 지도' 같은 것을 만들며 여성들을 아이를 낳는 수단으로 보고 출산율 수치만을 높이는 데만 집중한 보육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보육 정책들이 실제 엄마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필요한 것들을 채워 줄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 당사자들은 배제된 채 공무원, 보육기관 담당자만으로 이뤄진 '탁상공론' 속에서 실제 엄마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는 따끔한 지적이다.

조 대표는 "실제로 단체가 창립되고 나서 시민단체나 지자체에서 보육정책에 대해서 토론회를 한다고 패널로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 와요. 그런데 토론회 시간이 죄다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요. 이 시간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하교하는 애들을 챙기느라 가장 바쁜 시간이거든요"라며 "결국 이렇게 자기들의 행정편의에 맞춰서 하다 보니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요구는 반영될 수 없죠"라고 말했다.

결국 엄마들이 나선 것도 이런 '당사자성'을 가지고 정말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드는데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막강한 조직력을 가지고 있는 보육단체들의 입장이나 정부의 탁상공론 때문에 정작 소외되고 있었던 엄마들의 목소리를 조직을 통해 직접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하는엄마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정책적 제안들이 정부에 의해 실행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때가 되면 지금의 회원들은 더이상 보육정책의 당사자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하는엄마들은 1992년생일 수도, 2002년생일 수도 있는 후배 '김지영씨'를 위해라도 행동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조 대표는 "첫번째 오프라인 모임을 했을 때 72년생인 한 엄마가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수건 하나를 다 적실 정도로 펑펑 울었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자기는 평등교육 1세대에 가까워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체념했는데 후배들 세대도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92년생, 02년생 딸들도 똑같은 삶을 살 것 같아요. 앞으로 그들이 부모가 되기를 희망할 때 피해를 입는 것이 두려워 그 선택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희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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